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일각 “현장 어려움은 외면하더니 누굴 위한 총경 회의인가”

경찰 일각 “현장 어려움은 외면하더니 누굴 위한 총경 회의인가”

이해인 기자

입력 2022.07.26 11:29

 

 

 

 

 

 

25일 서대문구 경찰청에 게양된 경찰청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뉴스1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일부 경찰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 내부에서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경찰 내부 게시판에는 지난 25일 ‘총경회의? 현장 경찰관 힘들다 할 땐 콧방귀도 안뀌더니’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의 글쓴이는 “지난 수년간 현장 경찰관 인원 부족하다고 할 때 신경을 썼느냐, 수사 부서 직원들 힘들다고 할 때 신경이나 썼느냐”며 “국민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현장 목소리에는 무관심했으면서 지휘부 자기네 권한 뺏기려고 하는 덴 반응이 빠르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23일 일부 총경은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의 ‘해산 명령’을 거부하고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강행했다. 이들은 회의 직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경찰국 신설과 행안부장관의 경찰청장 지휘규칙 제정을 통해 경찰의 중립성과 책임성의 근간이 흔들린다면 결국 국민의 안전도 지킬 수 없다”고 밝혔다.

블라인드에 올린 글의 글쓴이는 “말로는 정치적 중립을 위해선 독립 외청이여야 한다는데 지난 정권의 쌍용시대(민갑룡 전 청장, 김창룡 전 청장)에 독립 외청이었던 경찰이 진짜 정치적 중립이었냐”며 “현 경찰 지휘부의 반발을 보면 국민 치안과는 동떨어진 정치권력 싸움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현장 경찰관 입장에서는 ‘경찰청’ 통제를 받든 행안부 통제를 받든 현장에서 법집행 제대로 할 수 있게만 해주면 된다”며 “위축될 대로 위축된 현장 경찰관들이 법을 집행하는 데 거리낌없게만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그게 국민들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고 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자랑스러운 후배라고 하는 것 보니 정치 놀음에 경찰이라는 이름을 갖다 쓰는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앞서 황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후배 총경들에게 응원의 말씀을 전한다. 그대들이 옳고, 당당한 그대들이 자랑스럽다”고 썼다.

 

이 글에는 댓글이 30여개 달렸다. ‘애초에 검수완박 등으로 통제 강화는 당연한건데 반대 논리도 없이 반대하고 있다’ ‘현장경찰관 애로사항들 그동안 무시하고 복무규정준수 들먹이던 사람들이 자기 피해에는 항명한다’ ‘정치경찰 out 국민을 위한 경찰이 되자. 그게 국민 신뢰를 받아 경찰도 사는 길이다’ 는 내용이었다. 경찰청에 근무하고 있는 한 경정은 “총경 회의를 주도한 선배들을 보면 지난 30여년간 경찰 조직이 어려울 때 한 마디 하고 있지 않다가 퇴직 1~2년을 앞두고 갑자기 목소리를 낸다”며 “내부에서는 자기 정치한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밖에 경찰 내부망인 ‘폴넷’에도 단체 행동을 자제하자는 글도 올라왔다. 이날 오전 10시 강원지역의 한 경찰서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경위는 오는 30일 예고된 경위 경감급 모임을 언급하며 “조직을 사랑하는 마음과 진심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더 이상의 혼란과 우려가 생기지 않도록 팀원들은 그런 모임에 참석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이어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각자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수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질서있고 규범이 준수되는 풍토가 전제돼야 한다”며 “우리의 목소리와 움직임이 국민들이 우려할만한 상황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정부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을 위한 ‘행정안전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개정령안’을 의결했다. 이 안은 행안부에 경찰국을 신설하고 필요 인력 13명을 증원하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행안부 경찰국 신설안은 다음 달 2일부터 공포·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