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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엔 눈 감고 종편만 감시하는 방통위, 너무하지 않나요?

김어준엔 눈 감고 종편만 감시하는 방통위, 너무하지 않나요?

[아무튼, 주말] [서민의 문파타파]
애매한 방송사 재승인 제도
언론통제로 작동할까 우려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
입력 2022.08.27 03:00
 
 
 
 
 
일러스트=유현호

“방송의 자유와 독립성은 방송 본연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 조건입니다.”

2017년 8월, 문재인 정부의 첫 방통위원장에 임명된 이효성은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강조했다. 그는 “요즈음 우리 방송은 그러지 못했다”며 “이런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리겠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비정상의 정상화’가 무엇인지를 아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느 정권보다 극심한 친정권 방송이 바로 그것. 하지만 이는 이효성 기준으로 정상화가 맞았다.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장악한 공영방송이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문파 방송을 하는데, 뭐가 문제인가? 게다가 이효성은 좌파 시민단체인 민언련(민주언론시민연합) 출신이었다. 민언련은 ‘언론 권력을 감시한다’는 명분 아래 조·중·동 등 보수 언론만 주야장천 공격하다 스스로 권력 집단이 된 곳. 더불어민주당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최민희가 바로 이 단체 출신이다. 조국 사태에 대해 민언련 사무처장이던 김언경이 한 다음 말은 이 단체의 이념적 지향을 잘 말해 준다. “나경원 의원 자녀 비리 논란과 비교해 보면 조국 사건이 애초 그렇게 난리 칠 만한 사안이었을까 싶다.”

이렇게 편파적인 단체에 몸담았던 이가 방통위원장이 돼선 안 되는 이유는 방송계가 좌편향이 돼서만은 아니다. 방통위는 방송사를 계속 존속시킬지 말지를 결정하는 기구. 그런데 방통위의 수장이 좌편향 인사라면 보수 지향의 방송사가 통째로 없어지는 일이 생길 수 있지 않겠는가? 실제로 그가 재임 기간 한 일 중 가장 특기할 만한 일은 재허가(지상파), 재승인(종편)의 기준을 높인 것이었다.

원래 방통위는 ‘경영 재정 기술적 능력’, ‘방송 발전을 위한 지원 계획의 이행 및 방송 법령 준수’ 등 6개 항목으로 점수를 매긴 뒤 총점 1000점 만점에 650점이 넘으면 해당 방송사를 재승인해줬다. 그런데 여기에는 ‘과락’이 있었다. 중점 심사 항목이 40% 미만이면 총점이 650점을 넘더라도 재승인을 거부할 수 있다는 것. 그런데 이효성의 방통위는 이 기준을 50%로 올려 버렸다. ‘아니, 국가고시에도 과락이 있는데 뭐가 문제야?’라고 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그 중점 심사 항목이라는 게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정성’이라는, 애매하기 짝이 없는 내용이라는 게 문제였다. 상식적 기준으로는 이재명 아내의 법인카드 횡령 의혹을 보도하는 게 공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지만, 좌파의 눈으로 보면 그걸 보도 안 하는 게 공정한 방송이잖은가?

강화된 심사 기준은 보수 성향인 종편에 큰 재앙으로 다가왔다. KBS, MBC, SBS 같은 지상파 3사는 사회적 영향력을 감안해 재허가를 안 해주는 게 불가능하다. 실제로 2017년 말 지상파 3사는 모두 650점에 미달해 단체로 재허가가 거부될 위기를 맞았지만, 방통위는 약간의 조건을 달아 재허가해 준 바 있다. 아마도 지상파 방송 구성원들 중 진짜 방송국이 없어질까 걱정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현 정부는 지상파 재허가를 폐지하겠다고 약속까지 했다.

 

하지만 종편은 경우가 다르다. 그들은 자신들이 조금만 잘못하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시달린다. 이효성에 이어 새 방통위원장이 된 한상혁 역시 민언련 출신의 강성 좌파이니, 종편 한두 곳이 문을 닫는대도 이상할 게 없었다. 2020년 초, 종편 두 곳의 재승인 심사가 있었다. 심사 결과 TV조선은 653.39점, 채널A는 662.95점으로 모두 기준점인 650점을 넘었다. 그런데 중점 심사 항목인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정성’이 발목을 잡았다. TV조선이 210점 만점에서 104.1점 (49.5%)로 기준인 50%에 미달한 것이다. 이들이 어떤 잘못을 했기에 공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채널A는 109.6점으로 50%를 넘겼지만, 재승인을 기다리는 동안 이른바 ‘채널A 사건’이 터졌다. 채널A 기자가 한동훈 당시 검사장과 짜고 유시민을 잡으려 했다는 것.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었지만, 그 뒤 채널A는 재승인을 받지 못할까 마음을 졸여야 했다.

다행히 방통위는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두 종편을 없애지 못했다. 특별한 잘못이 없는데 방송사를 없애 버린다면, 국민의 저항이 만만찮을까 걱정한 탓이리라. 그 대신 그들은 ‘허가를 내줄 테니 이러이러한 조건을 이행하라’고 했고, 이게 잘 지켜지는지 6개월마다 체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민언련 공동대표가 된 김언경은 종편 재승인 직후 라디오에서 TV조선을 왜 안 없앴느냐고 분노를 터뜨렸는데, 만일 이재명 의원이 대통령이 됐다면 이분이 방통위원장이 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등골이 오싹해진다. 김광재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방송에 대한 전체 평가 지표 중 3분의 2가 정성 평가인 비계량 지표여서 주관적 평가가 이뤄지거나 시대 분위기에 따라 결과가 변질할 수 있다. 결국, 정책 당국이 심사와 조건부 승인을 수단으로 활용해 정책적으로 사업자를 통제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는 늘 그와 뜻을 같이하는 인사들이 패널로 나와 현 정부를 신나게 물어뜯는다. 그래도 상관없다. 한상혁의 방통위는 TBS에 아주 너그러우니 말이다. 반면, TV조선과 채널A는 정치 시사 프로에서 좌우의 균형을 칼같이 맞춰야 한다. 한상혁의 방통위가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어서다. 궤변으로 보수 시청자들의 속을 뒤집어 놓는 좌파 패널들이 출연하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이들을 보는 게 짜증 날 수 있겠지만, 참아야 한다. 이들을 출연시키지 않는다면, TV조선 방송을 보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너무 어두운 얘기만 했으니, 희망도 드리자. 한상혁 방통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7월이면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