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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사라진 서울의 소리와 풍경들




◈ 이제는 사라진 서울의 소리와 풍경들
- 70년대 80년대 서울의 아련한 기억속으로 -



서울의 새벽은 소리와 함께 시작했다.

두부장사의 딸랑이 소리와 함께 배추사려 무사려 외치는 소리

아직 곤한잠을 자는 새댁들은 어서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여야 한다.


한낮이 되면 오래된 양복을 나름대로 멋지게 차려입고 낡은 가죽가방을

들고 다니며 채권사려를 외치는 채권장사 아저씨..

양은냄비나 구멍난 솥때워 땜질 아저씨..

석유곤로나 고장난 시계 고쳐 만물 아저씨..

똥지게를 짊어매고 똥퍼를 외치며 골목길을 누비는 똥퍼 아저씨..

굴렁쇠를 어깨에 걸치고 얼굴에 검댕이를 잔뜩 묻히고 뚫어하고 외치는 굴뚝쏘시게 아저씨..

골목입구 우물가에는 아낙네들의 수다가 시작되고

한귀퉁이엔 뻥튀기 아저씨의 폭탄 터지는 소리가 귀청을 놀라게 한다.



 


학교가 끝날무렵이면 학교앞에 쪼그리고 앉자 코흘리개들 호주머니돈을 노리는 뽑기아저씨..

니어카에 해삼 멍게를 놓고 고학년 애들을 노리는 아저씨..

그옆엔 물방개와 개구리를 파는 아저씨..

여름이면 풀잎으로 만든 여치집에 여치. 매미를 파는 아저씨..

네모난 나무통을 어깨에 매고 께끼하고 외치고 다니는 동네 형들..

커다란 가위를 쨍강거리며 고물팔아 하고 외치고 다니는 엿장수 아저씨..

 

저녁이 되면 아직도 집에 안들어온 애들을 찾는 엄마들의 철수야 영희야 하고 외치는 소리들..

한밤이 되도 서울의 소리는 멈치지 않는다.

술이 거나하게 취해 아들의 이름을 동네가 떠나도록 크게 부르며 들어오는 이웃집 아저씨..

그리고 잠시 후 쨍그렁하고 접시 집어 던지는 소리와 함께 너 죽고 나 죽자 외치는

아줌마의 앙칼진 목소리 밤이 깊어 싸우는 소리도 잠잠해 지고 멀리 서울역 기차소리가 들리면

아줌마들의 다듬이 소리와 고학생들의 찹쌀떡 메밀묵소리

그리고 야경꾼 아저씨의 짝짝이 소리로 서울의 밤은 깊어간다.
 

이밖에도 용산역위 땡땡거리 전차지나는 소리 땡땡땡땡..

당인리 화력발전소에 석탄싣고 가는 증기기관차의 꽥꽥소리..

비오는 날 함석지붕 낙수물 떨어지는 소리도 이제는 서울에서 들을 수 없는 소리들이다.

 


 


↑ 서울 행촌동 1972

 

집이 좁아 손님을 변변히 초대할 길이 없을 때 평상 하나 놓으면
그걸로 온 골목이 내 집 마당이고 거실이 되었다.
골목은 좁은 집을 열고, 사람들의 마음을 여는 마술의 공간이었다.


 

↑ 서울 중림동 1984

 

강아지를 한 팔로 안은 소녀가 카메라가 신기한 듯 말똥말똥 바라본다.
얼굴은 흙먼지로 얼룩졌어도 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가득한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 서울 문래동 1975

 

한겨울,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으니 물을 끓여 세수를 한다.


 

↑ 서울 아현동 1974

 

이삿짐을 나르는 동안 아이를 어떻게 할까..? 아저씨는 고민 끝에 리어카에 함께 태운다.
행여 아이가 떨어질까, 고무끈으로 임시 안전벨트까지 채우고 리어카를 몬다.

 


↑ 서울 중림동 1973

 

아이들은 경계심이 없다.
골목 어귀에서 만난 낯선 아저씨에게도 눈부신 웃음을 선물할 줄 안다.


 

↑ 서울 수색 1979

 

온 동네 개들 다 집합해 꼬리 살랑대며 밥을 기다린다.


 

↑ 서울 중림동 1991

 

골목 어귀 나무그늘에서 더위를 식히는 할아버지 얼굴엔 수심이 가득하다.
할아버지 옆을 지키는 늙은 개도 주인의 마음을 읽었는지 눈매가 축 처졌다.


 

↑ 서울 행촌동 1977

 

보자기 하나 몸에 두르고 잔뜩 얼굴을 찌푸린 소년이
할아버지에게 머리를 깍이고 있다.
지긋이 바라보는 친구의 표정은 안 보이지만,
아마도 ‘이놈아, 이젠 네 차례야’ 하며 고소한 웃음을 짓진 않았을까.


 


↑ 서울 중림동 1983

 

'갑작스레 눈이 내린다.
우산을 챙겨 오지 않은 소녀는
지붕 아래로 용케 눈을 피해 골목 사이를 쌩쌩 내달린다.


 


↑ 서울 행촌동 1974

 

선풍기도 변변히 없는 집에서 더위를 피하려니
자연스레 러닝셔츠 차림이 된다.
더위를 먹었는지 기운 없는 강아지에게
숟가락으로 밥을 떠먹이는 아주머니 얼굴이 인자하다.

 


↑ 서울 천호동 1969

 

골목 어귀에 천막 영화관이 들어서면,
호기심 많은 아이들은 각다귀 떼처럼 모여들었다.
비록 영화를 볼 순 없어도
포스터를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했으니까...............큼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