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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새 컴퓨터 증후군’ 아시나요? 공장 대기오염 물질이 나온답니다 [사이언스카페]

‘새 컴퓨터 증후군’ 아시나요? 공장 대기오염 물질이 나온답니다 [사이언스카페]

입력 2022.06.13 12:00
 
 
 
 
 
마스크를 쓰고 컴퓨터 작업을 하는 모습. 국내 연구 결과 공장 굴뚝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이 실내 컴퓨터에서도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Pixabay

공장 굴뚝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이 사무실 컴퓨터에서도 나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행히 이번에 확인한 대기오염물질은 건강에 해를 끼칠 정도는 아니지만 다른 오염물질이 배출될 가능성도 있어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과 최성득 교수 연구진은 13일 “일반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컴퓨터에서도 다환방향족탄화수소(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s, PAH)가 나와 실내공기를 오염시킨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건축물과 환경(Building and Environment)’ 6월 호에 발표됐다.

서버실의 대기오염물질, 실외보다 25배 많아

다환방향족탄화수소는 나프탈렌과 같이 벤젠 고리 구조가 있는 유기화합물로, 석유나 석탄, 나무 등을 태울 때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이다. 연구진은 새집증후군을 연구하던 중 전산실의 PAH 농도가 다른 실내공간에 비해 2~4배 정도 높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번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진은 실내 공기와 컴퓨터 내부 공기를 채취해 PAH 농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컴퓨터를 쓰는 사무실이나 전산실, 서버실에서 PAH 16종의 총량이 컴퓨터가 없는 실내 공간이나 실외보다 2~2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PAH 농도는 서버실이 가장 높았다.

구체적으로 보면 실내 공간 크기가 작고 컴퓨터가 많을수록 PAH 농도가 높았다. 특히 사용기간이 짧은 컴퓨터일수록 PAH를 더 많이 배출했다. 최성득 교수는 “새 아파트 입주 초기에 실내에서 냄새가 많이 나는 새집증후군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컴퓨터 부품에 불순물로 포함된 PAH가 컴퓨터가 과열되면서 휘발된다고 추정했다. 실제로 이번 실험에 사용한 모든 컴퓨터 부품에서 PAH가 검출됐다. 회로기판과 전선피복 등의 컴퓨터 부품을 밀폐용기에 담은 뒤 섭씨 60도로 가열한 실험에서도 가열 시간이 길수록 PAH 농도가 높게 나왔다.

사무실과 전산실, 서버실 중 서버실 컴퓨터에서 대기오염물질이 가장 많이 배출됐다. 컴퓨터의 부품이 열을 받으면서 그 안에 불순물로 있던 오염물질이 방출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자료=UNIST

◇”새 컴퓨터 사면 미리 오염물질 배출시켜야”

다행히 컴퓨터에서 나오는 PAH는 미 환경보호청(EPA)의 위해성 기준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하지만 최성득 교수는 “PAH 외에 다른 유해물질이 컴퓨터에서 나올 가능성도 있다”며 “PAH는 컴퓨터에 유해물질이 있음을 보여주는 일종의 지표물질”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컴퓨터 부품의 성분을 추가로 분석해 정확한 오염원을 찾고, 중장기적인 건강 위해도를 분석하는 후속 연구를 준비 중이다. 최 교수는 “새 집에 입주하기 전 미리 며칠 동안 보일러를 가동해 유해물질을 없애듯 컴퓨터를 새로 사면 처음에 최대 가동하면서 실내 환기를 자주 해 PAH를 미리 배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