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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홍의 컬처 엔지니어링] ‘메타위기’ 뚫고 ‘메타버스’로 나가자

[정진홍의 컬처 엔지니어링] ‘메타위기’ 뚫고 ‘메타버스’로 나가자

정진홍 컬처엔지니어

입력 2021.11.10 03:00

 

 

 

 

 

# 이름도 생소한 ‘요소수’ 때문에 난리다. 문제를 파헤쳐 보면 한마디로 그린 이슈와 글로벌 분쟁 이슈가 뒤엉키면서 우리는 전혀 예상치 못한 요소수 대란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배기가스 규제 기준인 ‘유로 6′가 적용된 2014년 이후 생산되는 모든 디젤엔진에는 SCR(선택적 촉매 환원) 장치를 구비해야 하고 여기에 요소수는 필수 품목이다. 그런데 지난 10월 중국이 요소의 해외 반출을 막으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중국도 이유는 있었다. 호주와의 이런저런 갈등 국면에서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하자 이를 원료로 하던 중국 내 요소 추출 공장의 가동이 현저히 떨어져 자국 내 사용분 외에 크게 여유가 없게 된 것이다. 요소수 품귀로 대부분 디젤차인 대형 화물 차량이 멈춰 서면 물류 대란은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2년 가깝게 코로나를 겪으며 거의 모든 영역에서 ‘배달’이 생활화되어 버린 상태에서 생활 대란으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평소에는 별것 아닌 것으로 여겨지던 사소한 것들이 뒤엉켜 엄청난 사회 경제적 파장을 몰고 오는 위기를 가리켜 ‘메타 리스크(Meta Risk)’라 한다면, 요소수 파동은 우리가 ‘메타 위기’의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태다.

# 열흘 전인 지난 1일 홍라희 전 리움 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합천 해인사를 찾았다. 그날은 마침 삼성전자 창립 52주년 기념일이기도 했지만 지난 10월 25일 1주기를 맞았던 고 이건희 회장을 기리고, 지난해 12월 그의 49재를 봉행해준 해인사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의미가 있었는 듯싶다. 그런데 그날 홍 관장과 이 부회장이 해인사 경내 퇴설당으로 방장 원각 대종사를 예방했을 때, 방장 스님께 추사 김정희가 해서(楷書)로 쓴 ‘반야심경(般若心經)’(보물 547호)을 진본과 구별하기 힘들 만큼 똑같이 책자로 만들어 전달하고 차담을 나누던 중 홍 관장이 ‘메타버스(Metaverse)’를 언급했다고 해서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초월한다는 의미의 ‘메타(Meta)’와 현실 세계 내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인 메타버스는 말 그대로 현실 세계를 뛰어넘어 펼쳐지는 실재와 구별조차 되지 않는 초현실·초가상의 무한 확장이 가능한 영역과 세계를 가리킨다. 더구나 메타버스에서 아바타 등을 활용해 일과 놀이, 생산과 소비와 소통이 무한대로 펼쳐질 3차원 (가상) 플랫폼이 열리면 이것은 그 자체로 새로운 생활 영역이자 시장이 될 것이 분명하다. 실제로 전 세계가 코로나로 몸살을 앓고 난 후 메타버스는 기존의 세계로서의 유니버스를 빠르게 대체해 가고 있다.

# 일례로 페이스북은 최근 사명(社名)을 아예 ‘메타(Meta)’로 바꿨다. 2014년 VR(가상현실) 기기 전문 기업인 오큘러스를 인수한 이후 ‘메타버스’ 시장에 공격적으로 뛰어든 페이스북의 저커버그는 이미 “향후 5년 안에 페이스북을 소셜미디어 회사에서 메타버스 기업으로 재탄생시킬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최근 재개관한 리움(LEEUM)도 ‘메타버스’관 개관을 추진하고 있다. 3차원 공간에 미술품을 전시해놓고 VR 기기 등을 이용해 리움 컬렉션을 몽땅 관람할 수 있는 공간과 세상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메타 리움(meta. LEEUM)’이라는 새로운 상표권도 이미 특허청에 출원했다고 한다. 기존의 ‘리움’은 세계적인 3인의 건축가 마리오 보타, 장 누벨 그리고 렘 쿨하스가 구현한 세 개의 현실 공간이다. 하지만 ‘메타 리움’은 물리적 시간과 공간 개념에 얽매이지 않는 무한 확장의 아트 영역을 구현하게 될 것이다. 그럼으로써 리움 개관 당시의 캐치프레이즈였던 ‘미래의 기억들(memories of the future)’을 말 그대로 시공의 경계 없이 무한 확장의 영역에서 담아내고 펼쳐 보일 것이다.

# 530년 전 콜럼버스는 지구가 둥글기에 서쪽으로만 나아가도 동쪽의 인도에 닿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산타마리아, 니냐, 핀타라는 이름의 배 세 척을 대서양에 띄웠다. 그것이 이른바 대항해 시대와 더불어 근대의 ‘둥근 세계’를 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 밀레니엄의 끝자락인 1999년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를 펴냈던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2000년을 전후해 우리는 완전히 다른 시대로 접어들었다며 세계화 3.0 시대를 선언했었다. 세계화 1.0 시대에 변화의 동력이 국가에서 발원했다면, 2.0 시대엔 기업이, 그리고 마침내 3.0 시대엔 개인이 변화의 주체이자 동력의 원천이라고도 말했다. 그리고 세계는 더욱 작고 조밀해졌을 뿐만 아니라 경쟁과 게임의 무대로서의 지구는 그 어느 때보다 평평해졌다고 했다. 말 그대로 ‘둥근 지구’에서 ‘평평한 지구’로 플랫폼이 변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2005년에 ‘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라는 제목의 책을 냈었다. 그런데 이제 채 20년도 안 지나 우리의 세계는 ‘둥근 지구’에서 ‘평평한 지구’로 그리고 마침내 ‘무한 확장의 지구’인 메타버스로 나아가고 있다. 프리드먼은 개인·기업·국가를 구분했지만 이젠 굳이 그럴 필요도 없게 되었다. 무한 확장의 초(超)지구에서는 나 개인이 기업이고, 나 개인이 곧 국가인 세상이 됐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국인의 결사체라 할 대한민국은 더 이상 대륙의 끝자락에 매달린 작은 반도 안에 갇힌 분단 국가가 아니라 무한 확장이 가능한 ‘메타 국가’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이미 우리의 경제적 확장력과 문화적 소구력은 전 세계를 깜짝깜짝 놀라게 하지 않았던가. 이제 정치만 바로 서면 된다. 그런 뜻에서 향후 대선이 단지 정권 교체라는 틀 안에 머물지 않고 메타 위기를 돌파하고 메타버스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무장한 메타 국가로 나아갈 수 있는 변곡점이 될 수 있기를 꿈꾸듯 희망한다.

 

 

정진홍 컬처엔지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