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감염 미스터리... 영국은 확진자의 10%, 한국은 0.0018%

재감염 미스터리... 영국은 확진자의 10%, 한국은 0.0018%

김경은 기자

입력 2022.03.18 22:53

 

 

 

 

 

농구 선수 출신 방송인 하승진(37)씨가 얼마 전 코로나 재감염 사실을 털어놓았다. 지난해 7월 코로나에 걸린 뒤 백신 3차 접종까지 마쳤지만 이번에 또 걸렸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코로나에 한 번 걸린 뒤 또 걸리는 재감염 사례가 종종 발견되면서 방역 당국이 주시하고 있다.

18일 오전 대전 동구에 위치한 한 음식점에새로운 거리두기 안내문이 붙여 있다. 정부는 오는 21일부터 현행 6명인 사적모임 인원 제한을 8명으로 확대하고 오후 11시까지인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은 조정하지 않았다. /신현종 기자

재감염이 심각했던 곳은 영국이다. 영국에선 지금까지 코로나 재감염이 65만명 이상 보고됐다. 대부분은 오미크론 변이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 사이 집중됐다. 이 기간 전체 신규 확진자 중 10%가 재감염자였을 정도다. 이전엔 그 비율이 1%에 그쳤다. 덴마크에선 오미크론보다 스텔스 오미크론 재감염이 더 많았다. WHO(세계보건기구) 분석에 따르면, 오미크론 감염 후 스텔스 오미크론에 또 걸릴 확률은 낮은 편이었다.

국내에선 아직 재감염 사례가 많지 않다. 질병관리청 집계로는 2020년 2월 이후 지난 16일까지 재감염자 수는 290명. 전체 확진자 중 0.0038%다. 월별 평균 재감염자는 델타 변이 유행 전엔 0.1명 수준이었다가 델타 유행 시기(지난해 7~12월) 26.5명이었고, 오미크론 유행(올 1~3월) 땐 51.6명이다. 최근 오미크론 시기 두 달여 동안 재감염자가 전체 확진자의 0.0018%에 지나지 않지만, 실제론 더 많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내 재감염 판정 기준은 PCR 검사 결과를 토대로 한다. 증상에 관계없이 최초 확진 90일 이후 양성이거나 45~89일 사이 유증상에 확진자 접촉자 등 이면서 양성이 나온 경우다. 그런데 지난 14일부터 동네 병원 등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PCR 검사 없이 확진자로 분류하는데 이 사례는 재감염자 집계에서 빠진다. 45일 미만 내에 재감염됐어도 마찬가지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가 “이달 초 코로나에 감염됐다 20여 일 뒤 증상이 또 생겨 오는 분들이 있다”고 전한 점을 고려하면 실제 재감염 통계는 이보다 많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국내 코로나 재감염 확진자 추이

이전까지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코로나에 걸렸다 완치되면 수퍼 항체가 생겨 이른바 ‘수퍼 면역자’가 된다는 속설이 사실상 깨지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재감염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은 오미크론 확산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실었다. 오미크론이 유행하면서 이전 변이들에선 볼 수 없었던 추세로 재감염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오미크론은 바이러스 감염을 일으키는 스파이크 단백질이 델타보다 2배 이상 많아 면역 회피 능력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천은미 교수는 “알파 변이는 한 번 걸리면 3개월 이상 항체가 유지되고 평균 16개월 이내엔 감염이 잘 안 되는 것으로 보고됐다”며 “반면 델타는 감염자 중 44%가 오미크론에 쉽게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이제 기존 오미크론보다 감염력이 30% 강한 것으로 알려진 스텔스 오미크론이 급속히 퍼지면 재감염자가 급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오미크론 재감염은 중증화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지난달 첫째 주 1%에 불과했던 국내 스텔스 오미크론 검출률은 넷째 주엔 10.3%, 이달 첫째 주엔 신규 감염의 22.9%를 차지했고 이젠 26%를 넘어섰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 경험이 있는 사람은 증세가 중증으로 악화하는 걸 예방할 수 있지만 또 다른 변이가 나오면 얘기가 달라진다”면서 “코로나에 감염된 다음 ‘수퍼 면역’이 갖춰질 거란 기대는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