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지구 최강의 자석, 인공 태양의 심장 되려 프랑스 간다
[사이언스카페]
입력 2021.06.16 08:31
프랑스 카다라쉬에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자석은 ITER의 가장 안쪽에 들어간다./ITER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자석이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를 향해 미국에서 유럽으로 항해를 시작한다. 핵융합발전은 태양이 에너지를 만드는 원리를 모방했다고 해서 인공 태양으로 불린다. 자석은 그 인공 태양의 심장부가 될 전망이다.
미국 제네럴 아토믹은 15일(현지 시각) “10년 개발 끝에 ITER의 핵심 구성품이 될 중앙 전자석을 완성해 첫 모듈을 프랑스로 가는 배에 선적한다”고 밝혔다.
ITER는 핵융합에너지의 상용화 가능성을 실증하기 위한 초대형 국제협력 연구·개발(R&D) 프로젝트다. 한국을 포함해 유럽연합(EU)·미국·일본·러시아·중국·인도 등이 참여하고 있다. 각국에서 만든 부품을 프랑스 카다라쉬의 ITER 건설지에서 조립해 2025년 완공하는 것이 목표다.
제네럴 아토믹 개발진이 샌디에이고 공장에서 출하 준비를 마친 초전도 자석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초전도 자석은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한 가운데 들어갈 예정이다. 6개 모듈로 구성되는데, 6월 중 첫 모듈(오른쪽)이 출하되고, 두번째 모듈(왼쪽)은 9월에 프랑스로 떠난다./제네럴 아토믹
◇1억도 인공 태양 가두는 역할
이번에 프랑스로 가는 중앙 전자석은 이름 그대로 핵융합발전소의 한 가운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핵융합 발전은 태양이 에너지를 내는 원리를 이용한다. 수소와 같은 가벼운 원자들이 융합해 그보다 무거운 원자핵이 되면서 감소하는 질량만큼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한다. 이런 과정은 섭씨 1억도에서 일어나는데 자석은 이때 주변 장치가 녹지 않도록 핵융합 물질을 양쪽에서 밀어내는 역할을 한다.
전자석은 초등학교 과학실험에서 못에 코일을 감아 만든 것과 원리가 같다. 못에 전기를 흘리면 클립이 달라붙는다. 전자석은 이처럼 전류가 자기장을 유도하는 패러데이의 전자기 유도 원리를 이용한다. 핵융합발전소의 전자석에는 전류가 흘러도 저항이 거의 없다는 초전도 코일이 들어간다.
중앙 초전도 전자석은 높이 18미터, 폭 4.2미터에 무게는 1000톤이나 된다. 총 길이가 43킬로미터에 이르는 니오븀-주석 초전도 코일을 감은 형태이다. 자기장의 세기는 13테슬라로, 지구 자기장의 28만 배에 이른다. 이 때문에 초전도 전자석은 우주왕복선이 이륙할 때 발생하는 추력의 두 배까지 견딜 수 있는 구조물에 들어간다.
제네럴 아토믹은 중앙 초전도 전자석을 6개의 모듈로 나눠 순차적으로 운송할 예정이다. 첫 번째 모듈은 샌디에이고 공장에서 육로로 휴스톤으로 옮긴 다음, 다음달 초 배편으로 프랑스로 간다. ITER 건설지인 프랑스 남부 카다라쉬에는 8월 말 도착할 예정이다. ITER는 2025년까지 핵융합로 건설을 마치고, 2030년부터 투입 에너지보다 생산 에너지가 많은 본격적인 상용 발전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27일 오전 대전 유성구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서 연구원들이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 내부를 점검하고 있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은 지난해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 1억℃ 초고온 플라스마 20초 유지에 성공했으며, 올해 3월부터 8월까지 1억℃ 초고온 플라즈마 30초 유지와 5000~6000만도 고성능 플라스마 운전모드(H-모드) 100초 이상 유지 달성 계획을 세웠다. /신현종 기자
◇플라스마 유지 기록은 한국이 보유
우리나라는 독자적으로 ‘한국형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KSTAR)’를 개발했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은 지난해 11월 KSTAR로 1억도 초고온 플라스마를 20초간 유지하는 데 성공하면서, 세계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이는 기존 1억도 초고온 플라스마 운전의 세계 최고 기록이자, 2019년도 KSTAR의 초고온 플라스마 운전 기록인 8초를 2배 이상 늘린 성과이다.
플라스마는 원자핵과 전자가 따로 노는 상태로, 고체, 액체, 기체에 이어 제4의 물질 상태로 불린다. 자연에서 핵융합은 태양처럼 중력이 엄청난 별에서 일어난다. 태양보다 중력이 약한 지구에서 핵융합을 일으키려면 대신 1억도 이상의 초고온에서 플라스마를 만들어야 한다. 태양은 중력이 강하기 때문에 1500만도 환경에서도 핵융합이 일어난다.
초고온 플라스마가 벽에 바로 닿으면 장치가 녹아버린다. 이를 막기 위해 진공 용기 벽 안에 영하 269도의 초전도 자석을 넣어 플라스마를 밀어낸다. 이번에 선적하는 중앙 초전도 전자석과 용기 바깥쪽의 초전도 자석이 플라스마를 한 가운데로 몰고 회전시킨다. 이때 발생하는 엄청난 열로 진공용기 벽 바깥쪽의 물을 끓여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든다.
KSTAR는 2018년 실험에서 최초로 플라스마 이온온도 1억도 달성(유지시간 약 1.5초)에 성공한 이후, 매년 초고온 플라스마 운전 세계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KSTAR의 최종 운전 목표는 2025년까지 1억도 초고온 플라스마의 300초 연속운전을 달성하는 것이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서 개발 중인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 /신현종 기자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1997년 이후 줄곧 과학 분야만 취재하고, 국내 유일 과학기자 기명칼럼인 ‘이영완의 사이언스카페’에서 자연과 역사, 문화를 과학으로 풀어내길 좋아하는 이야기꾼, 이영완 과학전문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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