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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하반신 마비 생쥐, 겔 주사맞고 4주만에 다시 걸었다

 

하반신 마비 생쥐, 겔 주사맞고 4주만에 다시 걸었다

[사이언스샷] 미 연구진, FDA에 임상시험 신청 계획

입력 2021.11.12 09:12
 
 
 
 
 
초분자 섬유 겔을 주입하고 12주가 지난 뒤 생쥐 척수의 종단면. 손상 부위 안에서 혈관(붉은색)이 재생했다. 신경세포는 파란색, 세포외기질을 구성하는 라미닌은 녹색으로 염색됐다./미 노스웨스턴대

척수마비 환자가 다시 걸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미국 과학자들이 신경재생을 촉진하는 획기적인 물질을 개발해 하반신이 마비된 쥐를 다시 걷도록 한 것이다. 연구진은 바로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인체 대상 임상시험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노스웨스턴대의 새무엔 스터프 교수 연구진은 “하반신이 마비된 생쥐의 척수에 겔 상태의 고분자 물질을 주입해 4주만에 다시 걷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12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밝혔다.

 
하반신 마비 생쥐 다시 걷게 한 초분자 섬유. 소금물을 주입한 생쥐(왼쪽)은 여전히 뒷다리를 쓰지 못하지만 초분자 섬유 겔을 주입한 생쥐(오른쪽)은 4주 후 다시 걸었다./미 노스웨스턴대

◇세포 떠받치는 지지대 모방해

연구진이 개발한 고분자 물질은 세포를 떠받치는 세포외기질이라는 물질을 모방한 것이다. 세포외기질은 세포가 자라는 지지대가 되며 신경재생을 촉진하는 신호도 제공한다. 연구진은 단백질 구성성분으로 스스로 긴 사슬 구조를 만드는 초분자 섬유를 개발했다.

초분자 섬유는 처음엔 액체 상태이지만 생쥐의 척수 손상 부위에 주입하면 바로 겔 상태가 된다. 연구진은 생쥐 76마리를 대상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다음날 절반은 초분자 섬유를 주입하고 절반은 소금물을 주사했다. 척수 손상 부위에 겔이 형성된 생쥐는 4주 후 다시 걸을 수 있었지만, 소금물은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연구진은 초분자 섬유 겔이 신경세포에서 가지처럼 뻗은 축삭의 재생을 돕는다고 밝혔다. 축삭은 신경신호를 전달하는 일종의 통신 케이블 역할을 한다. 신경재생의 걸림돌이 되는 흉터도 감소시켰다. 혈관도 더 많이 생겨 손상부위로 영양분을 더 많이 공급했다. 운동신경세포의 생존율도 증가했다. 신경섬유를 둘러싸고 전기신호 전달도 돕는 미엘린도 다시 생겨났다.

 
 
척수 손상 치료하는 초분자 섬유 겔의 춤. 신경세포 표면의 수용체와 결합을 촉진해 신경재생을 유도한다./미 노스웨스턴대

◇초분자가 춤추며 신경세포와 결합

초분자 섬유 겔이 척수를 재생시킨 비결은 ‘춤’에 있었다. 초분자 섬유에는 10만여 개의 분자가 있는데, 이들이 춤을 추듯 움직이면서 신경세포 표면의 수용체와 효과적으로 결합된다는 것이다. 일부 분자는 일시적으로 원래 구조에서 떨어져 도약하기도 했다. 그 결과 신경세포 사이의 신호전달이 촉진되면서 재생과정이 빨라진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초분자 섬유 겔은 생분해되면서 영양분이 되고 12주가 지나면 체내에 남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별한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다. 스터프 교수는 “수십 년 간 시도했지만 인체의 뇌와 척수로 구성된 중추신경계는 질병이나 사고로 손상되면 재생할 수 없었다”며 “바로 FDA에 다른 치료법이 듣지 않는 척수 손상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법을 시험하도록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실제로 초분자 섬유가 사람 세포에서도 생체 활성과 신호전달이 증가시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스터프 교수는 앞으로 하반신 마비 환자 외에 루게릭병으로 불리는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이나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1997년 이후 줄곧 과학 분야만 취재하고, 국내 유일 과학기자 기명칼럼인 ‘이영완의 사이언스카페’에서 자연과 역사, 문화를 과학으로 풀어내길 좋아하는 이야기꾼, 이영완 과학전문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