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은 제국들의 무덤
입력 2021.08.14 11:00
지난 10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과 접경한 타지키스탄 남서부 하틀론주의 하르브-마이돈 훈련장에서 타지키스탄군 탱크들이 러시아군, 우즈베키스탄군과 합동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미군 철수로 정세가 악화한 아프가니스탄의 위기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지난 5일 시작된 이번 연합훈련은 이날까지 엿새 동안 진행됐다./AP 연합뉴스
중앙아시아의 지정학적 요충지에 있는 아프가니스탄은 역대 강대국들이 쟁탈전을 벌였지만, 모두 고전(苦戰)을 면치 못해 ‘제국들의 무덤(graveyard of empires)’으로 불린다. 험준한 산악 지형, 열악한 기후 조건과 함께 토착 세력의 강한 저항에 밀려 열강들이 침공했다가 철군한 사례가 많다.
세계의 초강대국이던 영국은 19세기 패권을 다퉜던 러시아가 부동항을 얻기 위해 남하하자, 이를 견제하기 아프간을 침공했다. 제1차(1838~1842년), 제2차(1878~1880년), 제3차(1919년)에 걸친 아프간과의 전쟁을 거치며 영국은 일시적으로 아프간을 점령하고 지배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수만 명의 사망자를 내며 완전 정복엔 실패했다. 끈질긴 아프간군의 저항에 부딪힌 영국은 결국 1919년 아프간 독립을 허용했다.
냉전 시기인 1979년 12월, 소련은 친소파 정권에 저항하는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 세력 무자헤딘(전사들)을 진압한다는 명분으로 아프간을 침공했다. 미국은 당시 무자헤딘 세력을 지원하며 소련군에 맞서는 것을 도왔다. 소련은 전쟁 비용으로 840억달러를 투입했지만 아프간을 장악하는 데 실패했다. 특히 소련 침공에 맞서 파슈툰족(아프가니스탄 최대 부족) 전사들이 맹렬히 저항했고, 이들은 훗날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조직 탈레반의 기원이 됐다. 소련은 1988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평화 조약을 체결할 때까지 병력 5만명을 잃은 후 1989년 철군했다. 일각에선 이 전쟁의 실패가 소련 붕괴의 원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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