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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吳도 재추진 밝혔다, 100년 폭우 견딜 무기로 찍은 이 빗물터널

尹·吳도 재추진 밝혔다, 100년 폭우 견딜 무기로 찍은 이 빗물터널

서울, 이대로면 매년 물난리... 전문가들 “대심도 빗물터널 짓는게 근본 대책”

입력 2022.08.11 03:00
 
 
 
 
 

지난 10년간 한반도 기후는 눈에 띄게 바뀌었는데 서울시 배수 시스템은 여전히 10년 전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장마철마다 침수 피해를 봤지만 장기적인 안목의 대규모 시설 투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폭우로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한 2011년 당시 서울 강남 지역의 시간당 최대 강수량은 72㎜였다. 하지만 지난 8~9일 강남 일대에 내린 비는 시간당 최대 116㎜였다. 관측 이래 최고 기록이자 10년 전보다 1.6배로 늘어난 것이다.

서울시가 2020년 5월 완공한‘대심도 빗물터널’인 양천구 신월빗물저류배수시설의 모습. 지하 40m 깊이에 지름 10m 규모로 만들었다. 서울시에서 가장 큰 배수 시설로 시간당 95~100㎜의 폭우가 쏟아져도 버틸 수 있다. /연합뉴스

기후 전문가들은 100년 만에 한 번 내린다는 이런 폭우의 발생 주기가 더 짧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권원태 전 APEC기후센터 원장은 “관측 데이터를 보면 지구온난화로 예전보다 집중호우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앞으로 지구 온도가 올라가면서 집중호우가 자주 오고 강도도 더 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균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는 “보통 110㎜ 이상 폭우를 100년 만에 한 번 오는 폭우라고 하는데 이제 그런 개념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가 폭우 피해를 크게 보는 데는 지형적인 요인이 작용한다는 분석도 있다.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서울은 지형적으로 완전히 평탄한 지역이 아니라 높은 곳과 낮은 곳이 섞여 있어 물이 고이기 쉽다”며 “지표면도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로 덮여 있어 집중호우가 땅에 흡수되지 않고 그대로 저지대로 집중되기 쉽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배수 시스템은 증가하는 집중호우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서울시에는 18구에 저류 시설 32개가 있지만 전체 용량이 63만3000t 수준이다. 이마저도 2020년 5월 새로 지은 양천구 신월동 ‘신월빗물저류배수시설(대심도 빗물 터널)’ 한 곳이 32만t으로 약 절반을 차지한다. 신월빗물저류배수시설을 빼면 저류 시설 한 곳당 평균 용량이 1만8000t에 불과한 셈이다. 이번에 폭우로 차량이 물에 잠긴 강남역 일대의 배수를 처리하는 용허리공원 저류 시설은 용량이 1만5000t이다. 한 치수 전문가는 “요즘 같은 집중호우에는 쏟아진 빗물을 저장했다가 천천히 내보내는 저류 시설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 정도 물그릇으로는 폭우를 담기에 역부족”이라고 했다. 크기 자체가 작다 보니 시간당 처리 용량도 지역에 따라 60~85㎜에 불과하다. 시간당 110㎜ 폭우는 물론이고 시간당 90㎜ 비도 감당하지 못할 수준이다.

 

빗물의 통로인 배수관 지름도 서울 강남역 일대는 평균적으로 가로 3m, 세로 3m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이마저도 쓰레기가 차 있어 제대로 물이 통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정창삼 인덕대 스마트건설방재학과 교수는 “서울 도심은 지하철 등 지하 시설물도 많아 배수관이 오르락내리락해 효율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대규모 시설 투자는 잘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 5년 사이 완공된 저류 시설은 양천구 신월빗물저류배수시설(2020년)과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저류 시설(2018년) 등 2곳에 불과하다. 지은 지 10년이 넘는 곳도 16곳이나 된다.

2011년 우면산 산사태를 겪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당시 17조원 규모의 ‘홍수 대책’을 발표하면서 8500억원을 들여 광화문, 양천구, 강남역 등 상습 침수 지역 7곳에 ‘대심도 빗물 터널’을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시장이 바뀌면서 계획이 대폭 축소됐다. 그 결과 서울시는 7곳 중 양천구에만 대심도 터널을 지었다. 박원순 전 시장은 지난 10년간 3조7000억원을 들여 배수 시설을 개선하는 데 힘썼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도쿄 인근 사이타마현 지하 50m에 만들어진 대형 배수 시설의 내부 모습. 우리나라처럼 비 피해가 많은 일본은 일찍부터 이러한 대규모 배수 시설을 만들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배수 시설 중 하나로 상하폭 18m, 길이 6.3㎞에 달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전문가들은 해결책으로 상습 침수 지역 지하 40~50m에 시간당 110㎜ 이상의 폭우를 감당할 수 있는 대심도 빗물 터널을 짓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존 시설을 확장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정상만 한국재난안전기술원 원장은 “지금까지 저류조도 만들고 관도 넓혔지만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 직접 보지 않았느냐”며 “대심도 터널을 짓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말했다. 정창삼 교수는 “특히 인구 밀도가 높거나 대규모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은 예전 기준을 넘어서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강남역 일대의 침수를 막으려면 경부고속도로 아래로 대심도 빗물 터널을 뚫어 한남대교 아래에서 바로 한강으로 물을 빼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