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매춘·도박' 복합빌딩 돼버린 도심 오피스텔
- 기사
입력 : 2011.06.11 03:01
소형주택 부족 해소 위해 욕실 등 규제 풀어놨더니 성매매·불법 도박장 우르르
10일 새벽 1시쯤 대형 빌딩과 술집, 음식점 등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선릉역 인근의 한 오피스텔 로비. 30대 남성 3명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술 냄새가 확 풍겼다."여기 아가씨들은 괜찮냐. 이러다 경찰 단속 걸리는 거 아니냐."
"괜찮다니까. 내가 몇번 와 봤어. 안전해."
이들과 좀 떨어져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30대 주부는 이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떠난 뒤 다음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는 "여기 13층인가에 성매매업소가 있어요. 거기 가는 사람들인 걸 뻔히 아는데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싶겠어요"라고 했다.
- ▲ 서울 강남구의 한 오피스텔에는 사설 도박장과 성매매업소, 일반인들의 숙소가 한데 모여 있다. 경찰의 오피스텔 기습 단속에 깜짝 놀란 여성이 얼굴을 가리는 모습(왼쪽). 오피스텔 안에 버젓이 마련된 도박 테이블에서 도박을 즐기기도 한다(오른쪽). /강남경찰서 제공
이 건물은 '오피스걸(오피스텔 성매매 여성)'이 많기로 강남 일대에 소문난 오피스텔이다. 유흥가마다 뿌려지는 반나체 여성 사진과 휴대전화 번호가 적힌 명함 크기의 광고물에 이곳이 등장한다.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은 안마시술소가 입주하면서 매일 새벽까지 손님이 이어진다. 술 취한 남성들이 성매매 여성들과 다툼을 벌이는 일도 있다. 이 오피스텔에 사는 회사원 윤모(37)씨는 "아내를 혼자 두고 3~4일씩 지방 출장을 갈 때마다 불안한 마음이 들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불법 도박장인 '하우스'가 들어선 오피스텔들도 있다. 지난 1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강남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불법 도박을 한 혐의로 장모(36)씨 등 62명을 무더기로 검거했다. 지난 4월에도 서초동 검찰청사 앞과 개포동에서 오피스텔 도박장이 적발됐다. 지난해 9월에는 경마 도박장으로 개조된 강남의 오피스텔이 적발된 일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강남 일대의 역 근처나 유흥가 인근 오피스텔, 마포 등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지역의 일부 오피스텔 등은 성매매 업소가 입주해 불법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원래 오피스텔은 주거용이 아니지만, 국토해양부가 소형주택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6월 오피스텔에 바닥 난방과 욕실 설치를 허용하면서 오피스텔을 원룸 빌라처럼 사용하는 신혼부부나 독신자들이 늘어났다. 이들은 오피스텔에 성매매, 도박 등의 불법 업소들이 숨어들면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자신들의 주거지가 '주거+성매매+도박'복합 빌딩으로 변한 것이다.
입주민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성매매 업소가 입주해 있는 강남역 인근의 한 오피스텔에 사는 회사원 이모(여·26)씨는 "밤늦게 귀가할 때마다 술 취한 남자들이 나를 성매매 여성으로 생각하는지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본다"면서 "하루라도 빨리 이사를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남희용 주택산업연구원 원장은 "정부가 오피스텔을 부족한 소형주택 대신에 활용하려면 오피스텔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성매매업소 등 불법 시설이 입주하지 못하도록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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