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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이란, 美 무인 스텔스기(드론 RQ-170) 일부 기술 복제할 듯

입력 : 2011.12.15 03:14

연일 "자신있다" 큰 소리… 逆엔지니어링 기술자 많아 조종 기술까지 알아낼 수도

"이란의 기술은 미국 드론(drone· 무인항공기)의 시스템처럼 매우 발달해 있다."

이란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각) 언론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전날에는 파르비즈 소루리 이란 국회 국가안보위원장이 "머지않아 우리는 그것(이란에 추락한 미 드론)을 대량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은 미국의 드론을 분해해 연구한 뒤 복제할 수 있다고 연일 큰소리를 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최첨단 드론 RQ-170<사진>이 이란 손에 넘어간 뒤, 이란이 이 무인항공기로부터 어떤 기술·정보를 빼낼 수 있을지가 국제사회의 초미의 관심사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란 TV의 보도화면에 따르면 날개 일부가 부러졌을뿐 큰 파손은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복제까지는 몰라도 상당 수준의 의미 있는 기술을 빼낼 수 있을 것은 확실하다"고 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RQ-170이 자기파괴 기능이 있어 추락 시 이 기능이 작동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실제 이런한 기능이 탑재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영국의 군사전문지 제인스 국방리뷰 닉 브라운 편집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은 획득한 RQ-170을 통해 레이더를 피할 수 있는 모양이나 물질 등의 정보를 얻는 동시에 이를 감지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힌트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란이 실제로 RQ-170과 유사한 드론을 생산해내기 위해서는 이 같은 하드웨어 정보보다 드론을 정밀하게 조종할 수 있는 기술이 더 관건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브라운 편집장은 "드론을 원하는 대로 정밀하게 컨트롤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알고리즘(컴퓨터 상의 명령 체계)"이라며 "이 알고리즘은 암호화돼 있기 때문에 드론을 손에 넣었다고 해서 이를 바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이 같은 조종 기술까지 얻기 위해서는 최첨단 컴퓨터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통해 장시간 작업이 필요하며, 이 같은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단지 겉모습만 유사한 비행체를 만드는 데 그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결국은 조종기술을 파악하는 단계까지 이를 것이라는 주장도 많다. 영국 왕립연구소의 엘리자베스 퀸타나 연구원은 "이란은 드론이 위성과 어떤 식으로 신호를 주고받는지에 대한 분석을 이미 시작했을 것"이라며 "이란에는 상대 기술을 복제해내는 '역(逆)엔지니어링'의 전문가가 상당수 있고 이들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브라운 편집장도 "이란이 중국·러시아 등과 협력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얘기"라고 했다.

이처럼 다른 나라로부터 입수한 비행체를 복제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2차대전 도중 미국의 B-29 폭격기 3대가 일본·만주를 공습한 뒤 소련 블라디보스토크에 불시착했는데, 소련은 승무원들만 돌려보내고 기체는 압수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복제 프로젝트를 실행해 1947년 Tu-4라는 이름의 폭격기를 완성했다. Tu-4는 이후 소련과 중공에서 주력 기종으로 사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