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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고속도로

'텅 빈' 고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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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10.13 03:09

2001년 이후 개통 9개노선… 예상교통량의 절반 못미쳐

12일 오후 6시30분, 마이산이 바라보이는 전북 진안휴게소 주차장에 있는 차량은 관광버스 1대, 화물차 등 8대가 전부였다. 저녁 식사 시간이었지만 휴게소 손님은 30여명에 불과했다. 휴게소 직원 최모(23)씨는 "보통 평일 낮 3~5시 사이엔 손님이 10여명 찾는다"며 "고속도로를 지나는 차량도 평일 낮엔 5분에 10대쯤 지나갈 정도로 한산하다"고 말했다.

진안휴게소는 2007년 12월 개통한 익산~장수 고속도로에 있다. 이 고속도로 사업을 시작할 때 예상한 2008년 하루 교통량은 4만7776대였지만, 지난해 실제 이용량은 예측 값의 15%에 불과한 하루 7284대였다. 1시간에 300대, 1분에 5대의 차가 이용한 교통량이다. 수요 예측 잘못으로 밤에는 '유령 고속도로'나 다름없는 고속도로를 만들어놓은 것이다. 이 고속도로를 만드는 데 들어간 예산은 1조3077억원이었다.

12일 한국도로공사가 국토해양위 정희수 의원(한나라당)에게 제출한 국감 자료에 따르면, 2001년 이후 개통한 13개 노선 중 9개 노선이 당초 2008년에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 교통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장성~담양 고속도로가 19%, 안성~음성 고속도로는 30%, 현풍~김천, 고창~장성 고속도로는 각각 37%의 이용률을 보이는 등 최악의 성적표를 내고 있다고 정 의원실은 밝혔다. 2008년 기준으로 13개 전체 신설 고속도로의 당초 예상 교통량 대비 실제 교통량은 절반가량인 50%에 그쳤다. 2001년 이후 개통한 신설 고속도로는 총 13개 노선으로 사업비만 19조2418억원이 들어갔다.

'텅 빈' 고속도로가 만들어진 것은 수요 예측이나 경제적 타당성 조사 등을 엉터리로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처음 고속도로 사업을 시작할 때 도로공사가 제시한 '경제적 타당성(B/C)' 자료를 보면, 13개 신설 고속도로 모두 타당성 수치가 '1.0'을 넘었다. 모두 경제적으로 타당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경제적 타당성 수치가 13개 노선 중 3.86으로 가장 높았던 현풍~김천 노선은 실제 이용률이 37%에 그쳤고, 가장 저조한 이용률을 나타낸 익산~장수 노선도 수요 예측 당시 경제적 타당성 수치는 2.22로 높았다.

도로공사 조사팀 관계자는 "일부 신설 고속도로는 1990년대 타당성 조사를 시행할 당시 수요 예측 제도가 정비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토부 권병윤 도로정책과장은 "고속도로를 개통하자마자 이용률 100%를 넘어가는 것도 문제"라며 "고속도로 사업은 20년 뒤 수요를 보고 시작하는 것이라 신설 고속도로 이용률을 놓고 타당성 여부를 따지는 것은 성급한 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의원은 "아무리 장기 수요를 봤다고 해도 당초 예측 교통량의 10~20%를 보이는 것은 수요 예측 자체를 잘못한 결과"라며 "전(全) 노선 수요 예측을 재검증해 추가 사업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