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5.30 03:00
남의 몸에 내 머리를 통째로 이식하는
'프랑켄슈타인 수술법' 내달 발표… 인간, 어디까지 대체 가능한가
쥐 등 동물실험에서는 성공, 접착제로 척수 연결 첫 시도
우리 앞에 던져진 논란
"사지마비 환자에 희망줄 것" "부자들의 몸 갈아타기" 우려
영국에서 1818년 출간된 '프랑켄슈타인, 또는 현대의 프로메테우스'는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시신 여러 구를 짜 맞춰 살아 움직이는 괴물을 탄생시키는 이야기다. 영화로도 만들어져 잘 알려진 이 이야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두 사람을 합쳐 한 사람을 재탄생시키는 수술이 추진되는 것이다. 21세기판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이탈리아 신경외과 의사인 세르지오 카나베로 박사다. 그는 다음 달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리는 미국 신경정형외과학회에서 살아 있는 사람 머리를 기증받은 시신에 이식하는 수술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과연 사람 몸은 어디까지 바꿀 수 있을까. 몸이 바뀌면 자아(自我)도 바뀌는 것일까. 몸 구석구석을 리모델링할 수 있다면 불멸(不滅)의 삶도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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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김충민 기자
카나베로 박사는 2017년까지 실제로 수술을 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미국이나 유럽은 어렵겠지만 윤리 기준이 까다롭지 않은 중국 등에서는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30세의 러시아 컴퓨터 프로그래머 발레리 스피리도노프가 수술을 자원했다. 그는 근육이 점점 위축되는 희귀병인 베르드니히-호프만병을 앓고 있다. 이 병에 걸리면 대부분 30세 전에 목숨을 잃는다.
카나베로 박사는 "수술은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자신만만하다. 동물에서는 비슷한 수술이 여러 차례 성공했다. 1970년대 미국 케이스 웨스턴대 연구진이 원숭이 머리를 다른 원숭이 몸에 이식했다. 척수를 연결하지 않아 몸이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원숭이는 9일 동안 살았다. 지난해 중국 연구진은 쥐의 머리를 서로 바꿔치기하는 데 성공했다. 이식된 머리는 몇 시간이나마 뇌로 새로운 몸의 호흡과 심장 박동을 조절했다.
수술 시간은 36시간 정도 걸릴 것으로 추정됐다. 수술비는 1200만달러 정도로 잡혔다. 카나베로 박사는 의사와 간호사 150여 명을 2년간 훈련해 일사불란한 수술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수술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먼저 두 몸에서 각각 목의 피부를 잘라내고 신경, 근육, 혈관, 척수 순서로 분리한다. 산소 공급이 안 될 상황에 대비해 머리는 섭씨 12~15도로 온도를 낮춰 산소 소비를 최소 상태로 유지한다. 그다음에는 혈관과 척수 순으로 머리와 몸을 연결한다.
혈관 봉합은 수술에서 흔하게 이뤄진다. 하지만 척수 연결 난도는 차원이 다르다. 카나베로 박사는 고분자 물질인 폴리에틸렌 글리콜을 접착제로 쓸 예정이다. 스파게티 가닥 끝에 뜨거운 물을 바르면 서로 붙일 수 있듯, 머리와 몸의 척수를 접착제로 잇겠다는 것. 이게 여의치 않으면 줄기세포처럼 성장이 빠른 세포를 연결 부위에 주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수술 후의 문제는 면역 거부반응이다. 하지만 윌리엄 매슈 미국 신경정형외과학회장은 "복수 장기 이식도 성공한 만큼 면역 거부반응은 큰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젊은 육체로 갈아타기' 우려도
윤리적 논란에 대해서도 예상과 달리 의견이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세상을 인식하고 생각하는 주체는 뇌이지만, 몸 역시 감각을 통해 세상과 교류한다는 점을 들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몸이 바뀌면 사람도 바뀐다고 볼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장기 이식이 보편화됐고 다른 동물의 장기까지 이식하려는 마당에 자신의 몸이어야만 자아가 유지된다고 보기는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그런 논리라면 인공 심장이나 로봇 팔, 다리를 가지면 '100% 사람'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느냐는 반론도 나온다.
사실 머리 이식보다 더 급진적인 주장을 한 사람도 있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뇌가 간직한 정보를 모두 컴퓨터에 보관하면 영원히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복규 이화여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람 몸에 이식하는 게 문제라면 영화 '로보캅'에서처럼 사람 머리에 로봇 몸을 연결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중요한 것은 성공 가능성과 효용성"이라고 말했다.
카나베로 박사의 의도는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새 삶을 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후 장기를 따로 기증하면 9명, 조직을 기증하면 최대 100명까지 혜택을 볼 수 있는데 한 사람에게 몸 전체를 이식하는 것은 이기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돈 많은 사람이 영생을 누리려고 젊은 육체로 갈아타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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