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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Leasure I

[신년특집ㅣ일출이 빠른 산 1위 금정산(07:32)] 누구보다 먼저 새해의 태양을 만나고 싶다!

[신년특집ㅣ일출이 빠른 산 1위 금정산(07:32)] 누구보다 먼저 새해의 태양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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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12.26 16:13 | 수정 2018.12.27 14:33

신년일출 가장 빠른 산… 범어사에서 1시간 20분이면 정상 도착

1위 금정산 07:32 

매 년 1월 1일이면 전국의 유명산은 신년 일출을 보려는 이들로 붐빈다. 산행을 겸한 해맞이는 새해를맞아 새롭게 각오를 다지려는 이들에게 최적의 이벤트다. 남들보다 조금만 부지런하다면 자연이 선사하는 기적같은 한 해의 시작을 체험할 수 있기때문이다. 집에서 가까운 산을 찾는다면 큰 비용도 들지 않는다. 해맞이 산행은 요즘 같은 불경기에 안성맞춤인,대단히 경제적인 행사라 하겠다.
일출산행에 의미를 부여하는 등산인들은 대상지를 선정하는 방법도 남다르다. 단순히 해가 뜨는 것을 보는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남들보다 먼저 해를 맞이하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상식적으로 우리 땅에서가장 먼저 일출을 만날 수 있는 곳은국토 동쪽 끝의 독도다. 하지만 1월 1일에 현실적으로 방문이 가능한 곳은울릉도 성인봉이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일출시간이 빨라져 해발 1,000m 정도인 성인봉은 독도와 거의 동시에 해가 뜨는 것을 볼 수 있다.
연말연초에 울릉도까지 가기가 쉽지 않다면, 교통이 좋고 고도가 높은한반도 남서쪽의 산들을 주목해야 한다. 섬이 아닌 남한 땅에서 신년 일출이 가장 빠른 곳은 양산 천성산을 꼽는다. 해발 922m로 이 일대에서 가장 고도가 높아 바닷가보다 해돋이를 빨리볼 수 있다. 하지만 부산 금정산이나 경주 토함산도 거의 비슷한 시간에 일출을 감상할 수 있어 신년 해맞이 산행지로 적합한 곳이다.
일출·몰과 월출·몰 시간과 각도 등을 알려 주는 사진가용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웹사이트(www.photoephemeris.com)에 따르면, 2019년 1월 1일 천성산과 금정산의 해 뜨는 시간은 07시 32분으로 동일하다. 하지만 두 봉우리의 직선거리가 약 14.4km이고, 일출 방향각이 118.1도(천성산)와 118도(금정산)로 0.1도 차이가 난다. 이를 삼각함수로 계산해 보면 금정산(801.5m)은 천성산보다 해 뜨는 방향으로 약 1.4km 앞에 위치한다. 즉, 120m 정도 고도차가 나지만 1월 1일 일출시간은 두 산이 거의 같다. 어떤 산을 오르든 새해 첫 날 뜨는 해를 가장 먼저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금정산의 대표적인 명소 금샘에서 바라본 남동쪽 풍광
금샘을 보려면 밧줄이 묶인 짧은 바위 구간을 통과해야 한다.
금정산성 제4관문 주변에 억새밭이 형성되어 있다.

대중교통 편리한 금정산

부산 금정산은 신년 일출 산행지로 최적의 환경을 갖춘 곳이다. 부산종합버스터미널이 산행기점인 범어사에서 가까워 타지에서 찾아가기 편하다. 새벽시간에는 택시를 이용해야 하지만, 지하철이 범어사역까지 운행하고 절 입구까지 수시로 버스가 다녀 대중교통도 편리하다. 게다가 산길이 넓고 뚜렷해 어려움 없이 야간산행이 가능하다. 일출산행을 즐기기 좋은 조건을 두루 갖춘 산이다.
새벽 5시, 범어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예불을 드리는 법당에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었다. 절집의 인기척을 벗삼아 조용한 산길을 걷기 시작했다. 낮은 구름이 깔렸는지 하늘에는 별빛 하나 없었다. 도심의 불빛마저 미치지 않는 깜깜한 숲길을 헤드램프의 불빛에 의지해 거슬러 올라갔다. 여명이 밝아오기 직전 가장 어두운 새벽을 온몸으로 느끼며 금정산으로 들어갔다.
헤드램프에 비친 반질반질한 돌길에 시선을 고정하고 부지런히 걸었다. 어둡고 추운 새벽에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쉬지 않고 움직이는 것뿐이었다. 손발에 스며드는 냉기를 막아내기 위해서는 계속 발을 옮겨야 했다. 그렇게 50분쯤 지나자 산길이 완만해지며 커다란 건물에 이어 성곽이 눈에 들어왔다. 금정산성 북문에 도착한 것이다.
새벽 6시가 조금 넘은 시각. 북문 옆에 세워둔 깃발이 바람을 맞아 휘날리는 모습이 랜턴 불빛에 어른거렸다. 일출시간까지 1시간 넘게 남았으니 너무 일찍 도착해 버린 것이다.
북문에서 고당봉 정상까지는 가파르긴 해도 그리 먼 거리가 아니다. 계단이 설치되어 있고 전망대와 쉼터도 있어 편하게 오를 수 있는 구간이다. 넉넉하게 잡아도 40분이면 북문에서 정상까지 갈 수 있었다. 그러나 바람을 피할 곳 없는 산꼭대기에서 버틸 자신이 없었다. 일단 샘터에서 차를 마시며 버티기로 했다.
산성고개에서 가까운 금정산성 동문.
제4망루와 제3망루 중간의 금정산성 옆에 위치한 나비바위.
금정산성 동문으로 내려서는 등산객.
금정산 주능선에서 본 산성과 부산 시가지 조망.
해 뜨기 전 가장 추워
바람을 피해 바위 뒤에 앉아 있으니 주변 사물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부산시 금정구에서 신년 해맞이 행사를 하는 공터 옆에 금정산탐방지원센터 건물이 보였다. 맑은 물이 넘쳐흐르는 샘터도 어슴푸레한 빛 속에 모습을 드러냈다. 날이 밝아오는 것을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어 두터운 다운재킷을 꺼내 입고 정상을 향해 올랐다.
일출시간 40분 전쯤, 고당봉에 도착하니 여전히 도시의 야경이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부산 시내는 물론 김해 방면의 전망도 시원하게 터졌다. 하늘이 푸른빛으로 바뀌는 사이 동남쪽 수평선에 걸린 구름이 서서히 주황색으로 변했다. 해가 뜨려면 아직 시간이 좀 남았지만, 시시각각으로 모습을 달리하는 하늘을 보는 것도 즐거웠다. 하루 중 가장 역동적인 시간이었다.
성공적인 신년 일출산행을 위해서는 영하의 날씨와 칼바람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아무리 남쪽 바다와 가까운 부산이라 할지라도 산꼭대기는 여간 추운 것이 아니다. 취재팀이 고당봉에 오른 때는 12월 초였지만 이미 얼음이 꽁꽁 얼어 있었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세기도 만만치 않아 웅크리고 앉아 해를 기다려야 했다.
오전 7시 10분을 넘어서자, 동남쪽 바다 위에 드리운 두터운 구름이 점차 노랗게 변색됐다. 그리고 잠시 뒤 붉은 태양이 하늘을 가르며 떠올랐다. 거짓말처럼 시작된 일출은 순식간에 진행됐다. 작고 동그란 빨간 불덩이가 엄청나게 눈부신 빛으로 변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기대하던 일출을 만난 기쁨에 가슴이 막막했다. 매일 떠오르는 태양이지만, 이렇게 산 위에서 볼 때는 정말 특별한 기분이 든다. 게다가 그 날이 한 해를 시작하는 1월 1일이라면 더욱 감동적일 것이다.
해가 떠오른 뒤 다시 고당샘으로 내려선 뒤 간단히 요기를 했다. 잠시 숨을 돌린 뒤 금정산의 랜드마크 ‘금샘’을 구경하기 위해 샛길로 접어들었다. 오래 전에 찾았을 때는 길이 희미했는데, 지금은 큼지막한 이정표로 확실하게 길을 잡아주고 있었다. 밧줄을 잡고 금샘이 보이는 바위로 올라서니, 기둥 같은 바위 꼭대기에 꽁꽁 얼어붙은 작은 샘이 모습을 드러냈다. 금빛은 아니지만 멋진 조망과 어우러진 모습 또한 장관이었다.
금샘은 금정산의 이름과 관련이 깊은 곳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금정산을 소개하면서 ‘산정에는 높이 3장丈 정도의 돌이 있고 샘은 둘레가 10여 자尺이고, 깊이가 7치寸로 늘 물이 차 있으며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금빛이 났는데, 금색 물고기가 5가지 색의 구름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와 그 샘에서 놀았다는 전설에서 산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적고 있다. 범어사의 범어梵魚라는 이름도 여기서 유래했다.
고당봉 정상에서 내려다 본 김해 방면의 풍광.
북문에서 원효봉으로 이어진 능선길.
새로운 정상석이 세워진 고당봉 꼭대기.
산성 따라 걸으며 조망 즐겨
금샘 구경을 마치고 북문으로 돌아와산성을 따라 걸으며 하산하기로 했다. 정상에서 일출을 봤으니, 이제 남은산행은 보너스 같은 것이다.안내판을 보니 금정산성은 신라시대부터 임진왜란 이후 숙종 29년(1703년)까지 축성되었다고 한다. 그후 일제강점기에 훼손된 것을 1972년에보수했다. 성의 둘레 약 18km, 높이1.5~6.0m 정도로, 국내에서 가장 긴산성이다. 산 위에 쌓은 성곽의 진수를 볼 수 있다.
금정산성을 따라 걷는 산길은 부산과 김해 일대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었다. 멀리 수영만을 가로 지르는 광안대교와 하늘 높이 솟은 마천루가 밀집한 모습이 장관이었다. 원효봉과 제4망루를 거쳐 부채바위 부근까지 줄곧 산길이 능선을 따라가며 시야가 터졌다. 하지만 제3망루 갈림길을 지나 주능선 서쪽의 넓은 임도로 내려서면 숲이 짙어 전망이 좋지 않았다.
부드러운 숲길을 따라 삼림욕을 즐기며 걷다 보니 어느새 동문에 도착했다. 이제 산행도 막바지에 다른 것이다. 여기서 작은 봉우리를 하나 넘어버스정류장이 있는 산성고개에 닿았다. 계속 능선을 타고 대륙봉과 동제봉을 거쳐 남문으로 산행을 이어갈 수있지만, 교통편을 고려해 이곳에서 산행을 마쳤다.
새벽부터 추위에 떨다 보니 따뜻한 돼지국밥 한 그릇이 간절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산성막걸리에 파전을 곁들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버스에서 맛집을 검색하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역시 일출산행에는 맛있는 음식이빠질 수 없는 법이다. 

산행길잡이

일출산행은 정상까지 최단코스를 이용해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어둠이 짙은 새벽 시간에는 조망이나 풍경보다는 산행 시간이 짧은 코스를 선택해야 한다.
금정산 고당봉이 목표라면 접근성이 좋은 범어사를 산행기점으로 삼는 것이 좋다. 절을 출발해 북문을 통해 고당봉까지 오르는 코스는 총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된다.
산성 내 금성동에서 정수암을 거쳐 북문 금정산탐방지원센터까지 차가 다닐 수 있는 임도가 있다. 하지만 중간에 차단기가 설치되어 있어 일반 차량은 다닐 수 없다. 차단기 밑에 차를 세워두고 걸어갈 경우 북문까지 30~40분이면 되지만, 대중교통이 불편하고 범어사 방면에 비해 크게 시간이 절약되는 것도 아니다. 매년 1월 1일, 금정구청에서 주최하는 신년 일출맞이 행사가 북문 근처에서 열린다.
고당봉 정상에서 일출을 보고 금정산성을 따라 남쪽으로 하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성곽을 따라 북문을 지나고 제4망루를 거쳐 동문을 지난다. 온천장역을 오가는 버스가 서는 산성고개에 선다. 계속 능선을 타고 남문을 거쳐 산행을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대중교통편이나 귀갓길을 고려하면 산성고개가 가장 합리적인 하산지점이다.
범어사에서 출발해 북문을 거쳐 고당봉에 올랐다가, 다시 북문과 제4망루를 거쳐 산성고개까지 갈 경우, 약 8.5km 거리로 산행시간만 4시간 정도 걸린다. 하지만 정상에서 해가 뜨는 것을 기다거나 식사하는 시간까지 합하면 5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중간에 금샘을 다녀올 경우 산행시간이 30~50분 정도 더 추가될 수 있다.
교통
경부고속도로로 끝까지 가서 노포톨게이트를 빠져나오면 곧장 범어사로 갈 수 있다.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고속버스가 20~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일반 2만3,000원, 우등 3만4,200원, 프리미엄 4만4,400원, 심야우등 3만7,000원. 심야프리미엄 4만8,800원. 소요시간 4시간 30분.
부산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지하철 노포역으로 바로 연결된다. 동백역, 온천장역 등지로 쉽게 이동이 가능하다. 버스터미널 옆 버스정류장에서 범어사로 가는 90번 버스가 운행한다. 교통카드는 서울과 부산 공용.
숙박(지역번호 051)
산성고개에서 버스로 연결되는 온천장역 주변에 곰장어, 횟집, 복집 등 맛집이 많다. 그중 송강정(558-9199)은 화로에서 숯불로 갈비를 구워 내놓아 이색적인 맛을 볼 수 있다. 부산의 대표 음식 돼지국밥집은 사방에 널려 있다. 금정산성에 가면 산성막걸리를 먹어봐야 한다. 금성동에 흑염소 요리와 산성막걸리를 취급하는 집이 여럿 있다. 다인(517-5938)은 직접 키운 흑염소 불갈비와 오리구이 등을 제공한다.
일출이 가장 빠른 산, 공동 1위
양산 천성산과 경주 토함산도 일출시간 금정산과 비슷해
부산 금정산과 더불어 내륙에서 신년 일출이 가장 빠른 산은 양산 천성산과 경주 토함산을들 수 있다. 한국천문연구원(www.kasi.re.kr)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지역은 1월 1일 일출시간이 07시 32분으로 동일하다. 하지만 높이와 위치가 조금 달라, 정확하게 따진다면 수평선에서 해가 떠오르는 순간이 똑 같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차이는 미세한데다,기상 상황에 따라 해를 볼 수 있는 순간도 달라질 수 있다. 즉 금정산과 천성산, 토함산 세 곳모두 내륙에서 신년일출이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어떤 산을 선택할 것인지는 산행을 계획하는 사람의 마음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