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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흉부외과의(醫) 기근이 드러낸 국가 인력수급 정책의 수준

[사설] 흉부외과의(醫) 기근이 드러낸 국가 인력수급 정책의 수준

  • 입력 : 2009.10.27 22:41 / 수정 : 2009.10.27 23:34

삼성서울병원이 200만~250만원인 흉부외과 전공의(醫) 월급을 300만원 올려 500만원 이상으로 파격 책정했다. 병원측은 정부가 7월부터 흉부외과 의료수가를 100% 올리자 추가 수익 상당부분을 전공의 장려금으로 쓰기로 한 것이다.

흉부외과는 의학의 꽃이라 불리면서도 의료수가가 워낙 낮아 의대생들이 기피해왔다. 흉부외과 의사 3~4명, 간호사 3~4명, 의료기사 1~2명이 참여해야 하는 급성 심근경색증 심장수술의 경우 건보공단 책정 진료비가 200만원쯤에 불과했다. 성형외과 의사는 가슴확대 수술에 650만~750만원, 쌍꺼풀 수술은 120만~180만원을 받는다. 이렇다 보니 흉부외과 지원자가 없어 지난해 필요인원의 20%밖에 못 뽑았다.

꼭 필요한 부문인데 사람이 부족하면 몸값이 올라가고, 몸값 올라가는 걸 보고 그 직종 지원자가 많아져서 인력의 수요 공급이 맞아떨어지는 게 정상이다. 흉부외과 의사가 부족한 지는 벌써 10년 가까이 됐는데 이제야 수가를 조정한 것이다. 흉부외과 의사 한 명 기르는 데 필요한 시간을 생각하면 이미 이 분야 인력 공백은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음이 틀림없다. 정부의 인력수급 기능이 크게 고장 나 있었다는 뜻이다.

의료 부문만 그런 게 아니다. 기술 습득이 힘들고 고된 일에 정당한 보상이 돌아가야 유능한 사람들이 지원할 텐데 우리 사회엔 이런 순환기능이 마비된 분야가 많다. 사회적 부가가치 생산에는 별 도움이 안 되는 부문에 유능한 인력이 몰리면 사회 전체 경쟁력은 떨어지게 돼 있다.

2007년 이후 전국 27개 국립대에서 2만명의 이공계생이 자퇴하거나 비(非)이공계로 전공을 바꿨다. 이공계 나와 봐야 푸대접받고 일찍 직장에서 쫓겨난다는 인식 때문이다. 지난 8월 의학교육입문검사(MEET) 응시생 중 공대·자연대 등 이공계 전공자가 27.1%로 생물학 전공(38.2%) 다음으로 많았다. 올해 문을 연 법학전문대학원도 재학생 1619명 중 이공계 출신이 16.5%나 됐다. 이런 식이다 보니 이공계에 유능한 인력이 공급될 수가 없다. 우리나라 노동인구(15~64세) 1000명당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과학기술 분야 박사는 3.5명으로 스위스(22.8명), 미국(8.6명)과 비교도 안 된다.

대한민국의 유일한 재산은 사람이다. 국가 교육제도와 보상시스템을 크게 바꿔 사람 투자 시대를 열어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