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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만에 돌아온 ‘팝의 전설’… 아바, 4인조 완전체로 컴백

40년 만에 돌아온 ‘팝의 전설’… 아바, 4인조 완전체로 컴백

데뷔 반세기 아바, 팬들에게 약속한대로 40년만에 ‘완전체 컴백’
결성 55주년 시카고, 8년 만에 젊은 느낌의 신곡 발표

입력 2022.06.03 09:34
 
 
 
 
 
1972년 데뷔곡을 낸 뒤 1982년 활동을 중단했던 아바의 네 멤버가 40년만에 완전체로 대중들앞에 섰다. 지난 5월 26일 '본 보이지' 개막공연 때 무대에 오른 베니 안데르손, 아그네사 펠츠코그, 안니 프리다 링스타드, 비요른 울바에우스(왼쪽부터) /아바 페이스북

반 세기 전, 샛별처럼 등장한 이 젊은 음악인들이 부르고 연주한 노래는 귀에 착착 감기는 리듬과 선율로 청춘들의 감성을 파고들었다. 시대는 흘렀지만, 생명력을 잃지 않고 팝의 고전이 됐다. 머리가 희끗해진 백발의 할아버지·할머니가 돼도 무대에 오르며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고 음악은 영원함을 보여준다. 50년이 넘도록 현역으로 활동하는 전설의 뮤지션, 아바(ABBA)와 시카고(Chicago)가 나란히 대중들앞에 섰다. 두 개의 A 사이에 마주보는 B를 배치한 아바의 영문 로고, 오른쪽으로 비스듬이 눕히고 멋을 잔뜩 낸 시카고 영문 로고도 그대로여서 더욱 반갑다.

영국 런던의 공연장 '아바 아레나'에 모인 네 멤버들이 취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공연은 멤버들의 전성기 시절 모습을 한 아바타가 펼친 가상 공연이었다. /아바 페이스북

지난해 9월 ‘4인조 완전체 컴백’을 전격 선언했던 아바는 팬들과의 약속을 지켰다. 지난 5월 26일, 아바의 컴백을 알리는 가상현실 콘서트 ‘아바 본 보이지(ABBA Von Voyage) 개막 공연에 멤버 넷이 등장한 것이다. 작사·곡과 연주를 맡은 남성 멤버 비요른 울바에우스(77)와 베니 안데르손(76)은 그동안 공개활동을 적잖게 했지만, 대중들에게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메인 보컬인 여성 멤버 안니 프리다 링스타드(77)와 아그네사 펠츠코그(72)까지 함께 했다. 한 때 음악적 동반자이자 인생의 반려자로 사랑과 결혼, 이별의 인연으로 엮인 이들이 완전체로 돌아온 것은 무려 40년만. 은빛으로 빛나는 머리칼 이래 얼굴은 주름이 가득했고, 안니 프리다 링스타드는 지팡이를 짚고 나왔다. 그런 꾸밈없는 모습에 팬들은 더 열광했다.

런던에 지어진 '아바 아레나'에서 펼쳐진 '아바 본 보이지' 콘서트. 멤버들의 젊은 시절을 형상화한 아바타가 히트곡을 열창하는 형식의 가상현실 콘서트였다. /아바 페이스북

이날 함께 나이들어가는 동시대 팬들부터 아바 음악에 심취한 젊은 층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팬들이 나와 완전체 결합을 반기고, 함께 공연을 즐겼다. 아바(ABBA)와 아바타(Avatar)를 합친 아바타(ABBA-tar)는 이들의 젊은 날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캐릭터였고, ‘SOS’ 등 불멸의 히트곡들이 공연장에 쩌렁쩌렁 울러퍼졌다. 팬들과 함께 지켜본 첫 공연이 끝난 뒤 링스타드는 영국 인디펜던트 인터뷰에서 “젊은 팬들이 우리 음악에 맞춰서 방방뛰고, 환호하고 소리지르고 손뼉치는 장면이 펼쳐질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행복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날 40년만의 완전체 만남을 시작으로 아바는 신곡 발표 등 음악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아바는 1966년 남성 멤버 비요른과 베니가, 3년 뒤 여성 멤버 안니 프리다와 아그네사가 만나며 인적 구성이 완료됐다. 4인조 그룹을 결성하고 정확히 50년전인 1972년 데뷔곡 ‘사람들은 사랑이 필요해(People Need Love)’를 녹음했다.

 
올해 결성 55주년을 맞은 시카고는 코로나로 1년여 쉬었던 공연을 지난해부터 재개해, 미국 전역에서 순회공연을 진행 중이다. 70대 중반인 원년 멤버 세 명이 팀을 지키고 있고, 관악기를 전면에 앞세운 음악 스타일도 변함이 없다. /시카고 페이스북

‘미안하단 말을 하긴 어려워(Hard to say I’m sorry)’, ‘그대는 내게 영감을 불러일으켜주지(You’re the inspiration)’ ‘그대가 나를 떠난다면(If You Leave Me Now)’. 한국인들의 애창팝송 리스트에 빠지지 않는 감미로운 사랑노래들로 유명한 시카고. 올해로 결성 55주년을 맞는 이 10인조 밴드가 8년만에 새 앨범을 낸다. 신곡 ‘이것이 헤어지는 것이라면(If This Is Good-bye)’을 지난 20일 선공개했다. 55년된 ‘원로 뮤지션’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고 감각적인 요즘 스타일의 노래다. 통통튀는 리듬이지만, 시카고 특유의 묵직한 관악합주와 코러스는 변함이 없다. 그 선율에 인생의 황혼녘에서 삶을 관조하고 긍정하는 묵직한 철학이 담긴 노랫말을 썼다. “이것이 헤어지는 것이라면, 추억을 위해서 사진 한 장을 더 찍자. 인생은 서로 척을 지고 살기에 너무 짧잖아.”

특유의 예술적인 팀 이름 로고로도 유명한 밴드 시카고. 올해 결성 55주년이 됐고, 멤버 10명중 3명은 원년부터 팀을 지키고 있다. /시카고 페이스북

곡을 쓴 로버트 램(78·건반)을 비롯해 리 러프네인(트럼펫·76)과 제임스 팽코(트롬본·74) 등 팀의 주축 3명은 1967년 결성뒤 55년동안 팀을 떠나지 않은 원년멤버다. 1967년 음악좀 한다는 청년들이 의기투합해 초창기 이름 빅씽(Big Thing)이라는 이름으로 결성한 뒤 ‘시카고’로 팀 이름을 바꿨다. 관악기를 앞세운 리듬에 맞춰 부드럽고 애잔한 사랑노래들이 잇따라 메가 히트곡이 되면서 한 때 내놓는 노래마다 차트 정상에 올려놓는 수퍼스타로 군림했다. 세월이 흐르고 멤버 교체가 이뤄지면서 대중들에게 잊혀졌지만, 이들은 쉬지 않고 무대에 오르며 팬들과 호흡해왔다.

지난달 시카고가 내놓은 신곡 'If This Is Goodbye'.지나온 삶을 돌아보면서 남은 생의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자는 메시지가 깃든 노래다. /시카고 페이스북

2020년 3월 코로나 대유행으로 라스베이거스에서 중단했던 투어도 1년 3개월만에 재개했고, 관중들은 투어재개 첫공연에서 매진으로 화답했다. 시카고는 그런 팬들의 사랑을 지구촌으로 보냈다. 유명 뮤지션의 히트곡의 음파를 미술작품으로 구현해 판매수익을 분쟁지역 어린이들에게 기부하는 자선 프로젝트 ‘사운드웨이브서트’에 참가했다. 꽉 짜인 투어 일정을 촘촘히 소화하고 있는 이들은 코로나 앤데믹이 누구보다도 기쁘다고 했다. 원년멤버 팽코가 최근 아워쿼드시티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55년동안 한 두달 이상 쉬어본적이 없었기에 코로나 때문에 공연을 못한건 정말 잔혹했다. 55년전 때만 해도 앨범 한 두 장 내고 해체할줄 알았는데, 그 뒤로 40여장이라니. 최고의 멤버들과 무대에 서는 지금 이순간이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