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결단을 요구받고 있다③
<②편에서 계속>
미국은 믿을 수 있는 우방국의 핵무장은 대부분 방치했다. 영국의 핵무장은 오히려 도와주었고 프랑스, 이스라엘, 인도의 핵무장도 막지 않았다. 지미 카터 대통령의 주한미군 전면 철군은 결코 불가하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던 박정희 대통령은 여의치 않자 ‘갈 테면 가라’ 식으로 오히려 큰소리쳤다. 미국은 박정희 대통령이 핵 개발을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당시 미국의 해결 방법은 더욱 적극적으로 한국의 안보를 책임져 주는 것이었다. 결국 주한미군 철군 정책은 종료되었다. 미국은 박정희의 독재는 불만스러웠지만 한국이 미국 편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추호의 의심도 하지 않았고 결국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고 동조했다.
이 같은 상황은 오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나라로 보기 힘든 북한의 핵 위협 아래 한국이 택할 수 있는 옵션을 미국도 이해할 것이다.
오직 한 가지, 미국이 도저히 한국의 핵무장을 허락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면 그것은 미국이 ‘핵무장한 한국이 결국은 중국 편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경우’이다. 핵무장한 한국이 중국을 편들어서 미국과 적대적인 입장에 서는 것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미어셰이머 교수는 “미국에 대한 중국의 도전이 불발로 끝날 경우 미국은 아시아에서 철수할 것이며 그 경우 한국은 국가안보를 위해 핵무장을 고려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상황에 따라 한국 핵무장에 관한 미국의 입장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미국 내에서 한국의 핵무장 능력에 관한 보고서가 은밀하게 작성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민이 핵무장을 고려해야 할 만큼 안보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제 대한민국은 결단할 시간이 되었다. 미국과의 동맹을 미국-영국, 혹은 미국-일본 수준의 안보 공동체(security community)로 격상시킴으로써 미국이 한국의 안보를 자신의 안보와 동일시하는 수준으로 만들든가, 혹은 미국을 잘 설득해서 북한의 핵 위협에서 스스로 벗어나는 대안을 찾든가 둘 중 하나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주변국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를 논하기는 이르다. 물론 중국과 일본은 한국의 핵무장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특히 중국의 입장이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적극적으로 막을 수 있는 논리는 없다. 중국은 북한의 핵무장을 사실상 방치 혹은 지원했던 나라다. 대한민국의 핵무장은 전적으로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서 유래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국은 한국의 핵무장을 저지할 논리가 없다.
지난해 4월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는, 북한의 핵을 제거하는 데 중국이 앞장서야 한다는 미국 관리의 요청에 그것은 “불가능한 사명(Mission Impossible)”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것이 진실이라면 중국은 한국의 핵무장을 막을 능력도 없을 것이다. 실제로 중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막기 위해 구체적으로 행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일본은 마음만 먹으면 곧바로 완벽한 핵무장 국가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은 마음만 먹으면 ‘하룻밤 만에(almost overnight)’ 정규 핵 보유국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일본은 한국이 핵을 만드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지 않을 것이다. 필사적으로 막을 이유도 없다. 일본은 북한 핵 관련 6자회담에서도,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오히려 더 중요한 이슈로 삼았던 나라다. 만약 대한민국마저도 핵무장을 갖춘다면 일본은 이를 일본의 핵무장을 가능케 하는 최고의 ‘건수’로 삼으려 할 것이다. 일본은 비록 일부 전문가들이 주도하긴 했지만 핵무장 관련 심각한 논의를 한 바 있다.
국제정치의 영역은 대단히 위험한 곳이다. 국가들이 생각보다 훨씬 쉽게 죽을 수 있는 곳이다. 타니샤 파잘(Tanisha Fazal) 교수는 나폴레옹 전쟁이 끝난 1816년부터 2000년까지 207개 국가가 존재했는데 이 중 66개국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약 3분의 1이 무슨 이유로든 사라진 것이다. 사라진 66개국 중 무려 50개국이 이웃 나라의 무력 공격에 의해서 멸망당했다는 사실도 발견되었다. 국제사회에서 살아가기란 이처럼 위험한 일이기에 국가들은 모두 국가안보, 즉 생존을 국가 제1의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강대국보다 훨씬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 작고 약한 나라들의 생존 방법에 관한 국제정치 이론 중 ‘고슴도치 이론(Porcupine Theory)’이란 게 있다. 가시 때문에 맹수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고슴도치를 비유한 이론이며, 핵무기는 약소국들의 ‘가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북한이 조만간 핵무기 체제를 완전히 갖추는 날 한국의 국가안보와 운명은 진정 풍전등화(風前燈火)가 될 것이다. 이를 피할 수 있는 ‘궁극적 방법’이 ‘핵무장’이라는 사실은 지난 70년 동안 핵전략 이론가들이 합의한 최종 결론이다. 한국은 절박하게 닥쳐온 생존문제 때문에 핵무장이라는 내키지 않는 방안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이 이처럼 행동할 경우 북한 핵을 반드시 제거해야 하겠다는 관련국들, 특히 중국과 미국의 입장을 자극하는 요소도 될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 국가안보 최선의 방법은 북한의 핵 제거이다. 그것은 어려운 일이다. 김정은 정권은 자신의 생존을 핵무기에 걸고 있다. 그래서 한국은 지금 어쩔 수 없이 차선의 방법을 논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미국은 믿을 수 있는 우방국의 핵무장은 대부분 방치했다. 영국의 핵무장은 오히려 도와주었고 프랑스, 이스라엘, 인도의 핵무장도 막지 않았다. 지미 카터 대통령의 주한미군 전면 철군은 결코 불가하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던 박정희 대통령은 여의치 않자 ‘갈 테면 가라’ 식으로 오히려 큰소리쳤다. 미국은 박정희 대통령이 핵 개발을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당시 미국의 해결 방법은 더욱 적극적으로 한국의 안보를 책임져 주는 것이었다. 결국 주한미군 철군 정책은 종료되었다. 미국은 박정희의 독재는 불만스러웠지만 한국이 미국 편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추호의 의심도 하지 않았고 결국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고 동조했다.
이 같은 상황은 오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나라로 보기 힘든 북한의 핵 위협 아래 한국이 택할 수 있는 옵션을 미국도 이해할 것이다.
오직 한 가지, 미국이 도저히 한국의 핵무장을 허락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면 그것은 미국이 ‘핵무장한 한국이 결국은 중국 편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경우’이다. 핵무장한 한국이 중국을 편들어서 미국과 적대적인 입장에 서는 것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미어셰이머 교수는 “미국에 대한 중국의 도전이 불발로 끝날 경우 미국은 아시아에서 철수할 것이며 그 경우 한국은 국가안보를 위해 핵무장을 고려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상황에 따라 한국 핵무장에 관한 미국의 입장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미국 내에서 한국의 핵무장 능력에 관한 보고서가 은밀하게 작성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민이 핵무장을 고려해야 할 만큼 안보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제 대한민국은 결단할 시간이 되었다. 미국과의 동맹을 미국-영국, 혹은 미국-일본 수준의 안보 공동체(security community)로 격상시킴으로써 미국이 한국의 안보를 자신의 안보와 동일시하는 수준으로 만들든가, 혹은 미국을 잘 설득해서 북한의 핵 위협에서 스스로 벗어나는 대안을 찾든가 둘 중 하나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주변국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를 논하기는 이르다. 물론 중국과 일본은 한국의 핵무장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특히 중국의 입장이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적극적으로 막을 수 있는 논리는 없다. 중국은 북한의 핵무장을 사실상 방치 혹은 지원했던 나라다. 대한민국의 핵무장은 전적으로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서 유래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국은 한국의 핵무장을 저지할 논리가 없다.
지난해 4월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는, 북한의 핵을 제거하는 데 중국이 앞장서야 한다는 미국 관리의 요청에 그것은 “불가능한 사명(Mission Impossible)”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것이 진실이라면 중국은 한국의 핵무장을 막을 능력도 없을 것이다. 실제로 중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막기 위해 구체적으로 행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일본은 마음만 먹으면 곧바로 완벽한 핵무장 국가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은 마음만 먹으면 ‘하룻밤 만에(almost overnight)’ 정규 핵 보유국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일본은 한국이 핵을 만드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지 않을 것이다. 필사적으로 막을 이유도 없다. 일본은 북한 핵 관련 6자회담에서도,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오히려 더 중요한 이슈로 삼았던 나라다. 만약 대한민국마저도 핵무장을 갖춘다면 일본은 이를 일본의 핵무장을 가능케 하는 최고의 ‘건수’로 삼으려 할 것이다. 일본은 비록 일부 전문가들이 주도하긴 했지만 핵무장 관련 심각한 논의를 한 바 있다.
국제정치의 영역은 대단히 위험한 곳이다. 국가들이 생각보다 훨씬 쉽게 죽을 수 있는 곳이다. 타니샤 파잘(Tanisha Fazal) 교수는 나폴레옹 전쟁이 끝난 1816년부터 2000년까지 207개 국가가 존재했는데 이 중 66개국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약 3분의 1이 무슨 이유로든 사라진 것이다. 사라진 66개국 중 무려 50개국이 이웃 나라의 무력 공격에 의해서 멸망당했다는 사실도 발견되었다. 국제사회에서 살아가기란 이처럼 위험한 일이기에 국가들은 모두 국가안보, 즉 생존을 국가 제1의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강대국보다 훨씬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 작고 약한 나라들의 생존 방법에 관한 국제정치 이론 중 ‘고슴도치 이론(Porcupine Theory)’이란 게 있다. 가시 때문에 맹수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고슴도치를 비유한 이론이며, 핵무기는 약소국들의 ‘가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북한이 조만간 핵무기 체제를 완전히 갖추는 날 한국의 국가안보와 운명은 진정 풍전등화(風前燈火)가 될 것이다. 이를 피할 수 있는 ‘궁극적 방법’이 ‘핵무장’이라는 사실은 지난 70년 동안 핵전략 이론가들이 합의한 최종 결론이다. 한국은 절박하게 닥쳐온 생존문제 때문에 핵무장이라는 내키지 않는 방안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이 이처럼 행동할 경우 북한 핵을 반드시 제거해야 하겠다는 관련국들, 특히 중국과 미국의 입장을 자극하는 요소도 될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 국가안보 최선의 방법은 북한의 핵 제거이다. 그것은 어려운 일이다. 김정은 정권은 자신의 생존을 핵무기에 걸고 있다. 그래서 한국은 지금 어쩔 수 없이 차선의 방법을 논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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