Anvil Chorus '대장간의 합창'
오페라 Il Trovatore (일 트로바토레) 中 2막을 여는 합창곡
Giuseppe Verdi, 1813∼1901
Chidel gita(대장간의 합창)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는 현실성이 없는 사건들이 얽히고 설킨 매우 통속적인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끄는 이유는 음악에 있다. 아주 쉽고 대중적이면서도 귀에 착착 달라붙는 멜로디가 줄줄이 이어 나온다.
"일 트로바토레"의 힘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일 트로바토레"는 중세 스페인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활동하였던 "음유시인" 또는 "유랑 가객"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탈리아 어로 그렇게 부르고, 스페인 어로는 "엘 트로바토르", "일", "엘, 이라는 정관사를 빼고 음악사 책에는
"트루바토르"라고 나오지요. 중세 음악을 이야기할 때 중요하게 취급되는 사람들입니다. 중세 "암흑시대"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 시대에 음악활동이 활발할 수 없었겠지요. 음악하면 교회에나 가야 듣는 것, 그리고 장바닥에서 만날 수 있는 거친 형태의 것 정도였습니다. 그런 때에 땅에 얽매이지 않고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 그러니까 주로 기사 계급의 사람들이 떠돌아 다니면서 시와 노래를 만들어 불렀던 것이고, 그 노래들이 이른바
"세속음악"이라는 것을 만들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음유시인이라 부르는 그들은 신분과 관계없이 기사 계급에 준하는 대우를 받았으며, 평화시에는 방문하는 지역의
영주들에게 손님의 예우를 받았고, 전쟁시에는 용병으로 참여하여 功을 세우기도 하였다. 당시 유럽의 지방
도시들에서 벌어지던 노래시합이나 무술시합에서 우승이라도 하게 되면 영웅 같은 대접을 받곤 하였다. 게다가
외모마저 멋있는 음유시인이라면 성 안의 아름다운 처녀와의 로맨스도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음유시인을 이탈리아어로 ‘트로바토레(trovatore)’라고 한다. 베르디의 유명한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
(어느 음유시인)는 이 중세의 음유시인을 주인공으로 하여 만든 사랑과 복수의 武勇談이다. 이 작품은
<라 트라비아타>, <리골레토>등과 함께 베르디의 27개의 오페라들 중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3대 레파토리의
하나로 꼽힌다. 우리나라보다는 특히 미국 같은 외국에서 가장 대중적이고 인기있는 오페라로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얻고 있는 명작이다.
이 오페라의 특징 또는 매력의 근원을 말한다면 열정에 빛나고 박진감이 넘친다는 점이다. 아직도 오페라란 것이
지겹고 졸리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일 트로바토레>를 권한다. 그 다이내믹하고 웅장한 음악과
흥미진진한 극의 전개 앞에서 눈이 번쩍 뜨일 것이다. 독일이나 프랑스 오페라에 비교해서 이탈리아 오페라의
특징을 단 한 단어로 표현하라면, 거기에는 ‘열정’(passione)이라는 말이 해당될 것이다. 열정의 오페라-
열정의 도가니와 같은 오페라가 바로 <일 트로바토레>인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줄거리가 좀 복잡한 편인데, 이 복잡한 내용이 이 오페라가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좀 소원한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중세 스페인의 아라곤 지방이 무대이다. 이 지역에서 정치적 분쟁이 한창일 때 나타난 주인공 만리코는 음유시인
이자 집시군대의 젊은 지휘관이기도 하다. 그는 루나 백작이 이끄는 정부군과 대치중인데, 백작 진영에 있는
레오노라라는 귀족 처녀와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다. 그러나 루나 백작 역시 레오노라를 연모하는데…
이 삼각관계 위에서 애정과 전투의 스토리가 펼쳐진다. 사실 만리코는 죽은 줄 알았던 루나 백작의 동생이다.
과거 집시 여인 아주체나가 지금 백작의 부친인 先代의 백작에게 복수를 한답시고 백작의 어린 아들을 죽인다는
것을 잘못하여 자기 아들을 죽이고 말았다. 그리고 그녀는 하는 수 없이 바뀐 백작의 아이를 데리고 산속으로
도망와서 자신의 아들처럼 키운 것이다. 그리고 아주체나는 자신의 아들로 키운 만리코가 선대 백작을 계승한
지금의 루나에게 자신을 대신하여 복수해 주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사실은 형제인 두 영웅이 각기 다른 군대의 사령관으로 그리고 같은 여인에 대한 구애자로서 정면으로
대치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일 트로바토레>는 뜨거운 사랑 위에 정치적 대결이 있고, 그 위에 대를 잇는 복수와 복수, 그리고 전투와 반전이 거듭되는 멋진 대형 드라마이다. 이런 이야기와 함께 이 오페라에는 무엇보다도
아름답고 뛰어난 음악이 있어, 관객들을 중세의 스페인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일 트로바토레>의 매력은 앞서 말한 ‘열정’과 ‘다이내믹’이다. 거대한 힘과 박진감 넘치는 리듬이 있고, 모든
가수들은 마치 사자들이 포효하듯이 극적으로 노래를 불러야 한다. 그래서 이 오페라는 ‘드라마틱 오페라’라고
부를 수 있다. 열정과 다이내믹이 넘쳐나는 드라마틱 오페라의 精髓가 바로 <일 트로바토레>인 것이다.
<일 트로바토레>는 또한 음악적으로도 매우 힘든 오페라이다. 여기에는 네 명의 주인공이 필요한데, 그것들은
바로 인간 목소리의 각 聲部들을 대표하는 역할들이다. 즉 테너(만리코), 바리톤(루나 백작), 소프라노(레오노라), 메조소프라노(아주체나)가 바로 그것들이다. 이 네 주역이 모두 최고의 성악적 기량과 연기력을 갖춘 가수들이어야 하므로, 이 네 명의 진용을 완벽하게 갖추기란 오페라하우스의 입장에서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배역진들이 제대로 갖추어졌을 때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음악적 감동과 극적인 박진감이란 실로 대단하다.
그리하여 <일 트로바토레>의 네 명의 배역들을 ‘빅 포 캐릭터’라고 부른다.
<일 트로바토레>에는 선율의 향연이라고 할 만큼 아름다운 노래들이 많이 나온다. 레오노라의 아리아
<사랑은 장밋빛 날개를 타고>와 <미제레제>, 아주체나의 <불꽃은 타오르고>, 만리코의 <사랑스런 그대여>,
루나 백작의 <그대의 미소는 아름답고>등은 이탈리아 오페라의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명곡들이다. 특히
만리코가 부르는 <저 무서운 불꽃을 보라>는 테너가 낼 수 있는 어려운 고음인 하이 C(높은 도)를 거침없이
계속 질러내야 하는 압도적인 아리아로서, 마지막 고음이 제대로 나온다면 관객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고 간다.
그 외에도 많은 정열적인 2중창과 3중창, 그리고 잘 알려진 <대장간의 합창>과 <병사들의 합창>등 명곡들이
즐비하다. <대장간의 합창>이란 곡은 사실 이 오페라에서 대중에게 가장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 작품 중에서 제일 시시한 곡이라고 생각하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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