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나를 울린 한장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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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신문기사를 읽다 그만 목에 메이고 눈가에 이슬이 맺히는가 했더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나 스스로 감정이 메말랐다고 생각하는 나 자신인데 . . . 남편의 시신이 담긴 관 옆에서 마지막 밤을 함께 보내기를 원한 아내가 남편이 생전에 좋아했던 노래를 컴퓨터로 틀어놓은 채 관과 나란히 누워 엎드려 잠이든 모습을 찍은 사진인데 이 사진이 올해의 퓰리처수상작이란다. 관을 지키며 서 있는데 배경을 보니 가정집의 거실로 보이는데 아마도 전사한 군인의 자택이 아닌가 싶다. 평상시처럼 같이 보내고 싶어 메트리스와 이불을 펴고 그 위에 두개의 베게를 나란히 놓고 누워있다 엎드려 잠이든 젊은 아내의 애틋한 사랑이 메마르고 무미건조한 내 가슴을 흔들어 그만 나를 울리고 말았다. 난 그만 울고 말았네! . . . 마지막 순간까지 해병정장차림의 군인을 부동자세로 관 옆에 세워 정중하게 弔意를 표하는 미국정부의 태도와 최후의 밤을 같이 보내고 싶어하는 젊은 아내의 마음이 너무나 감동적이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마치 살아있는 듯이 즐겁게 젊은 부부다운 상상의 대화를 나누다 잠이 들었을 것이다. 그 조간신문에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의 귀환을 촉구하는 포스터가 실렸다. 길위에 떨어져 있는 배경사진에 "납치, 일본은 버려두지 않는다."는 표어를 달고 있다. 그 중 한명이 女中生 때 북한으로 납치되어 북한에서 역시 납북된 한국인 김영남씨와 결혼한 요코다 메구미의 生死여부와 송환촉구로 일본에서 反北여론이 비등한 모양이다. 자칭 민주투사들이 지금 내 조국 대한민국을 경영하고 있다. 6.25때의 국군포로도 상당수가 있음에도 우리 정부차원에서는 속수무책으로 손놓고 있고 오히려 납북자는 없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공식발표내용이다.
납치하는 범죄집단앞에서 왕앞에 선 내시처럼 굽신거리는 건달들을 우리 사회에서는 진보세력, 민족주의자, 통일운동가, 개혁인사 등등의 화려무비의 최상급 찬사를 붙여주고 있으니 온 나라가 코메디 천국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북한으로 들어간 사람 뿐이라는 게 우리 정부의 변함없는 공식답변인데 어제 총리 인사청문회자리에서도 신임총리 한명숙은 한사코 납북자라는 말을 회피하며 납북자는 없다면서 무얼 최선을 다 하겠다는 말이지 정신이상자나 알아먹을까 나는 당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더라. 남의 나라 국회청문회자리에 떼지어 몰려든 일본기자들의 모습과 우리 언론의 자세는 전혀 딴판이다. 국민들이나 다들 관심이 없는 탓이겠지. "보다 더 원활한 남북경제교류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는데 최선을 다 하겠다" 던데 앞으로 더 많이 퍼주겠다는 말을 더 원활한 경제교류라고 하는 것 까지야 쉽게 알아먹는다마는 없다는 납북자를 위해 무얼 최선을 다 하겠다는 말인지 내눈엔 국회에서 도깨비들이 모여 말장난하고 있는 것으로만 보인다. 정치건달들의 도깨비놀이가 이를 지켜보는 사람의 허파를 뒤집어놓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저런 사람들을 우리의 대표라고 뽑아준 우리 국민들의 자질도 문제인 것이다.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열광적으로 응원할 때
서해바다에서는
우리 해군장병들이 피를 흘리며 최후의 사투를 벌이다 외롭게 그리고 처절하게 숨져갔었다.
일본으로 날아가 일왕옆에 앉아 축구결승관람하고 국민들은 미친 듯이 축구응원에 열을 올렸었지 . . .
장장 일년이 넘도록 촛불추모한답시고 법석을 떨었던 사람들이 북한의 기습공격으로 떼죽음을 당한 우리 장병의 죽음에 대해선 어떻게 그렇게 외면할 수 있으며 주둥이만 열면 민족을 찾는 민족지상주의자들이 어떻게 만주땅을 헤메고 다니는 수십만명의 북한동포에는 그리도 무관심할 수 있으며 탈북해 남한에 정착한 북한동포에 대해선 또 어떻게 그리도 냉정하게 차별할 수 있단 말인가? 北으로 납치되어 간 무고한 우리 국민에 대해서는 왜 말 한마디 꺼내지 못한단 말인가? 범죄집단놈들이 달라는대로 시도 때도 없이 마구 퍼주면서 말이다. 미국정부와 그 옆에서 마지막 밤을 같이 보내는 젊은 아내의 사진이 나를 계속 울린다.
단 하루를 살아도 그런 세상에서, 그런 사회에서 살다가 가고 싶어진다.
어제는 6.25한국전쟁이 터진날 . . .
6월 29일은 제2연평해전이 월드컵의 함성속에 가려
우리의 젊은이가 적과 처절하게 싸우다가 죽고 다친날 . . .
지난 세월 동안 차곡히 쌓인 원한을 어이하라고
우리들의 '주적'은 없단다! . . .
우리의 주적이 없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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