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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여성들 치마 길이가.....


[단독] 화려·과감해진 평양여성들 치마 길이가…

[중앙일보 이지은]



북한 평양 거리가 밝아지고 있다. 유행에 민감해진 여성들의 옷차림과 머리 모양이 다양하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중국 사이트에 올라온 평양 거리의 여인들을 보면 칙칙한 무채색 계열의 정장 대신 화려한 차림이다. 무채색 계열이라고 해도 셔링이 잡힌 플레어 스커트로 단조로움을 피했다. 여성들의 머리 모양은 짧은 커트나 단발머리, 파마 스타일 등이 주를 이루지만 젊은 층에선 긴 생머리가 적지 않았다. 구두는 하이힐을 즐겨 신고 있다.

한 사진에는 두 여성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지나가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하늘색 위아래 맞춤 정장에 황토색 구두, 주홍색 핸드백을 들었다. 또 다른 여성은 꽃무늬 프린트가 새겨진 정장에 샌들을 맞춰 신었다. 꽃다발을 든 것을 보니 좋은 자리를 위해 한껏 멋을 낸 것 같이 보였다. 치마 길이는 약속이나 한 듯 무릎선을 고수했다. 바지를 입은 여성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또 다른 사진에는 3명의 중년 부인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었다. 외출복으로 말끔히 다려 입은 태가 난다. 뒤따르는 3명의 젊은 여성은 단아한 디자인의 투피스를 착용했다. 북한 여성의 신구 패션이 대비됐다. 이 가운데 한 여성이 검은색 샌들에 흰 양말을 신어 다소 촌스러워 보였지만 나머지 여성들은 ‘살양말’이라 불리는 살구색 스타킹을 신었다.





캐주얼 차림을 한 젊은 여성이 눈에 띈다. 노란색 스커트에 하늘색 줄무늬 티셔츠를 입었는데 한국의 여대생과 비슷한 느낌을 풍겼다. 파란색 빅백을 포인트로 들었다.



         
 
차이나카라에 블랙 미들 스커트를 입은 여성의 모습도 보였다. 시크한 분위가 풍긴다. 2008년 가을에 촬영된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촬영된 어린 소녀의 머리에는 고양이 캐릭터인 헬로키티 핀이 장식돼 있다. 북한 내에서 생산되지 않기에 수입품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북 당국 고위급 간부나 해외 무역일꾼의 자녀로 보인다.

대북 소식통들은 북한의 패션이 평양 등 대도시와 북중 국경지역에서 시작돼 각 지방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패션 트렌드를 접할 매체가 없기 때문에 해외 문물을 접한 이들이 입은 것이 곧 유행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달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넷째 부인으로 알려진 김옥의 패션에서 이미 감지됐다. 그는 연두색과 아쿠아색의 재킷을 입었다. 일부 매체는 김옥이 미국·프랑스 영부인을 중심으로 유행인 로열룩(Royal Lookㆍ상류층 패션) 대열에 합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