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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천 "법이라는게 판사마다 다르다니"

정운천 "법이라는게 판사마다 다르다니"
[데일리안] 2010년 01월 20일(수) 오후 08:33   가| 이메일| 프린트
[데일리안 변윤재 기자]
정운천농림수산식품부 장관MBCPD수첩’ 제작진에 대한 무죄 선고에 "허위·과장보도임이 밝혀진 상황에서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기는 커녕, 면죄부를 준 셈이 됐으니 국민들에게 혼란만 안겨준 셈이 됐다"고 안타까워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왜곡·과장보도한 혐의로 기소된 MBC ‘PD수첩’ 제작진에 대해 20일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문성관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판사는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한미쇠고기 협상대표인 민동석 전 농업통상정책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PD수첩 제작진에 대해 “방송 내용이 충분히 합리적 근거가 있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검찰과 보수우파 시민단체들은 “편향판결” “상위법원의 판단을 뒤집은 납득하기 어려운 판단”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검찰은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고, 보수우파 시민단체들도 판결의 적절성과 공정성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보수우파 시민단체들은 이번 판결을 포함, 최근 사법부의 일관성없는 판결을 견제하고, 공론화시키기 위해 단체별로 구체적 논의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의 사회적 파장과는 별도로 누구보다 답답한 사람은 당사자인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다.
이날 <데일리안>과 전화인터뷰를 가진 정 전 장관의 목소리에는 깊은 한숨이 배어 있었다.
“정부가 무책임했던 것도, 농업에 지금껏 매달렸던 내가 우리 농업을 죽이려 했던 것도 아니었다. ‘쓰레기같은 소를 한국에 들여왔다’는 비난이나 ‘미국산 쇠고기 = 광우병 = 불치병’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기 위해 시작된 소송이었는데...” 정 전 장관은 말끝을 흐리더니 “허허”하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법이라는 게 이렇게 다르게 해석이 되는 것인지, 판사 개인의 성향에 따라 이처럼 달라진다는 것이 황당할 따름입니다..."
그는 쇠고기 촛불정국의 책임을 지고, 취임 159일만에 공직에서 물러났을 때와는 또다른 무기력함과 아쉬움을 느끼는 듯 했다. 서울고법이 PD수첩 방영 내용 가운데 일부가 사실과 달라 정정보도 해야 한다고 판단하자, 이번 판결 역시 PD수첩의 왜곡·과장보도가 밝혀지리라고 기대를 걸었지만,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정 전 장관은 “방송의 자유만큼이나 공익을 위해, 그리고 사실을 제대로 전달할 책임도 있지 않느냐”며 “광우병 공포를 만들고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했던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민주주의가 성숙하기 위해서는 방송도 영향력에 합당한 책임을 통감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그런데 허위·과장보도임이 밝혀진 상황에서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기는 커녕, 면죄부를 준 셈이 됐으니 국민들에게 혼란만 안겨준 셈이 됐어요.”
정 전 장관은 그는 “역사적으로 큰 사건이지 않았느냐. 2008년 1년동안 우리 사회는 갈등과 대립, 혼란과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면서 “하지만 이미 나온 판결과 상반되는 일관성없는 판결로 공동체의 선을 지켜 사회적 안정을 이룬다는 법의 원칙이 흔들리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가족들이 겪었던 고통을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퇴임 직전까지 잠 못 이루며 고민하던 그의 옆에서 아내는 “괜찮다”며 같이 이겨내자고 힘을 북돋아주곤 했다.
선고를 앞둔 어젯밤에도 아내는 정 전 장관에게 “사필귀정이다. 사실은 밝혀지게 돼 있다”고 다독였다. 그는 그런 아내에게 “아직 이 소식을 전하진 못했다. 잘 되길 바랐는데..”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황당하다” “납득하기 어렵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의아함이 깔린 정 전 장관의 목소리 너머로 계속해서 휴대전화가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지인들과 그를 찾는 언론의 전화였다.
“그래도 지인들이 계속해서 전화를 주고는 ‘국민들도 PD수첩이 왜곡한 걸 알지 않느냐. 괘념치 말아라’ ‘고비마다 잘 넘겨온 당신이니 앞으로 잘 되지 않겠느냐’고 격려해준 덕에 위안이 됐습니다. 앞으로 할 일이 많아요. 전국순회강연도 계속할 거고, 농촌 현장에서 우리 농업, 식품의 새로운 길도 모색할 겁니다. 물론 PD수첩에 대한 제 나름대로의 사실 규명도 진행할 거고요.”
정 전 장관은 “아직 2심, 3심이 남아있으니 포기하긴 이르지 않나”라며 “각오하고 시작했던 일이다. 끝까지 사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항소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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