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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뒤흔든 사교계 여왕, 정체는 러 스파이였다

나토 뒤흔든 사교계 여왕, 정체는 러 스파이였다

입력 2022.08.27 08:41
 
 
 
 
 
'마리아 아델라'로 활동한 러시아 스파이의 2010년 모습. /라 레푸블리카

러시아 스파이가 이탈리아에서 10년간 활동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합동군사령부 주관 행사에도 참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26일(현지 시각) 이 같은 내용을 단독 보도했다. 영국 온라인 탐사매체 벨링캣, 독일 슈피겔, 러시아 탐사보도 매체 디 인사이더도 공동 취재했다.

보도에 따르면, ‘마리아 아델라’라는 이름의 러시아 스파이는 2009년부터 이탈리아에서 활동했다. 그는 로마와 몰타를 여러 차례 방문했다가, 2013년부터 나폴리에 정착해 보석 가게를 운영했다고 한다.

아델라는 사교클럽을 통해 나폴리에 본부를 둔 나토 합동군사령부와 미 해군 6함대의 주요 인사들과 친분을 맺었다. 2015년에는 사교클럽 총무로도 활동했다. 라 레푸블리카는 “나토와 미 해군이 주관한 연례 댄스 행사와 자선 행사에 아델라가 참석했다”고 전했다.

아델라를 만난 이들은 그가 환한 미소와 긴 생머리를 지닌 매력적인 여성이었다고 증언했다. 6개 국어에도 능통했다고 한다. 그는 행사가 있을 때면 드레스를 입고 술잔을 들며 웃으면서 군 주요 인사들에게 다가갔다고 한다.

 

아델라의 정체가 탄로난 건 여권 번호 때문이다. 아델라가 소지한 3개의 러시아 여권번호가 러시아 군(軍) 첩보조직인 정찰총국(GRU) 요원들의 것과 비슷했다고 한다. GRU 요원들은 2018년 3월 영국에서 신경작용제 노비촉을 사용해 전직 러시아 스파이 출신의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을 독살하려 했다. 그해 9월 영국 정부는 암살을 시도한 용의자 2명의 얼굴을 공개했다. 아델라가 나폴리에서 종적을 감춘 것도 이때쯤이다.

라 레푸블리카는 러시아 데이터베이스와 안면 인식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아델라가 1982년생 올가 콜로보바라고 밝혀냈다. 콜로보바는 현재 모스크바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고급 아파트와 아우디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또 콜로보바의 아버지는 앙골라, 이라크, 시리아 등에서 활동해 훈장을 받은 러시아군 대령 출신이라고 한다. 콜로보바는 최근 러시아 소셜미디어인 오드노클라스니키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찬양하는 글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아델라가 이탈리아에서 간첩 활동을 하며 어떤 기밀을 취득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매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