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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고속도로 최고속도 높이기

[만물상] 고속도로 최고속도 높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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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12.21 22:31 / 수정 : 2009.12.21 23:22

1885년 독일의 칼 벤츠가 시속 16㎞로 달리는 휘발유 차를 발명하자 독일 내무부는 운행허가를 내주면서 시내 시속 6㎞, 시외 11㎞로 속도를 제한했다. 벤츠가 내무장관을 초청해 차를 시승하는데 우유배달 마차가 차를 앞질렀다. 벤츠와 미리 입을 맞춘 마부가 소리쳤다. "자동차가 뭐 그렇게 느려. 갖다 버리쇼!" 장관이 차가 느리다고 불평하자 벤츠는 속도제한 때문에 천천히 달렸다고 했다. 최초의 속도제한법은 그렇게 폐기됐다.

▶독일 아우토반에선 이미 1930년대에 시속 300㎞로 달렸다는 기록이 있다. 최근 과속 차가 늘자 사고 다발지역은 속도를 제한하고 도심 시속 100㎞, 시외 130㎞를 권장한다. 속도 제한이 없는 구간에서도 독일인들은 평균 140㎞쯤으로 달린다고 한다. 그래도 아우토반의 사고는 독일 전체의 10% 수준으로 적고 사고율은 미국의 3분의 1밖에 안 된다.

미국의 시속 55마일(89㎞) 속도제한법은 1995년 폐기되기 전까지 금주법 이래 가장 안 지켜지는 법이었다. 미국인들은 '대표적 위선'이라고 불렀다. 1995년 33개 주(州)가 제한속도를 높였지만 사망률은 떨어졌다. 속도를 올리지 않은 다른 주보다도 낮았다. 교통공학자 레이브 교수가 1985년 "차량 속도 증가와 사망률은 관계가 없고 고속과 저속 차량이 섞여 달리는 게 더 위험하다"고 했던 이론이 입증된 셈이었다.

경찰청이 어제 서해안고속도로, 중부, 천안~논산 등 시속 110㎞로 제한된 8개 고속도로 최고속도를 120㎞로 올리고 최고시속 100㎞인 기존 고속도로 일부 구간도 110㎞로 높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근 놓은 고속도로가 시속 120㎞로 달리게 설계됐는데도 110㎞로 묶는 것은 모순이며 직선화와 확장으로 개량된 경부고속도로 일부 구간도 속도를 높여주겠다고 했다.

▶어차피 지금도 과속 차들이 많아 제한속도를 현실화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제한속도를 올리면 그만큼 더 과속하는 차들이 많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문제는 과속 단속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속 지점에서만 서행하고 단속이 없으면 마음껏 달리기 때문이다. 미국 뉴저지주에선 '섀도 캅(그림자 경찰)'이 민간 차를 타고 과속 차량을 촬영 단속한다. 단속이 없어도 과속하지 않는 운전문화를 만들려면 그렇게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