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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12.06 22:46
불안스러운 것은 성장이 정지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물가가 내리는 디플레이션 조짐이다. 20년간 지속되고 있는 일본형(型) 장기 불황은 이런 증세와 함께 시작됐다. 공산품의 경우 '가격 파괴'를 내걸며 바겐세일을 해도 매출은 제자리걸음이고, 일부 농산물과 서비스 가격이 치솟는 것을 제외하면 물가도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저금리 체제 아래에선 디플레이션이 본격화하면 경제의 모든 부문이 축소 지향(指向)으로 흐르게 된다.
일본을 장기 침체로 몰고 간 결정적인 요인은 인구 고령화였다. 일본은 1994년 65세 이상 인구가 14%에 도달하더니 2006년에는 그 숫자가 20%에 이르는 초(超)고령화 국가가 됐다. 프랑스는 노인 인구 비율이 7%에서 20%에 다다르기까지 154년, 독일은 77년, 미국은 79년 걸렸으나 일본은 36년 만에 노인들 세상으로 변해버렸다. 우리는 노인 인구가 2026년쯤 20%에 도달할 전망이다. 14년 후면 한국이 지금의 일본처럼 초고령 사회가 된다는 말이다. 기업 활동의 주력 부대인 25~54세 인구는 2009년부터 벌써 줄기 시작했다. 일본에선 개인 자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노인층이 노후를 걱정하며 소비 지출을 줄이는 바람에 정부가 아무리 경기부양을 시도해도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정부 말대로 우리 경제가 2013년에 3~3.5% 성장한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다. 새로 등장하는 정권은 우리가 10~20년 불황의 초기 단계에 돌입했다는 전제 아래 경제 회생 전략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 지난 50여년 동안 인구 증가를 전제로 시행했던 경제 정책의 틀을 완전히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연금 및 복지, 교육 제도도 고령화 속도에 맞춰 뜯어고쳐야 한다. 국가의 틀, 경제의 기본 구조를 노령화 속도를 감안해 변혁하지 못하면 우리나라 경제는 고령화라는 장애물 앞에서 주저앉고 말 것이다. 우리는 성장률을 1~2% 올리는 반짝 대책만으론 다시 일어서기 어려운 단계에 이미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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