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놀드 슈왈츠네거를 뭇매 때리지 말아야 할 이유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죽음이 그들을 갈라 놓을 때까지 절대적으로 변하지 않는 사랑으로 평생을 함께 할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인간의 비극 중 하나는 바로 이러한 희망사항이 절대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그것이 아닐런지.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라는 질문이 허허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이렇게 제목을 붙여봤는데, 이 제목만으로도 난 페미니스트들과 행실 단아하고 극도의 자제심을 지니고 있는 남성분들에게 뭇매를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하지만 또 할 말은 속 시원하게 하는 걸 선호하는 나로서는 그래도 꼭 내 생각을 말해보고 싶은데 어쩌지?
먼저 나는 개인적으로 영화 배우 아놀드 슈왈츠네거를 그리 좋아하진 않았었다는 걸 밝혀둔다. 내게 그는 너무 지나치게 우람한 몸매를 가지고 어색한 영어 발음을 가진, 마초의 전형처럼 보이는 한 배우에 지나지 않았고, 그런 그의 외모나 이미지는 내가 평소 가장 비호감으로 여기고 있는 남자의 유형인지라 별 관심도 없었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그의 본연과는 아무 상관 없이.
그랬던 그가 케네디 가의 여인과 결혼을 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남녀가 서로에게 빠지게 되고 혹은 사랑을 느끼게 되는 이유나 계기를 따지자면 수천 가지도 넘을 것이기에, ‘어! 우람한 육체 뒤에 숨겨진 뭔가 보석 같은 내면의 세계 아님 절대적인 매력, 이 둘 중 뭔가가 있는 건가!’란 생각을 혼자 해 봤었다. 배울 만큼 배우고, 가정 환경도 꽤나 훌륭한 집안의 규수가 그저 허접스러운 남자를 외모와 느낌만으론 선택했을 것 같지 않았기에 말이다(물론 남자의 야망이란 것도 내 예상에서 뺐던 건 아니었고).
그리고 곧 그가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지만 영화배우에서 정치가로 인생의 행로를 바꾼 그의 인생에 난 역시 별 관심이 없었고, 그렇게 세월 또한 무심히 흘러버렸다. 그러다가 바로 얼마 전 운동을 하면서 보게 된 TV에서 그가 부인과 별거 중이라는 소식을 접했고, ‘사람 살다 보면 뭐 그럴 수도 있지~ 허나 그는 정치인이고, 아무래도 영향이 있을 터인데~’ 뭐 이런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 바로 며칠 전 그에게 혼외정사로 생긴 숨겨놓은 자식이 있고, 그의 아이를 낳았다는 전직 가정부에 관한 기사와 사진까지 보다 보니 뭐랄까~ 참 세상에 이해하기 어려운 많은 일들이 있지만 사람과 사람의 만남처럼 이해의 영역을 뛰어넘는 일도 없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됐다.
솔직히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첫 번째 이유로는 그 가정부라는 여자의 외모가 너무도 평범하다 못해 대개의 남자들이 선호할 거라 여겨지는 분위기조차 전혀 갖고 있지 못해 보여서였는데, 아무리 제 눈에 안경이라지만 외모로만 봤을 땐 도대체 저 여자의 어떤 매력이 그로 하여금 혼 외정사라는 위험한 도박을 하게 만든 걸까? 그게 참을 수 없이 궁금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다 문득 이런 의외의 발견이 무릇 이번 경우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는 것에 다시 생각이 미쳤고(예를 들어 에드워드 왕자를 영국 왕위에서 내려앉게 만든 심슨 부인, 그의 후손 뻘 되는 찰스 영국 황태자가 어린 아내를 버리고 선택한 카밀라, 까딱하다 대통령 직을 내 놓을 뻔 했던 미국 클린턴 대통령의 여자였던 모니카 르윈스키 등등), 그러다 보니 이건 단순히 한 남자가 한 여자의 외모에 한 눈이 팔려 벌어진 사건(?)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또 들었다.
도대체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한 몸이 되게 만들었을까? 잘난 아내의 참을 수 없는 자존심에 먹칠을 해 주고 싶은 남자의 복수심? 아니면 치마만 둘렀다면 앞뒤 잴 것 없이 들이밀고 마는 고질적인 정욕의 화신 아놀드의 병적 증세로 인한 결과? 순수한 여자의 마음에 그저 불타 오른 남성의 보호본능의 발현? 뭐 이런 류의 추측만도 수 백 가지가 가능하겠다.
이런 말이 있다. 부부간의 이야기는 부부 밖엔 모른다! 라는. 나는 이 사건(?) 역시 그저 두
부부 당사자 간의 이야기로 가슴 깊이 두 사람, 혹은 세 사람이 묻어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우리들은 그들에게 함부로 돌을 던지거나 뭇매 때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가 공직자로서, 정확히 공인으로서 자랑스러운 일을 하지 않은 건 분명하지만 그의 성도덕성과 그의 공직자로서의 자질(잘은 모르지만 만약 그에게 자질이 있다는 전제 하에)은 엄연히 구별되어야 한다는 게 내 개인적 생각이고, 그런 이유로 우리들 중 어느 누구도 그 혹은 그들에게 함부로 말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무릇 인간에겐 누구나 예외 없이 각자마다의 치명적인 결함이 적어도 한 두 가지씩은 있고, 그러므로 우리들은 미완의 존재로서 서로를 가엾고 측은하게 생각하면서 서로 사랑해야 한다고 믿고 있는 지라 이번 일이 그렇게나 놀랍다거나 절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결과만을 놓고 한 가정사를 왈가왈부하는 건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에도 찬성표를 던지기에 또 그렇다. 보이지 않는 내면에 깊고도 깊은 내막이 있는지 과연 그 누가 알겠는가? 그러니 이쯤에서 남의 가정사에는 관심을 끄고 내 자신, 내 가정에 오롯이 올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리라 여겨진다. 이게 바로 남의 말 하기를 즐기는 이들이여! 자신부터 점검해 보시라! 고 강력히 권하며 그에게 뭇매 때리지 말라고 또 권하고 싶은 이유이다.
사족으로, 그가 즉각적으로 자신의 혼외정사 사실을 인정하는 걸 보면서 역시 미국은 성도덕성보다는 거짓말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 하는 인간의 전반적인 도덕성을 더 우위에 두는 문화를 가지고 있는 나라라는 걸 실감하게 되었다. 물론 이번 일이 그의 이미지에 흠집을 만들었고, 앞으로의 그의 정치 생명에 큰 영향을 미칠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그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은 사람으로 기억될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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