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까지 찬 물에 뛰어든 영웅… 고립 운전자 구하고 홀연히 떠났다

목까지 찬 물에 뛰어든 영웅… 고립 운전자 구하고 홀연히 떠났다

문지연 기자

입력 2022.08.09 23:05

 

 

 

 

 

차오른 물속에 고립된 여성 운전자를 구조해낸 시민 표세준씨. /JTBC

수도권을 강타한 집중호우로 곳곳에서 침수·인명 피해가 이어진 가운데, 재난 영화를 방불케 한 현장 속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해내고 홀연히 떠난 시민 영웅의 모습이 조명되고 있다.

역대급 물폭탄이 떨어지던 8일 오후 8시50분쯤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 아파트 사거리. 차들이 신호를 기다리던 중 갑자기 불어난 물이 도로를 삼켰고, 몇 분이 지나자 무릎 높이까지 차올랐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제보자 A씨 역시 그곳에 있었다.

그가 차량 선루프를 열고 간신히 빠져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물은 순식간에 지붕까지 닿았다. 그리고 곧 멈춰서 있던 차들이 둥둥 떠올랐다. 겨우 인도로 올라온 A씨는 숨을 돌리던 중 다급하게 펼쳐지는 ‘한 장면’을 목격했다. 이어 휴대전화 카메라를 켜 그 모습을 담기 시작했다.

/JTBC

9일 JTBC가 보도한 해당 영상을 보면, 한 남성이 물속에 고립된 여성 운전자를 구조하는 장면이 나온다. 뿌연 흙탕물이 목까지 차오른 상태였지만 남성의 행동은 침착했다. 그는 여성에게 구명환 대신 플라스틱으로 된 주차금지대를 쥐어준 뒤 끌었고, 다른 한 손으로는 물살을 가르며 헤엄쳤다. A씨에 따르면 남성은 여성을 무사히 구조한 뒤 별다른 말 없이 자리를 떴다고 한다.

위급 상황에 주저하지 않고 몸을 던진 남성은 바로 국방부 소속 공무원 표세준(27)씨다. 그는 이날 JTBC와의 인터뷰에서 “(차 트렁크에서) 여성분이 ‘살려주세요’ 소리를 지르셔서 봤더니 반대편에서 남편분이 ‘뭐라도 꽉 잡고 있어’라고 하시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초등학교 시절 유소년 수영선수로 활동했다는 표씨는 이 장면을 목격하자마자 ‘빨리 구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주변을 살피다 주차금지대를 갖고 뛰어들었다. 표씨는 “(그분이) 통을 붙잡으셨고 제가 손잡이를 잡은 채 한손으로는 헤엄을 쳤다”며 “이후 남편분에게 인계를 해드렸고 ‘조심히 가시라’고 인사를 했다”고 밝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강남역 인근에서 빗물받이를 청소하는 한 남성의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한편 전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실시간 강남역 슈퍼맨’이라는 제목의 사진이 공유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강남역 인근에서 포착된 모습으로, 한 남성이 맨손으로 도로변 빗물받이 덮개를 연 뒤 안에 고인 쓰레기를 치우는 장면이다. 남성은 우산을 쓰거나 우의를 착용하지 않고 묵묵히 낙엽과 음료수 캔, 페트병 등 쓰레기를 건져내고 있었다.

사진을 올린 작성자는 “아저씨 한 분이 폭우로 침수된 강남역 한복판에서 배수관에 쌓인 쓰레기를 맨손으로 건져냈다”며 “덕분에 종아리까지 차올랐던 물도 금방 내려갔다”고 전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이런 분이 있어 살만한 세상이다” “생각만 하기에는 쉽지만 실천하려면 어려운 일을 솔선수범 하셨다” “길에 쓰레기 버리는 사람들은 반성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