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5.25 03:07
[경찰 유성기업 점거농성 해산]
2009년 쌍용차 불법파업이후 사회 분위기 "폭력 용납못해"
현대차 생산차질 피해 216억… 부품공급 다변화 등 필요
"주간 2교대제 쟁취하자." "죽기를 각오했다. 노조 탄압 분쇄하자."24일 오후 5시 충남 아산시 둔포면 유성기업 아산공장 정문 앞. 노조원 약 200여명이 팔짱을 끼고 드러누워 구호를 외쳤다. 노조원과 대치하고 있던 경찰은 공장을 점거하고 있던 노조원을 한 사람씩 차례로 끌어내고 있었다. 정문 앞에서 이를 지켜보던 유성기업의 한 간부(부장)는 "저 사람들 연봉이 나보다 많아요. 7000만원씩 받는 사람들이 저렇게 드러누워 있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네요"라고 말했다.
- ▲ 점거 노조원 연행하는 경찰… 24일 오후 충남 아산 유성기업에서 7일째 공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던 노조원들을 경찰이 연행하고 있다.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경찰 관계자는 "쌍용차 파업 사태 이후 폭력적인 불법 파업은 용납하지 않는 경찰과 강성 노조에 냉랭해진 사회 분위기 때문에 불법파업과 폭력적인 저항은 거의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쌍용차 노조는 2009년 평택공장을 77일간 점거하며 해산을 시도하는 경찰과 관리 직원들에게 쇠구슬을 발사하는 등 격렬히 저항하다 강제 해산됐다. 유성기업에서는 그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개당 1000~2000원짜리 피스톤링 하나가 6박7일 동안 글로벌 5위권의 한국 자동차 산업을 옴짝 못하게 만드는 가공할 위력을 발휘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소형트럭 포터를 생산하는 현대차 울산 4공장 생산라인은 가동률이 10%대로 떨어졌다. 피스톤링 공급이 중단되면서 포터에 들어가는 엔진을 생산하지 못한 결과였다. 이웃한 승합차 스타렉스 공장 생산라인에선 직원들은 옆 사람과 이야기를 하면서 띄엄띄엄 컨베이어벨트에 놓인 부품을 조립하는 등 한가한 모습이었다. 기아차 소하리공장의 카니발 디젤모델 생산라인은 아예 가동조차 되지 않았다.
현대기아차는 일부 차종 엔진에 들어가는 피스톤링 재고가 소진된 20일부터 이날까지 총 986대 차량을 생산하지 못했다. 생산 차질로 인한 피해액만 216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피해는 그것만이 아니다. 유성기업 파업 피해가 알려지면서 현대·기아차는 23일 하루 동안에만 4조2192억원의 시가총액이 날아가버렸다. 무엇보다 세계 시장에서 판매량을 급속히 확대하며 '글로벌 톱5'인 현대기아차의 부품조달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한국 자동차산업 경쟁력에 큰 타격을 입었다.
유성기업 아산공장은 이날 밤늦게까지 관리직 직원들과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던 일부 노조원들을 동원해 생산 설비를 정비했다. 이기봉 유성기업 아산공장장은 "밤을 새워서라도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25일부터는 관리직을 투입해 생산을 재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완성차 업체가 정상 가동하기까지는 며칠이 더 걸릴 전망이다. 밀려 있던 물량을 한꺼번에 다 공급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포터와 카니발 생산라인은 29일부터는 다시 정상 가동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런 일이 언제든 다시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이다. 유성기업처럼 특정 부품을 70% 이상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곳은 10여개사가 더 있다. 완성차 5개사가 50% 이상을 의존하는 업체 수는 180여개나 된다.
자동차 업계는 독점적 지위를 가진 이들 부품회사 중 상당수가 유성기업처럼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의 노조를 둔 점을 우려한다. 금속노조 산하의 완성차와 부품사의 노조들은 몇년 전부터 유성기업 노조처럼 '주간 2교대제 근무'와 '월급제 도입'을 주장하면서 회사측을 압박해왔기 때문이다.
자동차공업협회 강철구 이사는 "핵심부품 하나의 공급 중단으로 자동차 산업 전체가 멈춰서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자동차 업계가 부품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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