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이라며… 내 얼굴을 야한 동영상에 합성했대요”
유명인들 피해 주던 ‘딥페이크’ 일반인 대상으로 확산
영상 만들어주는 앱 속속 출시, 소셜미디어에 합성영상 쏟아져
지인 모욕하기 위한 범죄에 악용… 장난이라도 처벌될 수 있어
입력 2021.09.29 03:54
“이거 진짜 감쪽같지?”
대학생 이모(여·24)씨는 최근 친구로부터 속옷 차림의 여성 모델에 본인 얼굴이 합성된 동영상을 받았다. 친구가 한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 만든 ‘딥페이크(deepfake·인공지능을 활용한 조작)’ 영상이었다. 친구는 이 밖에도 이씨의 얼굴을 동물, 영화 주인공의 몸에 합성한 영상들도 잇따라 보냈다. 이씨는 “친구가 신기하다며 장난으로 보낸 영상이긴 한데, 허락도 없이 내 얼굴을 다른 사람이나 동물에까지 합성해 솔직히 불쾌했다”며 “소셜미디어에 올라가 있는 내 사진 한 장만 가지고 이렇게 쉽게 불법 합성물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소름 끼친다”고 했다.
본지 남성 기자가 스마트폰 앱으로 자신의 얼굴을 다른 여성의 몸과 합성해 만든 딥페이크 영상.
인공지능(AI) 기술을 바탕으로 기존 동영상에 누군가의 얼굴을 교묘하게 합성하는 ‘딥페이크’ 영상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빠르게 놀이처럼 확산하고 있다. 터치 몇 번만으로 손쉽게 합성 영상을 만들어주는 앱이 속속 출시되면서, 합성 결과물들도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에 빠르게 번지고 있다. 지난달 출시한 ‘페이스플레이(faceplay)’란 앱은 출시 한 달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넘어섰고, 인스타그램에 관련 게시물도 3만7000여 개에 달한다. 유사한 리페이스(reface)란 앱은 이미 다운로드가 1억회 이상, 관련 게시물도 65만개가 넘을 정도다.
딥페이크 기술은 양날의 검과 같아서, 재밋거리인 동시에 범죄 악용 우려도 있다. 지난 1월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여성 연예인들을 고통받게 하는 불법 영상 딥페이크를 강력히 처벌해주세요’란 청원이 올라와 39만여 명의 동의를 얻은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엔 유명인을 넘어 일반인도 범죄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2월 전북경찰청은 온라인에서 알게 된 일반인 여성의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해 6개월간 57차례나 해외 성인 사이트에 올린 20대 남성을 구속하기도 했다.
최근 트위터, 텀블러 등 소셜미디어에는 ‘지인능욕’ ‘지인합성’ 등의 검색어가 판을 치고 있다. 지인(知人)의 사진 2~3장만 보내주면, 포르노 등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사진·영상 등과 합성해준다고 광고하는 업자들의 글이다. 마음에 안 드는 지인을 망신 주거나, 관심 있는 사람을 몰래 성적 대상으로 삼고자 하는 이들을 노린 것이다. 업자들은 연락처를 노출하지 않고, 비밀 메신저인 텔레그램 등을 통해 ‘무료 제작해줄 테니 지인의 얼굴·몸매 사진을 보내라’거나 합성 비용으로 ‘사진 한 장당 1000원, 영상 하나당 1만원어치 문화상품권을 보내라’고 요구한다.
정부 산하 기구인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지난해 24곳의 성인 사이트·소셜미디어에 올라온 1만1891건의 불법 합성물을 추적한 결과, 학생·직장인 등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 전체의 20%를 차지했다. 센터의 박성혜 팀장은 “과거엔 가수·배우 등 유명인 대상 불법 합성물을 유포하는 식이었다면 최근엔 일반인이 주변 지인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딥페이크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 만큼 범죄 악용에 대한 경각심도 필요하다”고 했다.
장난으로라도 타인이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합성 사진·영상을 만들어 뿌릴 경우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타인의 의사에 반해, 배포 목적으로 성적 욕망·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편집·합성물을 만들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는 조항이 성폭력처벌법에 신설됐다. 안팍법률사무소의 안주영 대표변호사는 “흔히 딥페이크 앱에서 제공하는 노출이 있는 의상의 인물에 동의 없이 타인 얼굴을 합성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면 디지털 성범죄가 된다”며 “명예를 실추할 수 있는 행위가 이뤄지는 합성물의 경우, 명예훼손죄에도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채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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