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동네 의사 송태호의 진료일기] "젊은 엄마, 목좀 만져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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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5.21 03:05 / 수정 : 2011.05.21 14:12
'그냥 무시할까? 검사해보자고 할까? 검사했는데 정상이면 어쩌지?', '그래도 찜찜한데 하자고 하자… 아니야, 그만두자.' 몇 초의 짧은 시간 동안 오만가지 생각과 갈등에 빠지게 된다.
일단 촉진(觸診)해봐서 덩어리가 만져진다면 고민은 줄어든다. "뭔가 만져지는 것이 있으니 검사해보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혹이 없을 경우엔 고민이 깊어진다. 스스로 아프다고 생각하지 않는 젊은 여자의 목을 만지는 것은 남자 의사로선 쉬운 일이 아니다.
대학병원에 근무할 땐 이런 고민이 필요 없었다. 대개의 경우 내 전공 분야의 환자들만을 만나는 데다가 대학병원에 왔다면 어느 정도 검사를 각오하고 오기 때문에 의심되는 부분을 거의 모두 기계적으로 검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동네 병원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환자의 경제적 사정도 고려해야 하고, 검사 결과 만약 큰 병으로 확인될 경우 대학병원에 가서 중복 검사를 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게다가 대부분의 환자는 의사가 검사를 하자고 하면 큰일이 난 줄 안다. 그래서 더욱 조심스럽다.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 갑상선 암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병원만 해도 1년에 10차례 가까이나 된다. 이 수치는 다른 갑상선 질환까지 포함하면 더 많아진다. 최근 들어 국내의 암 발생률을 보면 갑상선 암이 많이 증가하고 있다. 어찌나 많은지 일부 암 보험에서는 갑상선 암의 보장범위를 자궁경부암처럼 축소하기도 한다. 나는 그 원인이 갑상선 검사의 증가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다시 말해 암이 증가했다기 보다 암을 발견하는 검사 횟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내가 의사생활을 처음 시작한 1990년대만 해도 갑상선 검사는 일반적인 검사가 아니었다. 지금은 웬만한 내과의원에서도 혈액과 초음파로 갑상선을 진단할 수 있고 종합검진에서도 단골로 추가된다. 의사가 병을 의심해서 발견되는 경우보다 건강검진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갑상선 질환은 여자가 압도적으로 발병률이 높다. 실제 진료실에서도 95% 이상이 여자이며, 그것도 10~40대 젊은 여자가 많다. 여자들은 예전부터 유방암과 자궁경부암에 대해서는 충분히 경각심을 갖고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5대 암 검진에도 이 두 가지 암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갑상선과 골다공증에 대해서는 많은 여자들이 상대적으로 소홀한 편이다.
여자들은 유방과 자궁은 물론이고, 갑상선과 골다공증도 정기적으로 검진받는 것이 좋다. 아이가 아파서 동네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자신의 목을 만져보자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그 의사도 나처럼 고민과 갈등 끝에 물어보는 것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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