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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 새는 카드대금…카드·결제대행업계 '복마전'

줄줄 새는 카드대금…카드·결제대행업계 '복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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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12.22 11:02 / 수정 : 2009.12.22 11:09

"대리점에서 실수 또는 의도적으로 누락"

가맹점번호ㆍ사업자등록 번호 불일치해도 매입처리..중대한 오류

보통 신용카드 가맹 자영업자가 최종 매입승인을 받기 위해선 카드 단말기에 가맹점번호와 사업자등록번호 두개를 입력해야 한다. 그러나 두개의 번호가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달리 입력돼도 매입처리는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매우 중대한 전산 오류다.

서울 금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지난달 초 카드 매출액과 카드사로부터 받은 입금액이 계속 차이가 나는 것을 이상히 여겨,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박씨가 카드 전표를 확인해보니, 식당 이름은 자신의 상호가 맞지만 가맹점 번호가 다르게 찍혀 있었다. 카드대금이 엉뚱한 곳으로 새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카드대금 입금누락 사례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한 결제대행 대리점 관계자

단말기 원격조정...5000만원 유령회사로 빼돌려

돈을 중간에서 가로챈 사람은 신용카드 결제대행업체의 대리점 사장 김모씨(41)였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지난 5월부터 11월까지 음식점 등 총 5곳의 카드 단말기를 원격 제어해 실제 영업을 하지 않는 유령회사의 계좌로 결제대금을 2375차례에 걸쳐 총 5000여 만 원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가맹점의 단말기 등록번호를 조작해 카드매출 100건 중 5~6건을 가로챘는데 결제 건수가 많은 가맹점의 경우 피해사실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리점에서 실수 또는 의도적으로 누락”

가맹점에서 카드를 결제하면 매출정보와 가맹점번호 등이 카드결제대행사, 즉 밴(VAN)업체의 서버로 전달되고 밴사는 다시 카드사를 통해 카드의 도난분실, 한도초과 여부 등을 확인한 뒤 최종 결제승인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결제대행사의 하위 대리점이 결제내역을 실수, 또는 의도적으로 누락시키거나 잘못된 정보가 카드사 쪽으로 전달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 중랑구에서 결제대행 대리점을 운영하는 최모씨는 “전산장애나 직원 실수 등으로 결제정보가 카드사로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가맹점주가 대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면서 “특히 한 가맹점에서 동일 카드로 여러 번 결제하는 경우, 가맹점에선 승인이 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결제대행 대리점에서 ‘승인보류’로 분류, 결제정보를 카드사로 넘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입금 누락된 돈이 결국 카드사 쪽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상적인 결제대행 대리점이라면 가맹점주에게 연락해 중복결제 여부, 사고 가능성 등을 확인한 뒤 최종 승인처리를 해야 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일선 대리점들이 이를 쉬쉬하면서 가맹점주가 대금을 받지 못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상장애 등으로 가맹점주가 받지 못하는 카드대금이 연간 수천억원에 달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누락되는 카드대금 연간 수천억 원 대”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식으로 카드 가맹점주들이 눈뜨고 떼이는 돈이 한해 수천 억 원 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씨는 “국내 카드 결제중계업체가 13곳. 신용카드 이용실적이 일 평균 2000만 건(인터넷결제, 해외결제 등 특수결제 포함)이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고 금액이 적지 않을 거란 걸 짐작할 수 있다”며 “업계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를 종합해보면, 카드대금 입금누락 규모가 한해 1000억~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 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주요 카드사들은 입금누락 사고와는 전혀 상관없다는 태도다. 이미 수천만 원 대의 입금누락 사고가 드러난 카드사 조차, 기업이미지 실추를 걱정해 결제중계업체에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신용카드 결제가 전산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기술적인 문제가 간혹 발생할 수는 있다”면서도 “가맹점 입금누락과 관련해 보고를 받았거나 아는 바 없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아직도 '뒷짐'

조선닷컴과 비즈니스앤의 연속 기획보도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데도 이를 감독해야 할 금융감독당국은 뒷짐만 쥔채, 오히려 카드사를 두둔하는 듯한 말을 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가맹점주가 여러 카드사들과 거래를 해야 하니까 일일이 확인하기 힘든 면이 있다. 하지만 카드승인이 됐다고 해서 무조건 카드사가 곧바로 돈을 주는 건 아니”라며 “거래승인 후 장기간 매입이 이뤄지지 않으면 카드사가 이를 확인,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일부 카드사들은 이미 이런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어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카드사와 결제중계업체인 밴 본사 그리고 일선 대리점 간의 얽히고 설킨 관계도 임금누락 사고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제대행업체 밴사는 전산결제망 운용을 대행하며 카드사로부터 결제 1건당 80~150원 안팎의 매출승인 지불비용(van fee)을 받는다. 전국 5000여개 결제대행 대리점들은 대당 20만~30만원 정도 하는 단말기를 직접 구입해 가맹점에 설치하고, 전표공급과 수거 등을 대행하며 다시 본사로부터 일정 수수료를 지급받는다.

카드사, 결제대행사, 일선 대리점 간의 복잡한 수수료 배분 구조도 입금누락 사고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단말기 구입 비용부담을 일선 대리점에 전가

카드사들은 최근 들어 원가절감 차원에서 이 수수료를 40~50원 선으로 낮출 것을 결제중개업체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에서 단말기 교체영업을 하고 있는 박모(45)씨는 “카드사들이 수수료를 자꾸 낮추라고 하면 밴사는 카드사들이 하자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일부 대리점들이 공짜단말기까지 제공하며 가맹점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밴사와 카드사들은 수수료 현실화는커녕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단말기 구입 비용부담을 일선 대리점에 전가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수익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대리점들이 출혈경쟁에 내몰리면서, 서비스의 질은 뒷전으로 밀리고 입금누락 등 사고 가능성만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복잡한 거래관계 탓..단말기 해킹 등 문제 발생”

이와 관련해 서영경 YMCA 신용사회운동사무국 팀장은 “결제대행사와 일선 대리점, 카드사들 간의 복잡한 거래관계 탓에 최근 카드대금 입금누락, 단말기 해킹 사고 등 카드결제 관련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실태 조사에 나서 이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드 가맹점의 유사 피해사례를 제보 받습니다. 제보내용은 기사에 적극 반영됩니다. 02-3701-2670, 010-9292-2611)

<이 기사는 22일 밤 9시50분과 11시50분에 케이블채널 '비즈니스앤TV' 에서 자세하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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