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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뇌에 미세전극 이식… 16년 만에 시력 찾았다

뇌에 미세전극 이식… 16년 만에 시력 찾았다

[사이언스샷]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2021.10.27 09:30

 

 

 

 

 

시각 장애인이 카메라가 달린 안경으로 사물을 보면 영상 정보가 뇌에 이식한 미세전극으로 전달된다. 전극이 전기자극을 주면 뇌가 글자와 사물 형태를 구분한다./미 유타대

16년 동안 시력을 완전 상실했던 사람이 뇌에 이식한 전극 덕분에 글자를 읽고 사물의 형태를 구분했다. 앞으로 연구가 발전하면 시각장애인이 주변 환경을 인식해 안전하게 생활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16년 동안 시력을 완전히 잃었던 스페인의 교사가 뇌에 이식한 미세 전극 덕분에 사물 형태를 구분할 수 있었다./미 유타대

미국 유타대는 “시각장애인의 뇌에 이식한 미세 전극과 특수 카메라 안경 덕분에 시각장애인이 일시적으로 시력을 회복했다”고 26일(현지 시각)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임상 연구 저널’에 실렸다.

유타대 의대의 리처드 노먼 교수 연구진은 뇌에 전기자극을 주는 미세 전극을 개발했다. 가로, 세로 4㎜ 크기인 이 전극에는 1.5㎜ 높이의 바늘이 96개 심어져 있다. 연구진은 이 미세 전극을 스페인의 고교 생물교사인 베르나 고메즈(58)의 뇌 시각중추에 이식했다. 고메즈는 16년 전 독성 시신경 병증으로 눈과 뇌의 연결이 완전히 끊어졌다.

스페인 미구엘 에르난데스대의 에두아르도 페르난데즈 교수는 특수 카메라가 달린 안경을 개발했다. 안경을 쓰면 카메라가 사물을 찍어 뇌에 있는 미세 전극으로 정보를 보낸다. 전극은 영상 정보에 따라 시각중추에 전기자극을 줘 사물을 구분하도록 한다.

 

시각 장애인의 시각중추에 미세전극을 이식하고 사물의 정보를 보내면 전기자극을 통해 뇌가 글자와 사물 형태를 구분한다./미 유타대

고메즈는 전극 이식 후 페르난데즈 교수 연구실에서 6개월간 특수 안경을 쓰고 흑백 선의 가장자리를 구분하고 글자를 읽는 훈련을 했다. 나중에는 특정 도형이 어느 쪽에 있는지 구분하는 비디오 게임까지 할 수 있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고메즈는 “시각 장애인으로서 그전에는 문이나 창문, 또는 사람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미세 전극 이식 후에는 최소한 뭔가 거기에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험 후 미세 전극을 제거했을 때에도 별다른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유타대의 노먼 교수는 “시각 장애인이 좀 더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며 “연구가 발전하면 사람과 출입문, 자동차를 쉽게 구분해 보다 안전하고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2024년까지 시각 장애인 4명을 대상으로 추가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노먼 교수는 미세 전극을 7~10개 뇌에 이식하면 시각 장애인이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1997년 이후 줄곧 과학 분야만 취재하고, 국내 유일 과학기자 기명칼럼인 ‘이영완의 사이언스카페’에서 자연과 역사, 문화를 과학으로 풀어내길 좋아하는 이야기꾼, 이영완 과학전문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