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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서 미(美)는 피 흘리고 중(中)은 광산 개발 '만리장성' 쌓고

아프가니스탄서 미(美)는 피 흘리고 중(中)은 광산 개발 '만리장성' 쌓고

  • 입력 : 2009.10.16 03:13

세계최대 미개발 구리광산
개발권 따내고 인력 투입… 숙소 벽 길이만 10여㎞

"저건 중국의 만리장성 아닙니까!"

며칠 전, 아프가니스탄 동부 도로를 지나던 미국 NBC 방송의 카메라맨 스티브 오닐(O'Neil)은 탄성을 질렀다. 오닐 일행의 시야로 족히 10여㎞는 될 '모래주머니(sandbags) 장성(長城)'이 들어왔다. '장성'은 수백명의 중국인 노동자가 거주하는 임시 숙소를 둘러싸고 있었다.

지난 7월 중국이 아프가니스탄 카불 남부의 로가르 주(州) 아이나크 구리광산 개발에 들어간 후, 광산 일대에는 중국의 건설현장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진풍경이 펼쳐져 있다고, NBC 방송 취재팀이 14일 전했다. '장성' 안에는 파란 띠를 두른 흰 건물이 줄지어 서 있다. 원래 지뢰 탐색에 대한 프로그램을 찍기 위해 현지를 찾았던 NBC 방송팀은 "광산 주변은 경계가 삼엄하기 그지없었다"면서 "광산 입구에 이르는 도로를 거치는 동안에도 검문소 2곳을 거쳐야 했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의 미개발 구리 광산인 아이나크 광산은 1974년 발견됐지만, 19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잠자고 있었다. 매장 규모가 최대 2400만t으로 추정되는 아이나크 광산의 잠재 가치를 일찌감치 알아본 중국은 2001년부터 개발권을 달라고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요청했다. 6년에 걸친 끈질긴 구애 끝에 중국은 2007년 '30년 개발권'을 따냈다. 중국은 개발에 4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기술자도 수백명 투입한다.

개발은 중국 국영 광산업체인 중국야금과공집단공사(CMGC)와 최대 구리 생산 업체인 장시 코퍼(江西銅業)가 맡았다. 일정대로라면, 2011년부터 매년 32만t규모의 구리가 이곳에서 쏟아진다. 중국은 그중 절반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

광산 주변은 아프가니스탄 경찰 1500명이 상시로 지킨다. 2004년 쿤두즈에서 중국 건설 노동자 11명이 반군에 의해 살해되는 등 위협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미군도 수시로 정찰을 돌고 있다고 NBC 방송은 전했다.

아프가니스탄에 자국군을 파병하지도 않은 중국이 자원 개발에 앞장서고, 미국은 중국을 보호하는 이 같은 풍경은 '이익은 중국이 챙기고 피는 미국이 흘리는' 현실과도 일맥상통한다.

미 언론인 로버트 캐플란(Kaplan)은 지난 7일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중국의 아프가니스탄 도박'이라는 칼럼에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피와 재원(財源)을 갖다바치는 데, 이익은 중국이 가져간다"고 비판했다. 아프간·아메리칸 상공회의소 회장인 돈 리터(Ritter)는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의 오일과 가스, 광물 개발에 나설 정책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이 전부 가져가 버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Obama) 대통령은 최대 4만5000명을 추가 파병해야 한다는 스탠리 매크리스털(McChrystal)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관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14일 BBC방송 등 영국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상당한(substantial)' 수준의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증파(增派) 결정을 발표할 것이라는 계획을 영국 정부에 통보했으며, 고든 브라운(Brown) 영국 총리가 14일 9000명인 아프가니스탄 주둔 영국군에 500명의 추가 파병을 발표한 것도 백악관의 이런 '언질'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로버트 기브스(Gibbs) 백악관 대변인은 "아직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