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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日과 접종률 비슷한데 한국 확진자 36배… 전문가들이 든 4가지 이유

日과 접종률 비슷한데 한국 확진자 36배… 전문가들이 든 4가지 이유

日, 식당·카페·쇼핑센터 덜가고
경증·무증상자 검사 적게 하고
10대 청소년들 접종 많이 해
항체 오래가는 mRNA 백신만 접종

입력 2021.11.26 03:00
 
 
 
 
 

4115명 대 113명. 지난 23일 한국과 일본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다. 양국 백신 접종완료율은 25일 현재 한국이 79%, 일본이 77%. 한국이 오히려 높은데 확진자 수는 36배 차이가 난다. 최근 1주일간 인구 100만명당 일 평균 확진자도 한국은 63.87명인데 일본은 0.87명으로 73배 격차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전환으로 여행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지난 5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가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뉴시스

이런 미스터리한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도 의아해하는 상황이다. 일본은 지난 8월까지만 해도 일 확진자 수가 연일 2만명을 넘으면서 ‘방역 후진국’이란 안팎의 비판에 시달렸다. 그런데 9월부터 이 수치가 급격하게 줄어 10월에는 1000명 아래로 떨어졌고, 11월 들어선 100명 밑까지 급감했다. 반면 한국은 11월부터 거리 두기 제한을 풀고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을 선언하면서 확진자가 2000명대에서 4000명 이상으로 폭증하고 있다. 일본 NHK방송은 25일 “한국에선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이 80%에 가까운데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원인을 분석하고 있는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백신접종률, 개인 방역 수준이 비슷한 한국에서 코로나가 재확산하는 원인을 찾아 반면교사 삼겠다는 뜻이다.

왜 그런지에 대해선 아직 의료 전문가들도 정확한 분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기간 한국에 비해 일본에서 유동 인구 증가세가 크지 않다는 점을 원인 중 하나로 추정한다. 실제 아워월드인데이터가 구글 이동량 통계를 바탕으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 ‘식당·카페·쇼핑센터 등을 찾는 인구 이동량’은 지난 8월부터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다가 11월 20일에는 코로나 이전(2020년 1월)과 비교해도 14.1% 많을 정도로 늘었다. ‘공원 등 야외 시설을 찾는 이동량’도 마찬가지다. 2020년 1월보다 49.4% 많아질 정도로 사람들이 활발하게 외부 활동을 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지난해 12월 이후 이동량이 계속 코로나 이전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일 기준 ‘식당·카페·쇼핑센터 등 이동량’은 코로나 이전(2020년 1월)보다 4% 적고, 야외 이동량만 7.1% 늘어난 정도다.

확진자 집계에 잡히지 않은 무증상·경증 감염자들이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일본은 한국과 달리 발열 등 증상이 관찰되는 경우에만 무료로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무증상 및 경증 환자의 경우 검사에 약 2만엔을 내야 해, 검사받지 않고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하루 확진자 1만~2만5000명이 나오던 지난 7~8월 일본 경증·무증상 환자 규모는 하루 10만~20만명에 달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이들이 회복 후 ‘자연 면역’을 획득하면서 백신 접종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냈다는 것이다. 이덕희 경북대 예방의학과 교수가 “일본은 처음부터 국가가 나서서 방역이라는 이름으로 무증상 혹은 경한 증상으로 지나가는 자연 감염을 막지 않았다는 데 있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이 교수의 주장은 일본처럼 느슨한 방역을 진행한 유럽에서 여전히 코로나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지 설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일본 민영방송 닛테레는 한국과 일본의 10대 백신 접종률 차이도 거론했다. 일본은 22일 기준 12~19세 백신 접종률이 68.7%에 달한 반면, 한국은 15.4%(12~17세)에 불과하다는 점이 확진자 규모 차이를 불러왔다는 얘기다. 이 방송은 이어 “감염이 확산되는 가운데 방역 규제를 과감히 완화한 것”을 또 다른 이유로 꼽았다. 일 확진자 수가 1000~2000명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음식점 영업 제한, 스포츠 경기 등 대형 이벤트 관객수 규제 등을 대폭 완화하며 유동인구 증가를 허용했다는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얀센을 비롯한 다양한 백신을 접종한 한국과 달리 일본은 상대적으로 항체가(抗體價)가 오래 유지되는 mRNA 계열 백신(화이자·모더나)만 접종했기 때문이란 의견도 나온다. 다만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교수는 “mRNA 계열 백신이라도 5~6개월이면 효과가 줄어들고, 자연 면역도 오래가지 않는다”면서 “일본도 신속하게 ‘부스터 샷(추가 접종)’을 진행하지 않으면 오는 1~2월 고령층을 중심으로 재확산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도 겨울철 재확산에 대비하고 있다. 도쿄도는 25일 겨울철 코로나 재유행에 대비해 무증상자에 대한 PCR 검사를 무료화한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