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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통일된다' 말 잘못하면 정치범 - 남한으로의 흡수통일을 원해

북, '통일된다' 말 잘못하면 정치범

 


중국-김준호 xallsl@rfa.org


2011-05-30

 


한반도가 하나의 국가로 통일 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해서는 남북한 모두가 이론의 여지없이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 북한에서는 ‘통일’이라는 말을 잘 못 썼다가는 정치범으로 몰릴 수도 있다고 합니다.

 

 


사진제공-MBC/연합뉴스

 

지난 4월 28일 북한 신의주에서 남한영화를 보고 남한 노래를 들은 혐의로

적발된 북한 주민과 성매매 혐의로 붙잡힌 사람들이 운동장에서 많은 군중

들이 모인 가운데 공개 인민재판을 받는 모습을 촬영한 장면.

 

 
어떤 이유에선지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전합니다.

 

보통 통일을 얘기할 때 남한사람들은 ‘남북통일’, 북한 사람들은 ‘북남통일’이라고 합니다. 말이 다른 만큼 양쪽이 바라는 통일의 형식도 다릅니다. 북한에서는 조선 노동당이 지배하는 통일을 말하고 남한에서는 자유 민주주의 체제로의 통일을 지향합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를수록 남과 북의 경제력 차이가 커졌고 이런 경제적 격차는 주민의 삶의 질에 큰 차이를 가져왔습니다. 당국의 엄격한 통제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은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제 북한 주민들은 조선노동당이 지배하는 ‘북남 통일’의 가능성을 의심하고 그런 식의 통일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에 투자한 중국 국적의 동포사업가 오 모 씨는 “날이 갈수록 살기가 힘들어지면서 북한 주민들은 하루빨리 통일이 돼야 살기 좋아질 것이라고 말한다”고 전했습니다. 오 씨는 북한주민들이 원하는 통일이란 조선 노동당이 지배하는 통일이 아닌 “남한 주도의 통일, 더 나아가서 남한으로의 흡수 통일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오 씨는 또 “통일에 대한 이 같은 인식의 변화와 소망은 소수의 상급 지배계층을 제외한 중간 간부들까지도 비슷하다”고 전했습니다.

 

오 씨는 이런 분위기 때문에 요즘 북한에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통일’을 입에 담았다가는 큰 곤욕을 치를 수 있고 심하면 정치범으로 몰릴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통일’이라는 말이 “북한이 빨리 망하라”는 말로도 이해될 수 있는 분위기라는 겁니다.

 

사업상 중국을 자주 다닌다는 함북의 한 무역 일꾼도 “요즘 북한에서 아무 때나 ‘통일’을 입에 담았다가는 무슨 의미로 그런 말을 하느냐고 추궁받기 일쑤”라고 말했습니다.

 

통일에 관한 북한 내부의 최근 분위기는 다른 북한 주민들의 증언에서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함경남도에 거주하는 화교 구 모 씨는 “삶에 지친 주민들이 한국이 됐던 미국이 됐던 빨리 조선을 점령해버렸으면 좋겠다고 막말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남한에 대한 호칭도 예전 같으면 ‘남조선’이라고 했지만 이제는 무의식적으로 ‘한국’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말했습니다.

 

구 씨는 이런 북한내부 분위기를 반영하듯 자유 아시아 방송(RFA)과의 대담 시간 내내 남조선이라는 호칭대신 ‘한국’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구 씨는 또 “청년대장 김정은이 올라오자 주민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50년을 또 어떻게 버티고 살아야 하느냐며 내 생전에 좋은 세상 구경하기는 틀렸다는 자조 섞인 말도 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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