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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우주서 오래 머물면 뇌 형태 바뀐다

우주서 오래 머물면 뇌 형태 바뀐다


입력 : 2017.11.11 03:01

美 연구진, 우주인 34명 MRI 분석

- 무중력서 '짓눌림' 현상
지구선 아래로 쏠린 뇌가 우주에선 위쪽으로 이동
대뇌 중심부분 좁아져

- 단기체류자는 변화 없어
지상 귀환후 얼마 있으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인체 영향 추가연구 필요

우주 비행사들을 괴롭히는 건 무(無)중력이다. 중력이 거의 없는 우주에서 수개월 이상 머물면 근육이 빠지고, 골밀도가 크게 감소한다. 지구에서는 우리 몸이 중력에 저항하기 위해 무의식중에 힘을 주지만 중력이 거의 없는 우주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어 근골격이 약해지는 것이다. 과거 러시아의 우주인들이 우주정거장에 1년 머무는 사이 근육 단백질이 약 20% 감소했다고 한다.

최근 무중력 상태에 오래 있을 경우 바뀌는 게 근육·골밀도뿐이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의대 도나 로버츠 교수 연구팀은 "우주인들의 뇌 영상을 분석한 결과 우주에 오래 체류한 사람일수록 두개골 속 뇌 위치가 위쪽으로 쏠려 뇌 모양이 약간 짓눌리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 2일 자를 통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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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여행 전·후 뇌 영상... 우주여행을 하기 전 우주 비행사의 뇌(왼쪽)와 6개월 이상 우주에서 장기 체류한 후의 뇌(오른쪽)를 MRI(자기공명영상)로 촬영한 영상. 무중력 상태인 우주에 오래 있을 경우 뇌가 위쪽으로 쏠려 뇌 중앙 부분이 좁아진 것을 알 수 있다./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
연구진은 미국항공우주국(NASA) 소속 우주인 34명을 대상으로 자기공명영상(MRI)을 촬영해 우주여행 전후의 뇌를 비교했다. 이 중 18명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평균 165일 정도 장기 체류했고, 나머지는 평균 14일간 머물렀다. 두 그룹의 나이나 비행 경력 차이는 없었다. 관찰 결과 장기 체류자들 가운데 12명의 뇌 위치가 지구로 귀환한 뒤 한동안 두개골 속 윗부분으로 쏠려 있는 채로 있다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발견됐다. 단기 체류자에게선 뇌 위치 변화가 없었다.

또 연구진에 따르면 장기 체류자 18명 중 17명의 두개골 내에는 뇌척수액이 다니는 공간인 대뇌중심구가 좁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뇌척수액은 두개골과 뇌 사이에 들어찬 액체로 쿠션처럼 외부 충격을 흡수하고 노폐물을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지구에서는 중력 때문에 체액이 몸의 아래쪽으로 쏠리지만 무중력 상태에선 뇌가 위로 쏠리면서 밀착돼 대뇌중심구가 좁아지고 뇌가 짓눌린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단기 체류자들의 경우 우주에 있을 땐 뇌가 위쪽으로 이동하더라도 지구로 돌아오면 상대적으로 더 빨리 회복돼 뇌 쏠림 현상이 관찰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무공을 손가락으로 세게 누르면 원래 모양으로 돌아오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살짝 눌렀을 때는 금방 돌아오는 것과 같다.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융합기술연구센터장은 "본격적으로 우주여행 시대가 올 경우를 대비해 우주 공간에서 일어나는 뇌와 신체 변화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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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10/201711100166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