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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 술정리 하씨 초가 (昌寧 河丙洙氏 草家)




◈ 창녕 술정리 하씨 초가 (昌寧 河丙洙氏 草家)


나서는 거리가 안동에서 멀수록 왠지 모를
색다른 모습, 색다른 풍경을 기대하게 되는것은 어쩔수 없는 일인가 보다.

우리동네든 이웃동네든 사람 사는 모습과

풍경은 비슷하리라 짐작 하면서도

욕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자주 나서는 걸음이 아니라서 그러한지도 모르겠다.



창녕에서 만난 술정리 하씨 초가는 모습부터가 색달랐다.

그야말로 처음 욕심을 채우고도 남는다.

 





초가의 대문을 들어서면 기와지붕의 사랑채가 나온다.

이 사랑채를 지나 안채로 가는 길...

올망졸망 피어 제나름의 색을 자랑하는 꽃들의 환대를 받으며

잔디밭 징검다리를 폴짝~ 폴짝~






내 너무 가벼운 걸음을 능소화가 환한 얼굴로

나무라지 않으면서 가라앉혀 준다.






이곳이 중요민속자료 제10호로 지정되어 있는 안채이다.

전혀 허술하지 않는 단정하고도 꼿꼿한 모습...






그것이 그냥 나온 모습이 아니란걸 이곳 주인 어르신을 뵙고서야 알게 되었다.

이곳에 사시면서 늘 어루만지고 다듬어 오신 세월과 어려움을

이야기 해 주셨다.






디딤돌과 마루는 세월의 두께가 앉아 반짝거리고 있었다.

매끄러운 그 감촉은 내 손길보다 부드럽다.







안주인의 손길이 얼마나 닿았을까?

굳이 묻지 않아도 알일이다.






바깥 사랑채 뒷편의 빼곡한 장작 더미가

이곳의 꼼꼼한 살림살이를 일러 주는듯하다.






이곳은 세종7년(1425)에 처음 지어졌을것으로 추정하며

기록은 영조 36년(1760)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세월이 어디 숫자로만 이해할수 있는 일이던가?







즐비한 현대식 건물 사이에서 홀로 초가지붕을 이고 있는 모습을

그저 다행한 일이라 해야할지?

감사한 일이라 해야할지?






이곳의 지붕은 억새풀이며

우포늪의 억새가 가장 수명이 길다고 한다.

하씨 초가는 세월에 따라 소소한 변화들이 있었다.

덧달아낸 쪽마루와 부엌문...

그 소소한것들을 다 끌어안고서 여전함을 간직하고 있다.






옛날 우리네 뒤안 살림이 이곳에 자리 잡고 있다.

세월을 건너뛰게 해주는 것들이 초가와 함께~






한개 한개 쌓아올린 석축에는 주인 어른신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이 없다고 한다.

혹시 비에 무너질까.. 바람에 쓰러질까..

지금도 쌓고 손보는 일을 거르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래서 요즘 쌓은 담장처럼 고르지 않다고 하시며 웃으셨다.

이 모습이 더욱 새롭고 정겨운 것을~






정겨움이 이곳에 머무는 동안에도

그리고 돌아온 다음에도~

돌담의 돌맹이 한개씩 올려지는 것처럼 마음에 쌓인다.






나서는 걸음의 욕심이 부질없었음에

나혼자 멋쩍은 웃음을 흘려 본다.

어디에서 무엇을 보던지

어제 보는것과 오늘 보는것이 분명 다를텐데~

어떤 것을 보더라도

어떤 마음으로 보느냐가 아닐까?

새롭다는 건 변화된 모습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전혀 다른 느낌으로 조용히 가슴에 와 앉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