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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도적떼로 변한 ‘코로나 용병’… 500만은 지금 후유증 앓는다

 

도적떼로 변한 ‘코로나 용병’… 500만은 지금 후유증 앓는다

[아무튼, 주말] 코로나 사태 2년 반만에
대규모 조사 한다는데…

입력 2022.06.18 03:00
 
 
 
 
 

지난 10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코로나 후유증에 대해 대규모로 증상과 원인을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 질병관리청이 코로나 후유증 조사 계획을 발표한 지 불과 3개월 만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일러스트=유현호

전문가들은 “진작에 정부가 했어야 할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 누적 확진자가 1800만명을 넘었고 최소 350만명에서 최대 500만명이 코로나 후유증을 겪었거나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심각한 사안으로 다뤘어야 했다”며 “전 정부에서 심각성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다 보니 대책도 조사도 늦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후유증에 대한 대규모 조사는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단계에서부터 백신 부작용 조사, 항체 형성률 조사와 함께 검토해 추진한 사안이다. 전 정부에서 코로나 후유증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월 질병청이 발표한 코로나 후유증 조사 규모는 약 1000명. 국내 누적 확진자가 1800만명을 넘고 코로나 후유증을 겪었거나 겪고 있는 사람만 대략 350만~500만명으로 추정되는 걸 감안하면 조사 표본은 턱없이 적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코로나 후유증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던 게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정부는 조사 범위를 1만명까지 넓히고 치료 가이드라인까지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연구 예산도 지난달 추경을 통해 기존 14억원에서 55억원 규모로 4배 가까이로 늘렸다.

◇기침, 무기력증, 미·후각 상실

코로나 유행 규모가 줄고 일상 회복이 이뤄졌지만, 코로나 후유증은 여전히 지난 2년간 코로나가 한국 사회에 남긴 큰 상흔이다. 확진 때 시작된 기침이 계속되거나 불면증, 전신 쇠약 등 갖가지 증상으로 일상생활에 불편이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여전히 적지 않다.

그렇다면 코로나 후유증은 왜 나타나는 걸까.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원인은 없지만 유력한 추정은 있다. 하나는 신체에 침투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장기와 신경 등에 직접적인 손상을 가한 영향이 나타나는 경우다. 또 다른 추정 원인은 면역반응이다.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해 생성된 면역 세포가 바이러스가 사라진 뒤에도 몸에 남아 면역반응을 일으켜 몸 곳곳에 염증이 생기거나 염증이 유지되는 것이다. 마치 중세 유럽에서 벌어진 대규모 전쟁에서 마을 곳곳이 파괴될 뿐 아니라 전쟁에 동원됐던 용병들이 피 맛을 지우지 못해 도적 떼로 돌변, 약탈·방화를 벌이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가장 흔한 후유증은 기침이다. 바이러스는 사라졌지만 폐나 기관지에 염증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전신 쇠약, 무기력증과 머리가 멍해지고 집중하기 어려운 ‘브레인 포그(brain fog)’ 증상도 흔하다. 의료계에서는 바이러스가 뇌에 침투해 손상을 일으켰거나 코로나 증상으로 뇌에 산소나 혈액 공급이 부족해져 인지 능력이 손상됐을 가능성을 추적하고 있다.

 

비슷한 맥락으로 미·후각 상실 및 인지 기능 장애도 20%가량 나타난다. 운동을 할 때 갑자기 호흡에 이상이 나타나거나 비염과 가래가 잦고, 탈모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코로나를 앓으면서 신체 기능이 저하돼 나타나는 증상으로 추정된다. 불면증 역시 심각한 문제다. 국내에서도 후유증 환자 중 19%가량이 불면증을 겪는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를 심하게 앓을수록 후유증도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전쟁의 규모가 클수록 전쟁 후 여파가 심하게 나타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위중 상태까지 갔다가 회복된 경우, 폐가 손상돼 섬유화가 이뤄지거나 몸에서 혈전 등이 형성돼 뇌경색을 앓는 경우도 있다. 남성보다는 여성, 젊은 층보다는 고령층에서 후유증이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 후유증은 짧게는 수주 만에 사라지는 경우도 있지만, 1년 또는 1년 반 이상 피로감이나 운동 시 호흡곤란 같은 증상이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후유증은 분명 특수하고 심각한 문제이지만, 코로나만 후유증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 오해”라고 말했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감염병대책위원장은 “독감, 인플루엔자를 심하게 앓는 경우에도 후유증을 앓는 경우가 있고,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을 앓은 사람 중에서도 혈전이 나타나거나 정신적 후유증을 앓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심각한 후유증은 심각하게 다뤄야 하지만, 후유증을 가볍게 앓거나 자연 회복되는 경우도 많은 만큼 과도하게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증상 따라 치료... 건강검진 권장

실태 조사가 이뤄지더라도 당장 후유증에 대한 확실한 치료 방법이나 치료 약은 없는 실정이다. 현재로선 개별적인 치료가 최선이다. 전문가들은 “후유증이 지속된다면 방치할 게 아니라 병원을 찾아서 진단받는 게 좋다”고 권했다. 신체적 증상이 있다면 몸에 염증이 남아있거나 손상된 부위가 있을 수 있어 원인을 찾으면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당뇨, 심혈관계 질환, 류머티즘 등 지병이 있었던 완치자라면 완치된 후 원래 앓던 병을 포함해 신체 전반에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지병이 있고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일수록 코로나 바이러스나 면역반응이 신체 전반에 나타났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백신도 감염 예방뿐 아니라 후유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김우주 교수는 “백신을 맞는다고 해서 100% 코로나 감염이 예방되거나 후유증이 예방되는 건 아니지만, 백신이 후유증의 악화를 줄이고 발병 가능성도 줄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100%가 아니라고 해서 백신이 효과가 없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