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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Leasure I

한산섬 달 밝은 밤 수루에 홀로 앉았을 그 섬

[섬&산100 가이드]

한산섬 달 밝은 밤 수루에 홀로 앉았을 그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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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8.21 10:09

[도전! 섬&산 100 | BAC 플러스 가이드ㅣ한산도·용초도·연대도]
통영 앞 바다의 명섬과 알려지지 않은 섬, 트레킹 가이드

이미지 크게보기한려해상 일대가 시원하게 터지는 ‘한산도 역사길’.

이순신 장군의 숨결 깃든, 한산도

충무공의 숨결이 서려 있는 섬이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중심지이자, 이순신 장군이 이끌던 삼도수군통제영이 있던 역사의 섬이다. 충무공이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로 시작되는 그 유명한 시조를 지은 곳이 한산도 제승당(사적 113호) 수루다. 제승당은 한산도를 대표하는 명소로 선착장에 가까이 있다.

‘승리를 만드는 집’이란 뜻의 제승당은 충무공의 집무실이자 참모들과 작전을 짰던 곳이다. 이곳에서 난중일기 1491일분 중 1029일분을 썼다고 전해진다. 복원돼 있는 제승당 수루에 오르면 한산도 앞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BAC 인증지점은 망산(293m) 정상으로 국립공원공단이 조성한 ‘바다백리길 2구간 한산도 역사길’을 따라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선착장이 있는 ‘덮을개’는 임진왜란 당시 왜군에 발각되지 않게 조선 수군의 함선과 무기를 덮어 위장했다 하여 마을 이름이 유래한다. 능선을 따라 올라서면 거북등대전망대와 학익진전망대가 이어지며 한산도 앞바다가 드러난다.

소나무 숲길을 지나면 망산교에 이르고, 여기서 정상까지 가파른 데크계단이 이어진다. 전망이 빼어난 정상에 서면 한산도 앞바다가 훤히 드러난다.

달도 쉬어간다는 휴월정 정자를 지나면 진두마을과 야소마을로 하산할 수 있다. 대부분 진두마을로 내려선 후 마을버스를 이용해 선착장으로 되돌아간다. 마을버스는 배 시간에 맞춰 한 시간에 한 대씩 섬 마을을 순환한다.

한산도와 다리로 연결된 추봉도는 몽돌해수욕장이 유명하다. 2007년 연도교 개통 후 한산도를 오가는 마을버스 덕분에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1km에 이르는 몽돌해변은 파도가 빠져나갈 때마다 “차르르” 소리를 낸다. 한산도 역사길은 총 12km 거리이며 4시간 정도 걸린다. 한산도로 가려면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매시 정각(07:00~18:00)에 운항하는 여객선을 이용해야 한다. 25분 소요된다.

영화 ‘국화꽃 향기’의 배경, 용초도

남쪽으로 뻗은 갯바위 모양이 용머리를 닮았고, 나무보다 풀이 많아 용초도龍草島라는 이름이 유래한다. 용초마을과 호두마을이 촌락을 이루고 있으며, 용과 호랑이가 마주 보고 싸우는 형상이라 한다. 섬에서 가장 유명한 명소는 한산초등학교 용호분교이며, 영화 ‘국화꽃 향기’의 촬영지다. 학교 운동장이 우리나라에서 바닷가와 가장 가까이 위치해 있다. 운동장이 곧 바다 모래사장이다. 밀물 때 파도가 일면 교실까지 바닷물이 밀려오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가깝게 느껴진다. 현재 폐교되었으나 여전히 명소로 손꼽힌다.

용초도에는 아픈 역사가 깃들어 있다. 한국전쟁 당시 거제포로수용소 포로 중 악질 포로들만 용초도의 수용소에 별도 수용했다. 그 시절, 마을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섬에서 강제로 쫓겨나야 했다. 1953년 휴전된 지 3년이 더 지나서야 주민들은 다시 돌아 올 수 있었지만 모든 걸 다시 시작해야 했다.

포로수용소의 흔적은 아직 일부가 그대로 남아 있다. 용초마을에서 마을 뒤 숲길을 15분가량 올라가면 왼편으로 포로수용소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포로들에게 식수로 공급하던 물을 저장했던 저수지도 숲이 우거진 채 방치되어 있다.

이 산책길을 넘어가면 용초도 제1비경이라 불리는 용머리 해안이 나온다. 이곳의 갯바위가 하늘에서 보면 용머리를 닮았다 하여 이름이 유래한다. 경치 좋은 너른 바위는 백패커와 낚시꾼들에게 인기 있다.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아침 7시와 오후 3시에 용초도행 배가 운항한다.

인증지점은 수동산 정상이다. 용초선착장에서 하선해 용호분교를 다녀온 후 용머리를 들렀다가 수동산을 거쳐 호두선착장으로 내려선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호두산을 다녀오는 것이 알찬 산행법이다. 통영으로 가는 배편(하절기 16:45)은 호두선착장을 경유한다.

이미지 크게보기연대도 지겟길의 몽돌해변.

섬 여행의 특유의 즐거움 두 배, 연대도

연대도와 만지도는 별개의 섬이었으나 2015년 100m가 채 안 되는 보행전용 출렁다리가 생기면서 하나의 섬이 되었다. 섬 이름은 정상에 봉화가 있었다고 해서 ‘연대煙臺’이고, 사람들이 늦게 들어와 산 섬이라고 해서 ‘만지晩地’이다.

통영시 산양읍 달아항에서 출항하는 여객선이 만지도를 오가고, 연명항에서 오가는 유람선은 연대도를 오간다. 두 선착장 사이의 거리가 700m쯤이므로 큰 의미는 없다. 대신 연명항에서 가는 배가 2,000원 비싼 대신 곧장 만지도로 간다. 달아항에선 주변 섬 두 곳을 거쳐 간다.

연대도는 숙종이 하사한, 충렬사의 사패지였다. 연대도 30여 마지기의 밭에서 나는 곡식으로 충렬사가 지내는 충무공의 제사 비용을 충당했다. 주민들은 각고의 노력 끝에 1987년에서야 사패지로 지정된 땅값을 지불하고 제 땅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BAC 인증지점은 연대도 연대봉 정상 표지판이며, 연대도 지겟길을 따라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겟길이란 섬사람들이 지게를 지고 산을 오르내리며 다니던 길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정상에 올랐다가 해안 오솔길을 따라 섬 한 바퀴를 걸어 되돌아오는 코스이며 2.5km 남짓으로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바다백리길 중 가장 짧은 구간이다. 

그래서 만지도 몬당길도 세트로 함께 완주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고개의 사투리 ‘몬당’에서 유래하며 두 길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몬당길은 섬 끝까지 갔다가 동백숲 터널을 걸어 되돌아오는 코스다.

연대도 지겟길이 가벼운 산행에 가깝다면, 만지도 몬당길은 산책에 가깝다. 1시간 정도 걸리는 몬당길은 시야가 터지는 곳이 많아 경치가 시원한 것이 특징이며, 이른 봄에는 붉은 동백을 지천으로 보며 걸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