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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Leasure I

[경상도의 숨은 명산] 삼의·속곡 청정계곡 품은 오지의 산

[경상도의 숨은 명산] 삼의·속곡 청정계곡 품은 오지의 산

 

  • 글 사진 황계복 부산산악연맹 자문위원
    • .

입력 2020.08.24 11:18

[주말산행│경상도의 숨은 명산ㅣ명동산 812m│경상북도 영양군 석보면, 영덕군 영해·지품면]
미끈한 자태 금강송 숲길 일품…인근 두들마을서 고택체험 가능

이미지 크게보기장장 6km나 이어지는 삼의계곡에 있는 사자암폭포(화매폭포).

전라도에 ‘무진장(무주·진안·장수)’이 있다면 강원도에 ‘영평정(영월·평창·정선)’이 있고, 경상도에는 ‘BYC(봉화·영양·청송)’가 있다. 모두 과거에 오지奧地로 소문난 곳들이다. 산세가 깊고 험한 도로 사정 때문에 얻은 이름값이라 하겠다. 지금은 사통팔달 고속도로가 뚫리고, 웬만한 국도는 4차선으로 확장돼 오지의 면모를 벗어던진 곳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영양은 여전히 먼 곳이다.

명동산明童山(812m)은 옛날 산 아래 머리가 아주 명석한 어린이가 살았다는 데서 그 이름이 유래한다. 영양군 석보면, 영덕군 지품·영해면에 걸쳐 있는 명동산은 낙동정맥을 이어주는 산이다. 정맥이 백암산을 지나 내리뻗으며 주왕산에 이르기 전의 황장재 사이에서 해발고도가 제일 높은 산이기도 하다. 명동산 자락의 지품면 율곡리 신안천 상류의 속곡계곡과 석보면 화매리 화매천 상류의 삼의계곡은 아직까지 외부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청정 계곡이다.

산행은 삼의계곡의 제2야영장에서 시작한다. 능선 길로 681.2m봉~포도산 정상(748m)~제1야영장 갈림길(삼거리)~낙동정맥 마루금~박점고개~736.8m봉~800.4m봉(화림지맥 갈림봉)~815.6m봉~명동산 정상~첫 하산로 갈림길~두 번째 하산로 갈림길~임도~지방도 917호선(박점마을)에 닿아 도로를 따라 산행을 시작했던 제2야영장으로 되돌아온다. 약 10.5㎞에 달하는 원점회귀 코스다.

이미지 크게보기산행 시작점에는 ‘포도산 등산 안내판’과 ‘등산로 입구’라는 푯말이 도로변에서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삼의계곡으로 이어지는 지방도 917호선 삼의교와 삼의2교 사이의 제2야영장은 몇 해 전 폭우에 휩쓸려갔다. 산행 시작점에는 ‘포도산 등산 안내판’과 ‘등산로 입구’라는 푯말이 도로변에 서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옆에는 공중화장실도 보인다. 능선 길은 처음부터 경사가 급격해 숨을 고르며 천천히 올라야 한다. 반듯하고 뚜렷한 산길 주변은 나이를 헤아릴 수 없는 늠름하고 미끈한 자태의 금강송 거목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

주변을 뒤덮었던 안개가 걷힌다. 마침 뒤돌아보니 삼의계곡을 낀 가까운 산릉 너머로 주왕산이 얼굴을 내민다. 681.2m봉에 올라서니 다시 안개가 자욱하다. 한 굽이 살짝 내려서는 산길은 묵은 낙엽이 쌓여 푹신하다. 수종도 금강송에서 신갈나무, 굴참나무 등 아름드리 참나무 종류로 바뀐다. 포도산 정상 0.2km를 알리는 이정표에 닿으니 결국 비가 내린다.

비를 맞으며 올라선 포도산葡萄山 정상(748m)은 숲에 갇히고 안개에 묻혔다. 포도산은 예로부터 산머루가 많아 머루산, 구머리 또는 포산葡山이라 했다. 구머리는 머루를 일컫는 이 지방의 방언이며, 포산은 머루산의 한자漢字 표기다. 이 산 남쪽 포산리葡山里 마을의 지명도 포도산에서 비롯됐다. 포산리는 포도산의 구릉지에 형성된 마을로 천주교 성지기도 하다.

이미지 크게보기포도산을 오르며 뒤돌아보니 삼의계곡을 낀 가까운 산릉 너머로 주왕산이 얼굴을 내민다.

포도산은 낙동정맥에서 조금 벗어나 있다. 그래서 포도산만 산행할 경우 제1야영장에서 질밭봉(536.9m)을 거쳐 정상에 올랐다가 제2야영장으로 하산하는 약 5㎞ 코스가 일반적이다.

이정표만 서 있는 정상에서 제1야영장 방향으로 향한다. 비가 그치고 안개 속에 내려선 안부를 지나 숲길로 오르면 이정표가 서 있는 제1야영장 갈림길. 나무에 ‘해발 695m 삼거리’라는 표지판도 매달려 있다. 왼편으로 약간 돌아나가면 곧 낙동정맥의 마루금을 만난다.

이제부터 한동안 낙동정맥을 따라간다. 652.3m봉을 앞두고 산 사면을 에돌아 고도를 낮추다가 박점고개 임도에 닿는다. 소형차량이 넘나드는 이 고개의 임도는 석보면 삼의리 박점마을에서 영덕군 지품면 율곡리 속곡마을과 통한다. 임도 건너 비탈길로 오르면 곧 능선 갈림길. 동쪽 능선으로 방향을 틀어 군락을 이룬 철쭉나무를 헤치며 진행한다. 736.8m봉을 지나면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명동산이 훨씬 가깝게 다가온다. 뒤이어 닿은 800.4m봉은 화림지맥의 분기점이다. 전망은 없고 오히려 안개 속에 드러난 숲의 실루엣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미지 크게보기낙동정맥은 짙은 녹색의 수목들이 터널을 이루어 시원함을 안겨 준다.

화림지맥은 여기서 동남쪽으로 뻗어가며 배목고개~국사당산(국사봉·512m)~독점고개~화림산(348.4m)~고불봉(233m)~봉화산(150.1m)을 지나 강구항에서 그 맥을 다하는 도상거리 32.7㎞의 산줄기로 영덕 오십천의 분수령이다. 정맥 길은 이제 방향을 북으로 틀어 815.6m봉을 넘는다. 곧장 올라선 명동산 정수리에선 삼각점이 산객을 반기고, 정상에서 비켜난 곳에 산악기상관측소가 자리한다. 산악기상관측소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매년 증가하는 산사태, 산불 등 산림재해의 예측기술 고도화를 위해 국립산림과학원에서 강우량, 온도, 풍속 등 산림재해 요소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명동산 표지판이 나무에 걸렸고, 때마침 안개가 살짝 걷히면서 주변 풍경이 드러난다. 전망이 좋아 가깝게는 지나온 포도산이 보이고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맹동산, 봉화산 일대는 이국적인 풍광이 펼쳐진다. 멀리 주왕산의 왕거암을 비롯해 대둔산, 태행산, 삼군봉, 일월산 등이 산 물결로 너울대며 줄줄이 이어진다. 산릉 사이로 석보면과 청송군 진보면도 희미하다. 아쉽지만 안개에 가려버린 동해의 푸른 물결을 상상으로 그려보며 북진하는 정맥의 마루금을 따라 하산을 서두른다.

5분쯤 진행하면 만나는 첫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로 틀어야 한다. 직진하면 계곡 임도로 내려서는 길이다. 물론 이쪽으로 하산해도 되지만 임도를 따라가는 지루함을 감내해야 한다. 봉화산으로 잇는 정맥 길은 낮은 오르내림이 계속된다.

이미지 크게보기명동산 정상에 오르니 때마침 안개가 걷힌다. 맹동산, 봉화산 일대가 가깝고, 멀리 주왕산, 일월산 등이 산 물결로 너울댄다.

안개비에 물기를 머금은 수풀이 초록의 대지를 만들어 숲 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짙은 녹색의 수목들은 터널을 이루어 시원함을 안겨준다. 첫 갈림길에서 20분쯤 더 진행하면 가파른 내리막길 직전, 해발 640m 정도의 능선 같은 봉우리에서 왼쪽 지능선으로 잇는 희미한 갈림길이 있다. 나뭇가지에 노란 리본이 두 개나 달려 있지만 잘 살펴봐야 보인다.

급격한 경사에 산길도 희미하다. 다행인 것은 걸리적거리는 잡목이 많지 않고 능선길이 짧다는 것. 곧장 내려선 임도는 박점고개를 넘어온 길이다. 임도로 걷다 보면 공중화장실을 만나고, 뒤편 계곡에는 작은 폭포도 있다. 산골짜기를 헤집고 흘러온 물은 맑고 시원하다. 임도 끝에 닿으면 삼의3교가 놓인 지방도 917호선이 지나는 박점마을이다. 박점은 예부터 나무바가지를 많이 다듬어 팔았다고 하여 붙은 지명이라지만 민가는 보이지 않고 펜션과 식당을 겸한 넓은 산장만 있다.

삼의3교에서 산행 출발점까지는 도로를 따라 1.3㎞ 정도 걸어야 한다. 도로를 낀 삼의계곡은 상류 쪽에서부터 상삼의, 중삼의, 하삼의, 박점 등의 마을을 끼고 흘러 화매천이 되어 석보로 흘러간다. 계곡은 물이 맑고 차서 한여름에도 발을 담그기 힘들 정도다. 최근 외부에 알려지면서 한여름에 제법 많은 피서객들이 모여든단다. 아마도 계곡을 따라 이어진 길이 말끔히 단장된 때문인 듯하다. 영양의 자연 8경 중 하나로 꼽히는 삼의계곡은 장장 6km나 이어진다. 그중 사자암 폭포(화매폭포)의 모습은 압권이다. 산행 후 뛰어든 계곡물은 땀에 찌든 육체는 말할 것도 없고 마음까지 시원하다.

이미지 크게보기삼의계곡은 물이 맑고 차서 한여름에도 발을 담그기 힘들 정도다.

이미지 크게보기이정표만 서 있는 포도산 정상은 숲에 갇히고 안개에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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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길잡이

삼의계곡 제2야영장~681.2m봉~포도산 정상~제1야영장 갈림길~낙동정맥 마루금~ 박점고개~736.8m봉~800.4m봉(화림지맥 갈림봉)~815.6m봉~명동산 정상~첫 하산로 갈림길~두 번째 하산로 갈림길~임도~지방도 917호선(박점마을)~제2야영장 <4시간 30분소요>

교통(지역번호 054)

영양 공용버스터미널(683-2213)에서 삼의리행 농어촌버스가 1일 4회(06:35, 11:25, 12:25, 18:15), 청송 진보 버스정류장(874-2555)에서 1일 3회(11:10, 12:10, 18:00) 운행하며, 삼의계곡 제2야영장에서 내리면 된다.

또 다른 방법은 영양이나 진보에서 석보행 버스를 이용해 석보 버스정류소(682-8022)에 내려 삼의계곡 제2야영장까지 택시(영양 석보택시 010-9366-8066, 개인택시 010-3815-8057)를 이용하는 것이다. 요금은 2만 원 안팎.

사실 명동산 산행은 대중교통편이 불편해 가능한 승용차 이용을 권하고 싶다. 경북 영양군 석보면 삼의계곡을 내비게이션 목적지로 하고, 주차장이 없는 제2야영장 주변 적당한 곳에 주차하면 된다.

숙식(지역번호 054)

영양읍내에 숙소로 목화모텔(683-1514), 아이엠모텔(682-0024), 알토모텔(683-3284) 등이 있다. 맛집은 맘포식당(683-2329). 이곳의 돼지고기 주물럭은 타 지역과는 다른 독특한 맛이 난다. 산채비빔밥과 생선구이산채정식이 주 메뉴인 장원가든(683-1114)에선 경북 오지의 산나물을 맛볼 수 있다. 술 한잔이 생각난다면 허름한 칠보식당(682-3799)의 닭불고기, 닭발불고기도 빼놓을 수 없는 별미. 석보면엔 석보여관(682-8265)이 있고, 청송 진보에도 숙소와 식당이 많다.

볼거리  

석보면 두들마을은 조선 시대 광제원廣濟院이 있던 곳으로 ‘언덕(두들)에 위치한 원이 있던 마을’이라 하여 원두들 또는 원리라 한다. 1640년(인종 18) 석계 이시명 선생이 병자호란의 국치를 부끄럽게 여겨 벼슬을 버리고 들어와 학문을 연구하고 후학을 양성했다. 재령 이씨載寧 李氏 집성촌인 마을에는 석천서당과 석계고택을 비롯해 많은 고택과 마을 앞 화매천변의 암석에 새겨진 동대·서대·낙기대·세심대 등의 글씨가 아직도 남아 있다. 최근 음식디미방 체험관, 정부인 장씨 유적비와 예절관, 음식디미방 교육관, 전시관, 광산문학연구소, 북카페 등이 운영되고 있고 소설가 이문열의 고향으로 고택체험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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