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환자, 콜레스테롤 정상이라도 혈관 좁아져"
-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 입력 2021.05.2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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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메디스내과 정남식 대표원장/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필메디스내과 정남식 대표원장/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심혈관질환이 수십 년 새 크게 늘어난 결정적인 이유는?
주거 환경과 영양 상태가 과거와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생활습관의 변화로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병이 증가했다. 의료 기술의 발달도 하나의 요인이다. 요즘은 감염 질환으로 조기에 사망하지 않는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오래 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심혈관질환이 늘어났다. 혈관이 나이가 들면 막히고 터질 위험이 커진다. 심근경색은 물론, 심부전, 부정맥 등의 위험이 높아진다. 부정맥의 일종인 심방세동이 있으면 혈전이 떨어져 나가 뇌혈관을 막아 뇌졸중의 위험도 동시에 높아진다.-심혈관질환 원인인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중에 가장 위협적인 것은?
세 질환 똑같이 혈관을 손상시키며 서로 영향을 준다. 먼저 혈압이 높으면 혈관 내벽이 손상된다. 혈관 내벽이 손상되면 콜레스테롤이 스며들게 된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이라고 해도 혈관에 스며든다. 스며든 콜레스테롤은 산화가 되고 염증반응을 일으키고, 죽 덩어리처럼 쌓이게 된다. 이 상태를 ‘죽상 동맥경화’라고 한다. 흔히 고혈압이 있지만,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이면 동맥경화로부터 자유롭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동맥경화 환자의 50%가 콜레스테롤이 정상이므로 절대 안심해서는 안 된다. 혈관벽은 혈압에 의해서만 손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스트레스, 미세먼지, 흡연 등에 노출되면 언제든 손상된다. 수명이 늘면서 이러한 위험성은 더 높아졌다.한편, 담배는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3총사보다 더 나쁘다. 흡연을 하면 담배 독성 물질이 혈액 떠다니면서 혈관을 망가뜨리고, 안 좋은 콜레스테롤이 혈관에 끼어들게 된다.-고혈압 등 만성질환 발병 연령대가 어려지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
고혈압은 20~30대 10명 중 1명, 이상지질혈증은 5명 중 1명이 갖고 있다. 이들 질병은 혈관을 손상시키는 위험요소가 되는데, 일찍 시작되면 당연히 좋을 리가 없다. 60대에 질병이 시작되는 것과 30대에 시작하는 것은 합병증 위험에서 크게 차이가 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젊은 사람들은 만성질환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고혈압·이상지질혈증 등은 증상이 없지만 방치하면 사망한다.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은 고혈압이었는데, 당시 혈압약이 없어서 뇌출혈로 재임 중에 사망했다. 이처럼 혈압은 조절하지 않으면 사망한다. 뇌출혈뿐만 아니라 심장에 직접적인 문제를 준다. 심장 혈관이 막혀 심근경색 같은 허혈성 심장질환이 발생할 수 있고, 심장이 두꺼워져 제 기능을 잃어버리는 심부전,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 위험이 높아진다. 콩팥도 빨리 나빠지며, 망막 출혈로 실명이 올 수도 있다.-가정혈압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병원 혈압보다 가정혈압이 우선이다. 혈압은 24시간 파도처럼 변화하는데, 병원에서는 환자의 새벽 6시, 밤 12시 혈압을 모른다. 나의 경우도 고혈압이었는데, 고혈압인지 모르다 우연히 소변 검사에서 미세 단백뇨를 발견했다. 집에서 혈압을 재보니 아침 혈압이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환자 스스로 잰 혈압은 하루 혈압 패턴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자가 자기 혈압을 알게 됨으로써 혈압에 관심을 갖게 되고 약을 잘 먹게 된다. 그래서 환자에게 매일 아침저녁으로 혈압을 재서 기록해오라고 한다. 가정혈압은 아침에 화장실을 다녀오고 5분 후에 한번, 자기 전에 한번 총 2번을 재면 된다. 혈압을 매일 기록하면 의사가 환자의 혈압 패턴을 정교하게 알고, 그에 맞춰 혈압약을 처방할 수 있다.
-이상지질혈증과 당뇨병 관리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이상지질혈증의 경우는 국가검진에 포함돼 4년에 한 번 혈액검사를 하는데, 충분치 않다고 생각한다. 혈액검사의 간격이 너무 길다. 또한 혈액검사에서 끝낼 것이 아니라 혈관에 콜레스테롤 얼마나 쌓였나 한 번쯤은 살펴야 한다. 혈관 내부의 동맥경화 정도를 살피는 ‘혈관 검사’가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 경동맥 초음파 검사와 CT를 이용한 관상동맥 석회화 수치 검사를 한 번쯤 해볼 것을 권한다. 심장에서 뇌로 올라가는 혈관인 경동맥의 상태를 살피거나, 관상동맥에 침착된 석회를 측정하면 혈관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실제 미국·유럽에서는 이러한 혈관 검사를 적극적으로 권고하고 있으며, 약 처방 시 의사가 해당 결과를 고려하고 있다. 당뇨병의 경우도 혈관 검사는 똑같이 중요하다. 당뇨병은 앞서 말했듯이 전단계라도 당뇨병과 같이 취급하고 철저하게 식이요법, 운동 등 생활 관리를 해야 한다.-심장질환을 경험한 환자들은 어떻게 생활해야 하나?
심혈관질환에 완치란 없다. 아스피린·스타틴 같은 기본 약제와 함께 심장 기능을 개선하는 약을 평생 복용해야 한다. 심장 기능을 살피는 운동부하검사, 관상동맥조영술 같은 검사도 필요에 따라 받아야 한다. 이렇게 관리를 잘 받으면 심장 문제로 사망하는 것이 아니라, 암이나 폐렴 등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많다. 심혈관질환 치료에는 국내 의료진의 실력이 최고 수준이므로 주치의를 믿고 따라야 한다.부정맥도 잘 생긴다. 부정맥의 대표적인 것이 심방세동이다. 심방세동은 심장에서 혈전이 떨어져 나가서 뇌경색 위험을 높이는데, 뇌경색의 50%가 심방세동 때문이다. 심부전·부정맥까지 안가기 위해서는 고혈압·이상지질혈증·당뇨병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셋째, 조기발견을 해야 한다. 심혈관질환은 증상이 없다고 병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기적인 심혈관 검진을 하고 조기부터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정남식 대표원장
연세대 의대 졸업. 2014~2016년 연세의료원장 겸 의무부총장을 역임했다. 김대중 대통령 심장 주치의를 지냈으며, 40년 이상 환자를 돌본 국내 최고 심혈관질환 명의로 손꼽힌다. 대한심장학회 이사장, 아시아태평양심장학회 부회장, 국민고혈압사업단장,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원장을 역임했다. 연세대 의대 정년퇴임 후 2018년에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필메디스내과의원을 개원했다. 대학병원에서는 어려웠지만, 1차 의료기관에 오면서 좀 더 가깝게 심혈관질환자를 돌보고 있다. 그에게 처음 진료를 받으면 10분 이상의 질환 설명은 기본. 환자들이 자꾸 잊어버리는 것을 걱정해 최근에는 개인 유튜브(정남식교수심혈관지식정보채널)도 열었다. 가정혈압을 중요하게 여겨 환자들에게 하루 두 번 혈압 측정 ‘숙제’를 내주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세밀한 약 처방도 해주고 있다. 가정혈압 숙제는 환자가 자신의 질병에 관심을 갖고 치료에 참여시키기 위한 방책이기도 하다.- 현재는 심폐소생술국민운동본부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돌연사 90% 이상은 심혈관질환 때문인데, 사망을 막기 위해서는 심폐소생술이 너무 중요하다. 전 국민이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도록 교육을 하기 위해서 사회 각층에서 후원을 받아 체험관 등을 만들고 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뛰고 있다.
필메디스내과 정남식 대표원장/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 -100세 시대 심장 건강을 위해 지켜야 할 것 3가지를 꼽는다면?
첫째, 내 몸을 손상시키는 나쁜 음식 피하기. 짜고 기름지고 단 음식은 몸에도, 심장에도 좋지 않다. 둘째, 운동하기. 운동을 생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천천히 걷는 것은 운동이 아니다. 심폐 기능을 단련시키려면 땀이 나는 운동을 해야 한다. 근력 운동도 병행해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헬스클럽에 가기 어려운 환경이라도 운동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 -고령화가 되면서 심부전 환자도 늘고 있다?
심부전은 심장의 펌프 능력이 제 기능을 못하는 질환이다. 협심증·심근경색 같은 심장병을 앓았던 사람이 심부전으로 진행하거나, 나이가 들어 심장의 노화로 올 수도 있다. 증상은 숨이 찬 것이다. 과거와 달리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면 의심해야 한다. 지하철 계단을 올라가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는데, 언제부턴가 그렇지 못하거나 숨이 차서 밤에 눕질 못하는 등의 증상이 대표적이다. 피곤하고 몸이 붓는 것도 특징이다. - -심장질환은 조기에 진단이 잘 안 되고 있나?
국가 암 검진은 활발히 진행되는 데 반해 심혈관질환 조기검진은 미진한 상태다. 혈압·혈당 검사, 혈액 검사는 국가 검진에 포함돼 있지만, 앞서 얘기한 혈관 상태를 정확하게 살필 수 있는 검사는 빠져 있다. 중년층 이상이라면 혈관의 동맥경화가 얼마나 진행됐는지 확인하는 혈관 검사(경동맥 초음파, 관상동맥 석회화 수치 검사)가 필요하며, 건강 보험 혜택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 검진에 포함된 심전도 검사는 병이 진행된 사람에게나 효과가 있다. 또 현재 상태를 반영할 뿐 미래의 질병을 예측하는 검사도 아니다. 한국인의 가장 큰 사망원인인 심혈관질환을 조기 발견을 위한 정책적 투자를 해야 한다. 고혈압 유병률/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 -고혈압은 혈관을 손상시키는 대표 질병인가?
그렇다. 혈압을 정상으로 유지해야 혈관 보호를 할 수 있다. 그런데 20세 이상 성인 기준으로 고혈압 유병률은 29%로 1200만 명이나 된다. 인지율은 67%이며 치료율은 63%, 조절률은 47%에 불과하다. 고혈압 환자의 절반은 높은 혈압 상태에서 방치되고 있는 셈. 젊다고 안심하면 안 된다. 20~30대 젊은 층에서도 10명 중 1명이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혈압은 젊은 나이에도 자주 측정해야 한다. 병원에서 재는 혈압보다 가정혈압이 중요한데, 혈압계를 하나 사서 집에다 두고 수시로 잴 것을 권한다. - 높은 혈당 역시도 혈관 내피세포를 손상시킨다. 인슐린이 높은 것 그 자체는 동맥경화 위험인자다. 흔히 당뇨병은 약을 먹기 시작할 때부터 혈관에 손상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당뇨약을 먹기 10년 전부터 동맥경화가 시작된다. 당뇨 전단계라면 당뇨병에 준하는 식사 조절, 복부 비만 개선 등의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 -심혈관질환은 한국인 사망원인 2위다. 곧 1위로 올라갈 것이라고 예측하나?
그렇다. 심혈관질환은 2012년 처음 한국인 사망원인 2위로 올라간 뒤 계속 유지되고 있다.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면 결국 심혈관질환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노화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비만 인구가 늘면서 앞으로 미국처럼 심혈관질환이 한국인 사망원인 1위로 올라설 것이다. 엄밀히 따지면 지금도 한국인 사망원인 1위다. 암은 모든 암을 통틀어서 통계를 잡는다. '단일' 질환으로 따지면 심혈관질환이 1위이다. - 고령화 시대, 심장과 혈관이 위협받는 이유는 고혈압·이상지질혈증·당뇨병 같은 만성질환 3총사 때문이다. 이 세 질환은 똑같이 동맥경화를 일으킨다. 나이가 들면 누구에게나 올 수 있으며, 60세가 되면 절반 이상이 하나 이상은 앓고 있다. 하나가 아니라 동시에 앓는 경우도 많다. 일례로 고혈압 환자의 60%가 이상지질혈증 혹은 당뇨병을 동반하고 있다. 국내 최고 고혈압·심장병 명의로 손꼽히는 필메디스내과 정남식 대표원장은 “만성질환은 증상이 없이 조용히 혈관을 병들게 하기 때문에 빨리 찾아내야 한다”며 “혈압·혈당 같은 기본 검사 외에 중년층 이상이라면 혈관 내부를 직접 보는 검사를 통해 혈관의 동맥경화 상태를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를 만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 관리와 심장병의 위험성에 대해 들었다.
-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심혈관질환 명의' 필메디스내과 정남식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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