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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일본 해구 8㎞ 해저 시추 성공… 43년 만에 기록 경신

일본 해구 8㎞ 해저 시추 성공… 43년 만에 기록 경신

2011년 日대지진 진앙 인근
37m 퇴적층 시료 채취 성공
지진 해일 원인 연구에 도움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2021.05.26 13:00

 

 

 

 

 

일본의 연구선 가이메이호. 일본해구에서 8023m 해저 시추에 성공했다./JAMSTEC

과학자들이 해양 심층 시추 기록을 43년 만에 경신했다. 이번 시추 지역은 지각 판들이 부딪치는 곳이어서 지진과 해일의 원인을 찾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 해양 연구 시추 컨소시엄(ECORD)은 지난 18일 “일본 도호쿠 지역 연안에서 대형 피스톤 시추기로 일본 해구의 8023m 해저를 시추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해저 시추로 동일본 지진 원인 규명

지금까지 해양 심층 시추 최고기록은 1978년 미국 연구선 글로마 챌린저가 마리아나 해구의 수심 7034m 해저를 시추한 것이었다. 육지에서는 1989년 러시아 북쪽 끝의 콜라 반도에서 1만2262m를 시추한 것이 최고기록이다.

이번 시추는 지난 14일 일본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의 연구선 가이메이에서 진행됐다. 가이메이는 2시간 40분에 걸쳐 40m 길이의 시추 장비를 바다 밑바닥에 내려보냈다. 이후 3시간에 걸쳐 시추한 끝에 37m 길이의 퇴적층 시료를 얻는 데 성공했다. 결국 피스톤 시추기가 8060m 깊이까지 내려간 셈이다.

 

일본 연구선 가이메이에서 수심 8023m 해저로 피스톤 시추기를 내리고 있다./JAMSTEC

일본 해구는 일본 동북부 태평양 연안에 있으며, 가장 깊은 곳은 8046m다. 이곳은 지난 2011년 규모 9.1의 지진이 일어난 진앙과 가깝다. 당시 해양판이 대륙판 밑으로 들어가면서 지진이 일어났다. 또 대륙판 위의 해저면이 위로 올라가 바닷물을 요동시켜 지진해일까지 불렀다.

과학자들은 이번 시추로 획득한 해양 퇴적층이 지진 연구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를테면 시추를 하면서 측정한 퇴적층의 온도는 과거 지각판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발생한 마찰열이 얼마나 되는지 알려줄 수 있다.

이번 탐사대의 공동 대장인 오스트리아 인스브룩대 마이클 슈트라서 교수는 “연구선의 선장과 선원들의 노력 덕분에 안전하게 해양 심층 시추에 성공했다”며 “앞으로 바다에서 가장 깊은 곳의 시료를 분석하는 과학 연구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1997년 이후 줄곧 과학 분야만 취재하고, 국내 유일 과학기자 기명칼럼인 ‘이영완의 사이언스카페’에서 자연과 역사, 문화를 과학으로 풀어내길 좋아하는 이야기꾼, 이영완 과학전문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