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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신형 미사일이 땅굴속에… 이란 ‘지하 만리장성’, 이스라엘 보란듯 공개

신형 미사일이 땅굴속에… 이란 ‘지하 만리장성’, 이스라엘 보란듯 공개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입력 2022.02.13 11:10

이란 혁명수비대가 최근 기존 미사일보다 발사준비 시간이 크게 줄어든 신형 고체연료 중거리 미사일과 ‘이란판 지하 만리장성’으로 불리는 지하 미사일 기지 영상을 공개했다. 이란과 밀접한 무기개발 및 거래 커넥션을 갖고 있는 북한이 수년 전부터 KN-23 등 다양한 고체연료 탄도미사일을 속속 등장시키고 있어 이란 신형 미사일 개발에 북한이 관여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 위의 정부’로 불리는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 9일 신형 ‘헤이바르셰칸’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사진 및 영상을 공개했다. ‘헤이바르셰칸’의 최대 사거리는 1450㎞로, 조종을 통해 정확도를 크게 높일 수 있는 기동탄두(MARV)를 장착하고 있다. 헤이바르는 이슬람교 창시자 마호메트가 이끈 이슬람교도들이 628년 점령했던 사우디아라비아 내 유대인 거주지의 이름이고, 셰칸은 ‘파괴자’란 뜻이다. 유대인 지역을 파괴하는 미사일이라는 의미로 이스라엘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헤이바르셰칸 미사일은 이스라엘 상당수 지역을 사정권에 넣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2월 이란 혁명수비대가 공개한 신형 고체연료 미사일과 지하 미사일 기지. 이란 신형 미사일은 최대 사거리 1450km로 고체연료를 사용해 발사 준비시간을 기존 미사일보다 6분의 1로 단축했고 기동탄두(MARV)를 장착해 요격을 피할 수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 영상 캡처
2022년2월 이란 혁명수비대가 공개한 신형 고체연료 미사일과 지하 미사일 기지. 이란 신형 미사일은 최대 사거리 1450km로 고체연료를 사용해 발사 준비시간을 기존 미사일보다 6분의 1로 단축했고 기동탄두(MARV)를 장착해 요격을 피할 수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 영상 캡처
이란 혁명수비대가 공개한 영상에서 이동식 발사대(차량)에서 발사된 헤이바르셰칸 미사일은 사람 모형 등 표적 위에 정확히 떨어졌다. 기동탄두로 자세를 수정해 가며 표적에 낙하한 것으로 보인다. 표적에 설치된 카메라로 낙하하는 탄두 모습까지 찍어 공개하는 등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된 영상도 눈길을 끈다.

헤이바르셰칸은 기존 이란 탄도미사일보다 무게와 발사준비 시간을 각각 3분의 1, 6분의 1로 줄인 것이 강점이다. 이란 혁명수비대 바게리 사령관은 “신형 탄도미사일은 기존 모델보다 정확성과 민첩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라며 “이란은 미사일의 양적·질적 발전을 계속 이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미사일은 시온주의자(이스라엘)를 비롯한 적들에 맞서기 위한 것”이라고 밝혀 이스라엘을 겨냥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란은 신형 미사일을 비롯, 다양한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들을 실전배치해 운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샤하브-3 등은 최대 사거리가 2000여㎞에 달한다. 혁명수비대는 지난해 1월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1800㎞ 떨어진 해상 표적을 명중시켰다고 발표했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번에 지하 미사일 기지 영상도 공개했다. 영상에서 지하 미사일 기지 내엔 신형 헤이바르셰칸 등 다양한 이동식 미사일과 탄두들이 늘어서 있었다. 일각에선 중국의 ‘지하 만리장성’ 핵벙커를 연상케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은 미국 등의 핵공격에 대비해 허난(河南)성 타이항(太行)산맥 일대 지하 ㎞ 깊이에 길이 5000여 ㎞에 이르는 ‘지하 강철 만리장성’, 즉 지하 핵기지를 만들어 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국방과학원이 2022년1월11일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해 '대성공'했다고 노동신문이 12일 보도했다. 북 극초음속 미사일은 조종을 통해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기동탄두(MARV)를 장착한 게 특징이다.북한은 이란과 긴밀한 미사일 개발 커넥션을 갖고 있어 이란 고체연료신형 미사일 개발에도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합뉴스
북한 국방과학원이 2022년1월11일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해 '대성공'했다고 노동신문이 12일 보도했다. 북 극초음속 미사일은 조종을 통해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기동탄두(MARV)를 장착한 게 특징이다.북한은 이란과 긴밀한 미사일 개발 커넥션을 갖고 있어 이란 고체연료신형 미사일 개발에도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합뉴스
이란이 신형 미사일과 지하 미사일 기지를 공개한 대해 현재 진행중인 미국 등 서방 국가와의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회담에서 미국 등을 압박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과 이란이 고체연료 미사일과 기동탄두 미사일 등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는 데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이란은 북한과 탄도미사일 등 각종 무기개발 및 거래에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북한은 지난 2019년 이후 KN-23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비롯, KN-24 ‘북한판 에이태킴스’ 미사일, KN-25 600㎜ 초대형 방사포 등 고체연료 단거리 미사일 및 초대형 방사포를 잇따라 시험발사한뒤 실전배치 중이다. 올들어선 기동탄두를 단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