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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Leasure I

나 혼자 훌쩍 떠나는 자유, 차박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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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나 혼자 훌쩍 떠나는 자유, 차박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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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7.05 06:00

‘뉴 노멀(New normal)’이란 신조어가 낯설지 않은 시대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생활 전반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본격적인 여름철에 접어든 요즘이지만, 이전과 달리 여행을 입에 올리기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불과 1년만에 우리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명대사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We will find a way, we always have)"가 생각나는 요즘이다. 오토캠핑족(族)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자연으로 떠나는 방법을 궁리했다. 최근 젊은 여행 마니아들 사이에서 각광받는 ‘차박'이다.

야외에 나가 차에서 잠을 자는 차박은 이전에도 있었던 캠핑 방식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차박이 다시 한 번 주목 받는다. 차박이 디지털 컨택트(Digital Contact, 언택트, 비대면) 시대에 걸맞은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 방식이라는 방증이다.

차박, 장비보다 계획을 꼼꼼히 세우는 것이 중요
경험과 내 차에 맞는 장소 찾는 재미도 쏠쏠해

차박 계획을 세우며 두 가지 기준을 잡았다. 첫째로 짐을 최소화할 것, 둘째로 정통 오프로더가 아니더라도 4WD가 탑재된 차를 이용할 것이었다. 장소도 유명한 관광지나 시설이 잘 갖춰진 오토캠핑장은 피하기로 했다. 촬영 등을 위해 일행이 함께 했지만, 안전이 허락하는 한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장소에서 혼자 오롯이 차박을 즐기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표였다.

 

 


여행장비는 밤에 간이침대가 되어줄 에어매트, 차 창문에 간단히 설치할 수 있는 휴대용 모기장, 캠핑용 의자와 테이블, 한적한 밤에 위로가 되어줄 블루투스 스피커, 휴대용 조명 정도가 전부였다. 간단한 요깃거리, 모기향과 벌레퇴치제, 캠핑 분위기를 낼 간단한 장식전구 정도만 추가로 챙긴 뒤 여행길에 올랐다.

장비를 최소화하는 대신 일정 조율에 공을 들였다. 짧은 장마가 지나 비가 올 확률이 낮고, 밤 기온이 20도 전후로 쾌적한 날을 골랐다. 1박2일의 짧은 일정 동안 일기예보대로 낮에는 맑고, 밤에는 무덥지 않아 쾌적했다.

이번 일정을 함께할 동반자로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액티브를 선택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올 초 한국GM이 한국시장에 투입한 소형 SUV다. 신차는 디자인과 제품구성에 따라 3종으로 출시됐는데, 이중 아웃도어 스타일을 강조한 액티브가 이번 일정에 제격이라 생각했다. ‘나홀로 차박’에 적당한 크기와 4WD, 젊은 소비층이 접근할수 있는 가격대 등도 적절한 차다.

차 크기는 길이 4425㎜, 너비 1810㎜, 높이 최대 1660㎜, 휠베이스 2640㎜으로 아담한 크기다. 잠자리가 되는 트렁크 용량은 460리터,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1470리터까지 확장된다. 2열 시트를 눕히고 에어매트를 설치하니 키 178㎝인 기자가 하룻밤을 보내기 충분한 공간이 나왔다.

여행장소는 충북 제천시 청풍호로 잡았다. 유스호스텔이나 숙박업소가 위치한 지역을 피해 현지인들이나 알만한 한적한 공간을 물색했다. 현지주민들의 양해를 구하고 짐을 풀었다. 인근에 거주하는 친척분들의 도움 덕분에 여행객의 발길이 닿지 않은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좁은 공간에 갇힌 스트레스, 차박으로 치유

코로나 사태 이후 확실히 길 위에 차가 늘었다. 내비게이션은 강변북로도 내부순환도로도 정체가 심하다며 경로를 빨간색으로 표시했다. 경부고속도로도 마찬가지였다. 출발 전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던 길안내는 어느새 4시간 가까이 늘었다. 12시에 점심을 먹겠다는 계획은 일찌감치 틀어졌다. 앞차를 따라 알아서 가다서다를 대신해주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고마웠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15㎞ 정도 달려오니 내비게이션에 경유지로 표시한 곳이 나타났다. 여기서부터는 비포장도로의 연속이다. 전날 비가 와 먼지가 많이 날리진 않았지만, 덜 마른 진흙투성이 길을 안전히 지나갈 수 있을지 조금 걱정이 됐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정통 오프로더는 아니지만, 4WD는 신뢰할만했다. 트레일블레이저에 탑재된 사륜구동은 주행 중 간단히 버튼을 조작하면 FWD(전륜구동)와 AWD(사륜구동)를 상시 전환할 수 있는 스위처블 AWD 시스템이다. AWD모드를 설정하고 조심스럽게 진흙길에 올랐다. 가속페달 답력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차가 멈추지 않도록 천천히 조심스럽게 전진했다. 차가 좌우로 휘청일 정도로 길이 거칠었지만, 큰 무리 없이 목적지로 도착했다.

겹겹이 자리한 산등성이 사이로 한적한 청풍호의 한자락이 눈 앞에 나타났다. 서울에서 막히는 길을 뚫고 몇시간 고생해서 온 보람이 있는 장관이 펼쳐졌다. 산등성이는 여름 햇빛을 받아 생생하고, 호수엔 산그림자와 하늘 위 구름이 선명하게 비쳤다. 모기와 날벌레가 걱정돼 윈드브레이커를 목 위까지 올리고 벌레퇴치제를 꼼꼼히 뿌렸다.

청풍호는 생각보다 어족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허가를 받은 지역주민들이 민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꾸리기도 한다. 테이블을 내놓고 캠핑의자를 펴고 있자니 소박한 통통배 몇 척이 호숫가에 정박했다. 어부 몇 분이 다가와 "포장도 안된 길을 굳이 뚫고 올 정도로 경관이 멋있는 곳은 아닌데…"라며 호기심을 보였다. 낚시꾼들조차 찾지 않을 정도로 외진 곳이라며 "위험하진 않으니 편히 쉬고 깨끗이 정리하고 가시라"는 인사를 남기고 어부들은 집으로 돌아갔다.

7월이지만 해가 생각보다 빨리 졌다. 초저녁 일찍부터 동쪽 하늘에 반달이 떴다. 확실히 산은 다르다고 생각하며 서서히 어두워지는 시간을 즐겼다. 여러 일행과 왁자지껄 떠난 여행이 아니었기 때문에 특별한 일을 하려는 생각을 접었다. 전화도 오지 않는 야심한 밤까지 블루투스 스피커로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멍하니 호수를 바라봤다.

차박,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각광 받는 여행

집이나 사무실 등 집에 머무는 시간이 부쩍 늘었던 요즘이다. 화상회의나 전화, 메신저 등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주변사람들과 연락은 생각보다 수월했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되어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종종했다. 그러나 집이나 사무실에 갇혀있는 스트레스가 생각보다 컸던 모양이다. 앉아만 있어도 시간이 야속하게 흘렀다. 일상에서 벗어나 탁 트인 자연으로 나와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자체가 즐거웠다.

거창한 캠핑 장비도, 으리으리한 큰 차도 필요 없다. 최근엔 실내가 좁은 경차로 ‘차박 챌린지'가 이어질 정도로 나 혼자, 또는 소수의 인원이 간단한 짐을 싸서 소박하게 떠나는 차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 유명한 오토캠핑장이 언젠가부터 차와 캠핑기어의 경쟁장소로 변질된 것을 생각해보면, 차박의 유행은 초보자들도 큰 부담 없이 쉽게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토캠핑의 민주화'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할 수 있겠다.

안효문 기자 yomun@chosunbiz.com



출처 : http://it.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04/202007040180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