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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던 차(車)가 시동이 꺼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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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던 차(車)가 시동이 꺼지다니…

입력 : 2009.10.06 01:48 / 수정 : 2009.10.06 13:47

한국 소비자원 신고 16개월간 276건 달해
치명적인 고장이지만 車 교환은 5.8% 불과

올해 3월 국산 준중형 신차를 구입한 김모(35)씨는 출고 한 달 만에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갑자기 차량 시동이 꺼지는 황당한 일을 당했다. 시동이 꺼지자 유압(油壓)으로 작동하는 파워스티어링휠(운전대)과 브레이크가 무거워지면서 방향 전환이나 제동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김씨는 가까스로 차를 갓길로 세웠지만 뒤에서 오는 차량과 추돌하지 않을까 떨어야 했다. 김씨는 이후 정비를 받고 다시 운행했으나 지난 여름 또 시동이 꺼졌다. 김씨는 제조사에 교환을 요구했지만, 자동차 회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한 소비자 분쟁해결기준의 규정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교환은 물론 피해보상도 거부했다.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주행 중 시동 꺼짐' 현상이 빈발하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 회사가 이를 공개적으로 알리고 시정하는 '리콜'은 지난 2005년 이후 국산차 6건, 수입차 2건 등 단 8건에 불과하다. 또 시동 꺼짐이 반복적으로 발생해도 차량을 교환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5일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시동 꺼짐이 발생한 차량들의 수리 횟수는 5회 이상이 21%에 달할 만큼 같은 차량에 반복되는 경향을 보였지만, 실제로 차량을 교환받은 비율은 전체 발생차량의 5.8%에 그쳤다. 소비자원은 2008년 1월 1일부터 2009년 4월 30일까지 소비자원에 접수된 276건의 차량 주행 중 시동 꺼짐 사례를 분석했다.

김지희(32)씨는 지난달 서울 시내 도로를 운전 중 자신의 중형세단 시동이 꺼져 차를 갓길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충돌사고를 당할 뻔했다. 김씨는 제조업체에 "2005년 신차로 구입한 직후부터 하루에 2~3차례씩 시동이 꺼져 수리를 받았는데 고속 주행 중 또 시동이 꺼졌다"고 항의했지만, 업체는 "당시 고친 부위와는 다른 부위에 이상이 생긴 것"이라고만 말할 뿐 구체적 원인을 얘기해 주지 않았다.

김씨는 "몇만원하는 물건도 문제 생기면 환불해주는데, 수천만원짜리 차에 안전상 결함이 생겨도 교환은 고사하고 설명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차량인도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방향조정·제동장치, 엔진·동력전달장치 등 주행안전에 관련한 중대 결함이 2회 이상 발생한 경우 ▲중대 결함이 발생해 같은 결함을 3회까지 수리했으나 재발한 경우 ▲그 수리기간이 작업 일수로 30일을 초과할 경우에 차를 교환해주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 기준은
공정위에서 정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에 불과하다. 따라서 제조사가 규정을 안 지켜도 법적으로 규제할 수 없다. 분쟁해결기준(2007년 이전은 피해보상규정)은 1985년 처음 제정돼 거의 매년 개정됐으나 주행 중 시동 꺼짐과 관련된 직접 규정은 없다. 전문가들은 분쟁해결기준에 나온 '안전상 중대 결함'이라는 문구가 주관적이어서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며 결함의 구체적 내용을 적시하는 등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보험개발원의 박인송 시험연구팀장은 "주행 중 시동 꺼짐은 '살인 행위'에 비교될 만큼 운전자 안전에 치명적"이라며 "교환·피해보상 기준이 지금보다 크게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와 지난 2002년 조사(2001년 1월 1일~12월 31일 소비자원 접수사례 분석)의 제조사별 발생빈도를 비교해 보면, 전체 발생 차량 가운데 특정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현대차는 48.4%에서 27.2%로, 기아차는 33.8%에서 31.2%로 낮아진 반면, 르노삼성은 0.2%에서 15.2%, 수입차는 0.7%에서 10.5%로 급격히 늘어났다. 사용연료별로는 휘발유가 155건(56.2%)으로 가장 많았고, LPG 차량이 74건(26.8%), 경유 차량이 47건(17%)이었다.

시동 꺼짐 원인은 연료계통 결함이 41.8%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전자계통(41.3%), 엔진계통(5.6%) 순이었다. 연료계통은 연료를 분사하는 장치인 인젝터나 연료펌프 고장이 잦았다. LPG 차량은 연료통인 봄베 결함이 대부분이었다.

소비자원 김종훈 부장은 "주행 중 시동 꺼짐의 63%가 신차 구입 후 6개월 이내에 나타난 것으로 볼 때, 차량 제조상 결함이 가장 큰 이유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행 중 시동 꺼짐 현상이 차량 결함이나 조립 불량으로 생기는 경우가 많지만, 오염된 연료 때문이거나 원인불명으로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운전자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폴크스바겐코리아 나윤석 부장은 "주행 중 시동 꺼짐 현상이 발생하면 절대 시동을 다시 켜려 하지 말고, 비상등을 켜고 주변을 침착하게 살핀 뒤 갓길 등 안전한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발생했는데도 재시동을 시도하는 등 머뭇거리면, 차량이 동력을 잃고 차로 한가운데 서 버려 자칫 연쇄 추돌 같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시동이 꺼지면 엔진 힘으로 움직이는 유압(油壓)이 사라지고, 유압을 사용하는 스티어링휠과 브레이크 페달이 뻑뻑해지면서 조작이 어려워진다. 따라서 평소보다 더 세게 조작하면서 지체하지 말고 주행차로를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 시동 꺼짐 현상때 대처 요령


1. 비상등을 켠다. 다시 시동을 걸려고 시도하지 않는다. 주의를 분산시켜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

2. 시동이 꺼지면 스티어링 휠이 매우 뻑뻑해진다. 스티어링 휠(운전대)을 평소보다 훨씬 더 세게 돌려 갓길이나 안전한 장소를 향해 차량을 이동시킨다.

3. 브레이크는 한두 번은 평상시처럼 작동하며, 그 뒤에는 매우 세게 밟아야 겨우 제동력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브레이크를 미리 밟지 말고 차량을 갓길 등으로 이동한 뒤 최종적으로 정지할 때 사용한다.


● 시동 꺼짐 예방을 위한 운전자 주의사항

―정기적인 소모품(점화플러그·연료필터·점화장치 배선) 점검 및 교환
―연료 계통 부품에 붙은 이물질(카본·타르 등) 청소
―유사연료 사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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