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래로 나아가고 있나》
♡♡박지향 < 서울대 서양사학과 명예교수 >♡♡
☆☆까마득한 옛날로 생각되는 1978년 8월에 미국 뉴욕 근처의 대학에서 유학 생활을 시작했다.
♡난생처음인 외국 생활도, 빠듯한 장학금도 문제라 여러 가지로 두려웠지만
☆박정희 정권 말기의 무시무시한 분위기 속에서 한편으로는 얼른 떠나고 싶기도 했다.
♡♡그땐 뉴욕에 가려면 1주일에 단 한 번 뜨는 대한항공으로 로스앤젤레스(LA)까지 가서 국내선 비행기를 갈아타야 했다. LA에 내렸을 때 수십 개 비행편
이 세계로부터 도착함을 알리는 전광판을 보고 문화적 충격을 처음 경험했다.
♡1982년 8월 박사 논문 준비차 영국 런던에 갔다. 유럽 대륙을 들러 도착했기에 수중에 영국 화폐가없었다. 체어링크로스 역에 내리자마자
♡♡환전센터에 가 여권과 달러를 내밀었다. 쉰 살쯤 돼 보이던 둥둥한 아저씨는 내 여권을 신기한 듯 보더니
♡♡♡“메이드 인 코리아 숟가락과 포크는 봤지만 메이드 인 코리아 사람은 처음 본다”
고 말했다. 졸지에 ‘메이드 인 코리아 사람’이 된 나는 그의 조크가 재밌어 한바탕 웃었다.
♡그만큼 한국은 먼 나라였다. 1987년 2월 귀국할 때쯤 삼성 TV는 미국 전자제품 매장 선반의 밑바닥에 있었던 것 같다.
♡♡♡귀국 후에도 연구를 위해 1년에 한 번쯤 영국과 미국을 드나들었다. 그때마다 한국의 달라진 위상이 경탄스러웠고 한국을 세상에 알린 기업들이 고마웠다.
☆☆☆1990년대 어느 시점까지는 스스로를 좌파라고 믿었기 때문에 재벌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질 리 없었지만
♡♡♡삼성에는 늘 고마움을 느꼈던 것 같다. 연구나 발표를 위해 외국에 나갔을 때 공항에서 시내로 향하면서 앞으로 직면해야 할 여러 어려움을 새기며 머릿속이 복잡하고 의기소침해 있을 때
♡♡♡♡♡눈에 들어오던 삼성 선전탑의 모습은 든든하고 위로가 됐다.
☆☆☆☆☆그래서 법리상으로는 어찌 됐든 이번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긴송사
에서 해방되기를 바랐다.
♡♡♡♡단순히 삼성이 우리 경제에서 담당하고 있는 위치 때문만은 아니다.
☆☆☆☆☆삼성이 흔들리면 10년 뒤의 우리 먹거리가 걱정이라는 사실도 자명하고,
♡당장 삼성전자를 사댄 수많은 동학개미의 미래도 걱정이지만 그런 차원만이 아니라 지난 수십 년 동안 외국 땅에서 느끼던 삼성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다.
☆☆☆지난 세월 권위주의 정권의 개발경제정책 과정에서 재벌이 특혜를 받아 몸체를 키웠고 정경유착의 병폐를 남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점차 정경유착이 약해져왔음은 확실하고 정권의 비호를 받은 기업 가운데 많은 수가 사라져버렸지만 일부는 국민 경제에 이바지하는 번듯한 기업으로 성장한 것도 사실이다.
♡♡정경유착이라는 잘못된 관행은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용납돼
서는 안 된다.
♡♡♡♡그러나 납득할 수 있는 선에서 정리돼야 한다.
☆☆☆☆☆한데 이번 사건의 기소부터 판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무언가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
♡♡과문의 탓인지 모르지만 이번 삼성 사건은 정경유착의 기존 관행에서도 많이 벗어난 것으로 느껴진다.
♡♡♡이 부회장이 오히려 피해자라는 인상을 받는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부터 소위 적폐 청산에 과도한 힘을 써왔다
♡♡♡그러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벌어지는 소위 과거사 청산과 적폐 청산이 우리 미래에 무슨 도움이 될까.
☆☆☆☆ 제주 4·3사태, 5·18 민주화운동, 세월호의 상처를 다시 쑤시는 것이 진정 국민 화합을 위한 길인가.
♡♡♡♡♡전직 대통령들이 줄줄이 감옥으로 향함으로써 우리 정치가 더 나아졌나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모두가 안다.
☆☆덮을 것은 덮고 잊을 것은 잊는 게 순리다.
♡♡♡♡♡그래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와중에 영국 총리가 된 윈스턴 처칠은 전임 체임벌린 정부의 잘못된 유화정책이 히틀러를 억제하지 못했다며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국민의 성난 목소리에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만약 우리가 과거와 현재 사이의 싸움을 시작한다면 미래를 잃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이번 이 부회장 판결에는 확실한 법리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경제적으로 무척이나 어려운 이 시점에 그를 감옥에 보내는 것은 순리가 아닌 것 같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법보다는 밥’이 중요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사법부도, 정치권도, 국민도 조금 너그럽게 세상을 바라봤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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