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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야마 송곳샷의 비결 ‘0.2초 멈춤’

마쓰야마 송곳샷의 비결 ‘0.2초 멈춤’

스윙 톱서 0.2초 멈췄다 내려와, 체중이동 자연스러워 샷 정확해져... 임성재 박인비도 정지했다 공쳐

민학수 기자

입력 2021.04.13 03:00 | 수정 2021.04.13 03:00

 

 

 

 

 

마쓰야마 히데키(29)의 트레이드 마크는 백스윙 톱에서 멈추는 동작이다. 천천히 백스윙을 시작해 엄청나게 큰 스윙 아크를 만들고, 백스윙 톱에서 잠시 멈췄다 내려오는 독특한 템포를 지니고 있다. 백스윙 톱에서 멈추고 있으면 ‘도대체 언제 치려고 저러나’ 싶을 정도로 느긋하다. 그는 180cm, 89kg의 탄탄한 신체 조건에서 상·하체의 꼬임이 좋아 높은 탄도의 정확한 공을 치는 능력이 있다.

 

이번 마스터스에선 오거스타 내셔널의 ‘유리알 그린’에 레이저 광선처럼 꽂히는 아이언 샷의 진수를 보여줬다. 3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5개로 7타를 줄이며 우승 발판을 마련했을 때 샷 정확성은 타이거 우즈의 전성기에 비견될 정도라는 평가였다.

한없이 느려 보이는 마쓰야마의 ‘느림보 스윙’을 실제 시간으로 재보면 어떨까? 실제 멈춤 동작은 생각만큼 길지 않았다. 마쓰야마의 드라이버 스윙 시간은 백스윙 1.2초, 백스윙 톱에서 멈추는 시간 0.2초, 다운스윙에서 피니시까지 0.3초 등 모두 1.7초였다. 미국 100대 골프 코치로 꼽히는 조너선 야후드가 중계 화면을 갖고 만든 분석 자료다.

‘0.2초의 정지 동작’이 정확성을 위한 마법의 시간일까?

마쓰야마는 “2013년 미국 무대에서 뛰기 시작하면서 워낙 장타를 치는 PGA투어 선수들과 거리 경쟁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스윙이 빨라진 것을 알았다”고 했다. 그러자 공이 왼쪽, 오른쪽 어느 방향으로 갈지 모를 정도로 정확성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마쓰야마는 “특별히 개인 지도를 받은 것은 없고 스윙을 최대한 천천히 해보자는 생각만 했다”며 “클럽을 잠시 멈춘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느리게 하려고 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야후드도 “마쓰야마의 클럽이 백스윙 톱에 이르는 순간 지면 반발력을 느끼면서 상·하체가 로테이션을 위한 준비 작업을 한다”며 “워낙 느리다 보니 정지한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스윙을 멈추는 듯한 동작을 통해 상체가 엎어지는 동작이 사라지고 자연스럽게 체중 이동이 이뤄진다고 한다.

이번 마스터스 국내 중계방송 해설을 맡은 고덕호 위원은 마쓰야마의 골반 움직임을 주목한다. 그는 “마쓰야마가 어드레스 동작 때 체중을 약간 왼쪽에 두고 골반 움직임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백스윙 톱에서 멈추는 시간이 생긴다”고 보았다. 이런 스윙 유형을 지닌 선수들은 백스윙을 천천히 하면서 상체의 꼬임을 최대화하고 나서 백스윙 톱에서 잠시 멈추었다가 치는 ‘스톱 앤드 고(stop and go)’ 스윙이 나온다고 했다. 한국 남녀 골프의 간판 스타인 임성재와 박인비도 같은 유형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임성재도 “스윙의 일관성이 나빠졌을 때 백스윙을 최대한 천천히 하는 스윙으로 바로잡을 수 있었다”고 했다. 박인비도 “특별히 스윙을 멈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면서 “백스윙에서 다운스윙으로 이행하는 동작이 천천히 이뤄질수록 정확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스윙이 흐트러진 주말 골퍼도 천천히 백스윙을 하고 백스윙 톱에서 1~3초 정도 멈췄다 다운스윙을 하면 효과를 보게 된다고 한다. 미국의 골프 전설 보비 존스는 “너무 느린 스윙이란 없다”고 말했다. 느려서 나쁜 스윙은 없다는 것이다.

 

민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