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12.14 03:00
만물에 질량 부여한 입자, '빅뱅'의 비밀 풀어줄 열쇠… 이휘소 박사가 '힉스' 명명
만물에 질량을 부여한 '신(神)의 입자' 힉스(Higgs) 존재의 실마리가 포착됐다.
스위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13일 "지난 1년간 강입자충돌기(LHC)에서 빅뱅(Big Bang·우주 대폭발) 직후를 재현하는 실험을 한 결과, 두 검출기에서 힉스가 나타난 흔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은 실험의 오류 가능성이 남아 있어 완전한 '힉스 발견' 여부는 내년 말에나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유럽입자물리연구소의 강입자충돌기(LHC)에 있는 검출기 중 하나인 CMS 검출기. CERN은 13일 CMS 등 두 곳의 검출기에서 양성자가 정면 충돌하면서 힉스 입자가 튀어나온 흔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
우주 탄생을 설명하는 현대물리학의 '표준 모형'에 따르면 물질은 기본 입자 12개로 구성된다. 이 모형의 원칙에서는 12개 입자에 질량이 없다. 하지만 입자가 결합해 만들어진 물질에는 질량이 있는 모순이 생겼다. 물리학자들은 이 모순을 '힉스' 입자로 설명하고 있다. 12개 입자 외에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라는 입자가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기본 입자 12개의 존재는 모두 실험을 통해 확인했지만, 힉스 입자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CERN 과학자들은 지난 1년간 지하 100m에 설치한 27㎞ 길이의 거대한 터널에서 빛의 속도로 달려간 양성자(수소이온)들을 정면충돌시켜 137억년 전 우주를 탄생시킨 빅뱅 직후를 재현했다. 그 결과 힉스가 나타났다가 다른 가벼운 입자들로 붕괴한 흔적을 찾았다고 CERN은 밝혔다. 힉스 자체를 발견한 것은 아니지만, 힉스가 나타났다가 다른 입자로 바뀐 흔적을 찾았다는 것이다. 두 검출기에서 힉스의 질량은 양성자의 약 130배로 나왔다.
-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소속 과학자들이 우주 탄생의 비밀을 밝혀줄 것으로 여겨져 온 힉스 입자(Higgs boson)의 존재를 시사하는 `흥미로운 단서'를 발견한 것과 관련, 서울시립대 박인규 교수(오른쪽)와 경희대 남순건 교수가 14일 오전 정부중앙청사에서 힉스 입자의 의미 등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힉스는 한국과 인연이 깊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물리학자 고(故) 이휘소 박사가 1972년 국제학회에서 영국의 힉스 교수가 예측한 입자를 '힉스 보손(boson·매개입자)'이라고 처음 명명해 '힉스'가 공식 명칭이 됐다. CERN의 힉스 실험에는 2007년 이후 한국 연구진도 100여명 참여했다. 고려대 박성근 교수(물리학)는 힉스 흔적을 알아내는 검출판 중 하나를 개발해 LHC에 납품했다.
☞힉스(Higgs)
빅뱅 직후 나타난 12개 기본 입자에 질량을 부여한 존재로 가정된 입자다. 1964년 영국의 피터 웨어 힉스 교수가 처음 가설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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