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ssue

[기상인사이드] 낮 최고 벌써 30도 넘어… 올여름 최악 전력난 ‘블랙아웃’ 대비해야

[기상인사이드] 낮 최고 벌써 30도 넘어… 올여름 최악 전력난 ‘블랙아웃’ 대비해야

지난달 강수량 평년의 10분의 1, 이상 고온 상태 지속될 전망
5월 평균 전력 사용 4.5% 늘어 역대 최고… 전력 수요 폭증 우려
폭염·전쟁으로 전력 위기 맞은 유럽, 원자력·재생에너지 확대

입력 2022.06.08 03:00
 
 
 
 
 

가뭄은 봄을 지나 여름의 길목까지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강수량은 평년의 5.6%에 그쳤다. 평소의 10분의 1도 비가 안 온 것이다. 그 탓에 대형 산불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발생한 밀양 산불만 하더라도 축구장 1000개에 이르는 지역에 피해를 끼쳤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가뭄이 잦아지고 산불이 빈번해질 것이라 예상하고 있지만, 준비 없이 맞닥뜨린 재난은 당혹스러울 뿐이다. 다행히 이번 연휴 동안 일부 지역에 단비가 내렸다. 그러나 가뭄을 해소하기에는 미미한 수준이다. 벌써 한여름 농작물 가격을 걱정하는 것은 결코 기우가 아니다.

가뭄과 함께 이상(異常) 고온이 발생하고 있다. 낮 최고기온이 섭씨 30도를 넘어서기도 했다. 그만큼 전력 수요도 많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평균 최대 전력은 작년에 비해 4.5%나 증가했다고 한다. 2005년 통계가 집계된 이래 5월 기준 역대 최고치였다.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된 2018년, 그해 5월 기록을 4년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자료=한국에너지공단 /장련성 기자

이상 고온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6월 기온을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만약 예상이 빗나가지 않는다면 초여름 이상 고온은 한여름 폭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전력 수요는 폭증할 것이다. 평소와 달리 올해는 전력 수급에 큰 변수가 있다. 바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블룸버그는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과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 부족으로, 올여름 전 세계는 최악의 전력난을 맞이할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경제 규모로 세계 톱10 경제 대국이지만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유럽에서 발발한 전쟁이 단지 남 이야기가 아닌 이유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에너지 안보에 대한 논의를 촉발했다. 시작은 유럽이었다. 유럽연합은 러시아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면서 대체 에너지를 확보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미 여러 나라가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결정했다. 더불어 저탄소 그린 수소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단순히 에너지 자립을 위한 결정은 아니다. 2050 탄소 중립을 위해서도 불가피한 결정이다.

국내에서도 에너지 탈(脫)탄소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대선을 치르면서 탈원전, 수소, 재생에너지 등 광범위한 논의가 있었다. 특히 재생에너지는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다. 대선 토론회를 통해 RE100(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이 널리 알려졌고, 심지어 ‘재생에너지 3020′도 공론화되었다. 재생에너지 3020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율을 20%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새 재생에너지 설비의 95% 이상을 태양광과 풍력으로 추진하는 것이 핵심이다. 참고로 2020년 기준 국내 총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6.4%에 불과하다.

태양광과 풍력은 굳이 수입할 필요가 없는 에너지원이다. 화력발전을 대체한다면 탄소 배출량 또한 크게 줄일 수 있다. 청정 에너지이자 에너지 자립 기반인 셈이다. 다만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태양광은 낮에만 전력을 생산한다. 그나마 구름이 끼어 있거나 대기 중 수증기나 미세 먼지가 많으면 그 효율이 떨어진다. 햇빛이 산란하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최대 전력이 절정으로 치닫는 한여름의 부족한 전력을 공급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구름 한 점 없는 한여름 낮, 태양광 발전량이 최대치에 이르기 때문이다. 발전량만 본다면 국내 총발전량의 3%도 안 되지만, 오후 2~3시 전력난을 완충하는 데 이미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풍력은 태양광과 달리 24시간 내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풍력발전은 사실 수력발전과 비슷한 시기에 상업화되었다. 지금은 관광지에서나 볼 수 있는 물레방아(Water Mill)는 농업혁명의 한 축을 담당하며 3세기부터 유럽 전역에 보급되었다. 우리 문헌에는 ‘고려사’에 처음 등장하지만 그 전부터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오래된 유물은 1880년대부터 전기 생산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1930년대에 대규모 수력발전이 시작됐다. 풍차(Wind Mill) 또한 매우 오래된 기술이다. 현재와 비슷한 방식의 풍차는 이미 14세기에 보편화되었다. 그리고 1880년대부터 전기 생산에 활용되었다. 다만 풍차가 생소했던 국내에서는 1970년대에야 상업용 풍력발전이 시작됐다.

풍력발전은 날개(블레이드라고 부른다)가 클수록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한다. 현재 운용 중인 세계 최대의 풍력발전기는 무려 105m에 이르는 날개를 장착하고 있다. 이 날개가 한 바퀴 돌면 일반 가정에서 이틀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기가 생산된다. 이런 대형 풍력발전기는 육상보다는 해상에 설치하는 것이 용이하다. 토지 확보의 제약이 없을 뿐더러 바다를 통해 설비를 쉽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육상보다 해상에서 바람이 강하고 꾸준히 불기 때문에 풍력의 품질도 좋다. 이미 영국, 독일, 중국은 해양 풍력발전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전 세계 해상 풍력발전의 80% 차지).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전라북도 부안에 실증 단지를 마련하고 날개 길이 65m의 풍력발전기 20대를 운영하고 있다. 노하우를 축적해 전라남도 신안 앞바다에 세계 최대 해상 풍력발전 단지를 조성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올여름 또다시 폭염이 찾아올 가능성은 매우 높다. 가까운 미래에는 폭염이 일상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탈화석연료 에너지 확보는 필수적이다. 장마철을 제외하고는 맑은 날이 많은 날씨,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계절풍이 강한 지리적 위치. 분명 태양광과 풍력(특히 해상 풍력)은 유리한 측면이 많다. 지속적 개발과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다만 일방적이기보다는 해당 지역민들과 충분히 논의해 진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