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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朴·文, '2012년 이전' 아니라 '2013년 이후' 놓고 다투라

[사설] 朴·文, '2012년 이전' 아니라 '2013년 이후' 놓고 다투라

 

입력 : 2012.11.30 23:09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11월 27일 첫 공식 유세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스스로를 폐족(廢族)이라 불렀던 실패한 정권의 최고 실세였다"면서 "실패한 정권이 다시 부활해서 되겠느냐"고 했다. 문 후보는 다음 날 "노무현 정부 성적이 100점 만점에 70점이라면 이명박 정부는 잘한 게 아무것도 없는 빵점 정부"라며 "박 후보는 빵점 정부의 공동 책임자"라고 했다.

노무현 정부는 임기 마지막 해 국정 지지율이 30%대 초반을 맴돌았으니 성공한 정부라고 보기 어렵다. 이번 대선서 '정권 교체'를 희망하는 유권자 비율이 '정권 재창출'을 바라는 유권자의 두 배가량인 만큼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의 평가도 부정적이다. 양쪽 대선 후보 진영이 상대방을 국민이 실패했다고 평가하는 정권과 연결 짓는 네거티브 전략에 유혹을 느끼는 것도 이해는 된다.

노무현 정부는 편 가르기 정치와 집값만 폭등시킨 부동산 정책 실패 같은 잘못도 많았지만 권위주의적인 권력 문화를 완화시킨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이명박 정부가 밀어붙이기식 국정 운영으로 민심을 거슬렀지만 글로벌 경제위기를 상대적으로 잘 극복하고 G20 및 핵(核)안보정상회의 개최로 나라 위상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은 GDP 기준으로 세계 15위권의 경제 규모를 갖추게 됐다. 1964년 1억달러 수출을 감격스러워했던 나라가 이제 교역 규모 1조달러를 넘는 세계 8대 무역 대국이 됐다. 역대 정부의 공(功)과 과(過)가 쌓이면서 이만한 나라가 된 것이다.

미국·중국·일본 세 나라가 올해 지도부를 동시에 교체한 후 내년부터는 한반도 주변에서 본격적으로 힘겨루기를 시작할 것이다. 차기 대통령은 그 팽팽한 줄다리기의 틈바구니 속에서 김정은 3대 세습 정권과 남북 관계의 새로운 틀을 짜야 한다. 기업들이 고용과 투자 규모를 일제히 줄여 잡을 정도로 나라 경제 사정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번 대선은 어렵사리 선진국 문턱까지 다다른 나라를 이끌고 2013년 이후 닥쳐올 풍랑(風浪)을 헤쳐나갈 만한 경륜과 비전을 누가 갖췄는지를 가리는 자리다. 박근혜·문재인 두 후보는 지금이 과연 지난 5년과 지난 10년, 심지어 4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서 상대 후보를 어두운 과거와 연결지으려는 낙인(烙印) 찍기 경쟁을 벌일 때인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